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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2일 17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12일 17시 06분 KST

‘나의 아저씨’ 7회에 나타난 이지안의 표정이 보여주는 것들

고등학교를 갓졸업한 1998년생 스무살 이지안의 진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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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방영된 ‘나의 아저씨’ 7회. 퇴근길 같은 지하철을 탄 이지안(아이유)에게 박동훈(이선균)이 묻는다. “부모님은 계시나?” 박동훈이 궁금한 건, 왜 이지안의 부모가 아니라, 이지안이 병든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가다. 이지안이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할머니에게 다른 자식은 없으며 요양원에 모셨지만 돈이 없어서 쫓겨났다고 답하지만, 박동훈은 그래도 궁금하다. 손녀는 부양의무자가 아니고, 자식 없고 장애가 있으면 요양원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데 돈을 못 내서 쫓겨났다는 게 이해가 안가기 때문이다. 이때 이지안은 지금까지 ’나의 아저씨’가 방영되는 동안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던 표정으로 답한다. 그게 그런 줄 몰랐던 것이다. 박동훈은 주소지를 분리하고,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라고 말해준다. “그런 걸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냐.” 이지안에게 그런 것도 알려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건, ‘나의 아저씨’를 봐온 시청자라면 알고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 생겨나는 질문은 “돈 되는 일은 무엇이든” 했고,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파악하고 있는 이지안이 왜 그처럼 간단한 정보조차 모르고 있었는가다. ‘나의 아저씨’는 이 장면에서 지금까지 진행해 온 이지안에 대한 이야기를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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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의 아저씨’가 시청자를 몰입시켜온 흥미는 곧 이지안이라는 캐릭터였다. 그녀의 숨겨진 모습을 하나씩 드러내면서 이지안이라는 캐릭터의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 그녀는 건설회사 삼안 E&C의 안전진단팀 사무실에 있는 유령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파견 계약직으로 일하는 그녀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도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나의 아저씨’ 1회 첫 장면에 나타난 무당벌레의 시점샷처럼, 사무실의 이지안은 벌레의 눈에서나 보이는 유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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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파견직 직원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낸다. ‘미생’과 ‘시그널’을 연출했던 김원석 PD는 이때 사무실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서스펜스를 선보인다. 복사를 하고, 심부름을 하고, 우편물을 정리하는 파견직 직원이 사실은 조직 내의 권력망을 꿰뚫고 있고, 영수증을 정리하며 직원들의 불륜관계까지 파악하고 있었으며 자신을 도와줄 조력자까지 설계해놓고 있었다는 반전이 드러난다. 자신의 약점을 건드리며 앞으로 고분고분해지라고 요구하는 정규직 직원에게 자신이 파악한 비밀을 언급하며 응수하는 장면에서는 기묘한 쾌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나의 아저씨’에 부제를 붙인다면, ‘파견직은 거기에 있었다’ 정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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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는 그런 이지안이 자신을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맺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로의 삶에 관여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얽히게 되는 이유는 ‘생존본능’이다. 이지안은 돈을 위해 도준영 대표(김영민)와 거래를 하려하고, 재신임을 앞둔 도준영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다가 그렇게 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박동훈을 건드린다. 드라마의 묘미는 특히 이지안이 자신보다 높은 사회적 계급의 사람들과 마주하며 일으키는 파장을 그리는데에 있다. 파견직 직원인 그녀는 대표이사의 사적인 연애사에 끼어들고, 회사 임원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심지어 그녀는 부장님은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대표이사는 ’당신’이라고 부른다. 어떤 이들은 극중의 이지안과 아이유를 비교하며 장기하와 연애했고, 김창완과 최백호 등의 중년 가수들과 협업했던 아이유를 떠올리지만, 사실 ‘나의 아저씨’ 속 이지안은 고기를 사주고 싶다는 전현무에게 “오빠보다 내가 더 많이 벌어!”라고 했던 아이유와 가깝다. 

7회에서 이지안이 보여준 표정은 곧 그러한 파장이 이지안에게도 일어난 순간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98년생 스무살 이지안은 사실 자신이 넘겨짚은 세계안에서 살고 있는 아이에 가깝다. “4번 이상은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실망해 세상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고, 그래서 할머니 역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지안은 어른들의 지도(指導)없이 자신만의 지도(地圖)로 세상을 살아왔을 것이다.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은 시청자가 보기에 ‘저래도 되나’ 싶은 행동들을 무표정으로 진행한다. 이지안이 자신의 현실을 대하는 태도는 최근 TV드라마에서 만난 또 다른 여성들과도 비교된다. ‘미스티’의 고혜란은 ‘빽’없는 여성에게 가혹한 직장에서 성공하고자, 남자들보다 더 독해진 사례다.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의 윤진아는 모든 여성 직원에게 불편한 직장생활을 그냥 대충 견디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들과 달리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은 어떤 미래도 그리지 않고, 그냥 ‘무감각’으로 세상을 대한다. 그런데 그런 이지안이 박동훈이라는 사람의 삶에 개입하면서 세상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꼽고 박동훈의 일상을 감시하는 이지안은 영화 ‘타인의 삶’ 속 비밀경찰인 비즐러(울리히 뮤흐)와 닮았다. 자신이 감시하던 사람들의 사랑과 일상에 감화되어 결국 그들을 지키고자 나선 비즐러처럼, 이지안 또한 박동훈의 삶에서 위로를 얻고, 그가 위기에 처했을때 그를 구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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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는 이지안과 박동훈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다양한 만남을 그린다. 이지안은 같은 파견직인 청소부 노인까지 자신의 조력자로 두는 사람이다. 박동훈의 엄마 변요순 여사(고두심)는 아들의 친구인 겸덕스님(박해준)에게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는가 하면, 정희(오나라)의 술집청소를 맡고 있고 동시에 그녀와 유사모녀관계를 맺고 있다. 박동훈의 형제인 박상훈(박호산)과 박기훈(송새벽), 그리고 술집 ‘정희네’에 모이는 그의 친구들이 최유라(나라)와 갖는 만남 또한 이례적이다. 최유라는 그들에게 “망해도 괜찮은 거다. 아무것도 아닌 거다.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그들은 ‘건배’로 화답한다. ‘나의 아저씨’는 망했거나, 망가졌거나, 망하지 않으려다가 망가진 사람들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만날 계기가 없었거나, 만날 필요가 없었거나,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만나서 일으키는 파장을 그리면서 경계가 없는 연대에 대해 보여준다. 그래야만 자신이 믿고 있는 벽으로 둘러싼 세상이 조금이라도 허물어질 수 있다는 강조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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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으로부터 할머니를 보살필 수 있는 정보를 얻은 이지안은 7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또 새로운 표정을 보여준다. 이지안은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그런데 그게 진짜 나같아요.”란 말로 유령처럼 살아온 자신을 고백한다. 박동훈은 “행복하자”란 말과 함께 건배를 제의하고, 이지안은 “아프지 말고”라고 답하지는 않았지만, 건배를 받아들이며 처음으로 웃는다. 지금까지 ‘나의 아저씨’를 본 시청자들은 이 한 컷을 보고 싶었을 수도. 16부작으로 계획된 ‘나의 아저씨’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과연 이지안은 지금과는 다른 또 다른 표정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들의 기이한 연대는 어떤 결말을 맞을까.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이지민)란 소설의 제목으로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