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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유령선’ 영상 파문…영국도 “가축 수출 금지 검토”

호주의 한 동물단체가 가축 운반선에 대한 영상을 공개했다

ⓒanimals australia

호주 서부 프리멘틀에서 중동으로 양을 싣고 가던 화물선의 동물학대 영상이 전 세계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호주 정부는 동물복지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으며, 영국은 살아있는 가축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방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의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즈 오스트레일리아’는 8일 서호주 프리멘틀에서 출발한 가축 운송 화물선 영상을 공개했다. 내부 제보자가 다섯 차례 항해를 촬영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수천마리의 양이 빽빽하게 서 있으면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양들은 움직이거나 앉을 틈도 없었고, 분변에 쌓여 있거나, 숨을 헐떡이며 죽어갔다.

화물선은 중동 국가로 가는 중이었다. 열대지방을 항해하기 때문에 넉넉한 공간과 환기 장치가 있어야 했지만, 양들은 빽빽히 뭉쳐 죽어 나갔다. 죽은 양을 선원이 바다에 내던지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 영상이 파문을 던지자, 호주 정부도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화물선 ‘어와시 익스프레스’가 6만5000만마리 양과 250마리 소를 싣고 9일 출발 예정이었으나, 호주 당국이 출항을 금지했다.

오랜기간 가축전염병이 없는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호주는 세계 최대의 가축 수출국이다. 주로 양과 소가 중동과 인도네시아에 수출되는데, 이곳에서 농장에서 다시 사육되거나 이슬람 율법에 맞게 할랄식으로 도축된다. 하지만 운송 과정에서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대량 폐사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켜왔다.

동물단체는 가축의 장거리 운송(수출)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라고 요구해왔다. 집권정당인 자유당 소속 수잔 레이 전 보건부장관도 10일 “부끄러운 일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살아있는 양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nimals australia
ⓒanimals australia

영국도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대로 가축 수출을 중단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0일 전했다. 가축의 장거리 운송은 영국에서 20년 넘게 주요한 이슈였다. 1995년 영국 동부의 항구도시 브라이틀링시에서는 가축 수출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열달 가까이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관련 기사 ‘20세기 최고 동물을 위한 전투의 기원’)

마이클 고브 환경식품농업부 장관은 “동물들은 모든 단계에서 존중받고 보살핌을 받을 가치가 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고려하면서 업계와 단체, 당국으로부터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양 2000마리를 유럽연합에 수출했다.

살아있는 가축을 먼나라에 수출해 도축하는 이유는 이른바 ‘원산지 세탁’(수입한 가축을 국내에서 도축하면 국내산 고기가 된다)이나 할랄 도축 등 문화적 이유에서다. 가축들은 운송 과정에서 △밀집으로 인한 고통 △탈수와 피로 △면역력 약화로 죽거나 고통을 겪는다. 그렇게 고통을 겪은 뒤 외국의 도축장에서 죽음을 맞는다. 영국수의사협회의 존 피쉬윅은 동물은 가능한 농장 가까운 데서 도축되어야 한다며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은 세계 최고의 동물복지 기준을 지키고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사회적 논란이 일자 2007년 도축용 가축의 수출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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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동물보호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