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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여비서' 의혹 제기에 국회 여성 보좌진들이 분노했다

“나는 이제 앞으로 남자 의원 모시고서는 절대 해외출장을 못 가겠구나."

ⓒ뉴스1

“나는 이제 앞으로 남자 의원 모시고서는 절대 해외출장을 못 가겠구나. 아니, 해외출장 안 가도 승진이라도 조금 빠르게 됐다 하면 구설에 오르겠구나. 알고 있나. 당신들이 하는 더러운 추궁들이 여자 비서들을 더 괴롭힌다는 사실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의원 시절 국외출장에 동행한 인턴비서가 나중에 내부 승진한 것을 놓고 자유한국당이 ‘묻지마 의혹’을 제기하자, 국회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 익명게시판 ‘여의도 옆 대나무숲’(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기식 원장의 2015년, 2016년 국외출장에 함께한 보좌진이 ‘여성’이었음을 강조하며 “여성 인턴이 김 원장과의 황제 외유 이후 (비서로) 승진했다”고 말해 승진에 부적절한 배경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 역시 ‘김기식과 여비서’ 등의 검색어로 선정적 보도에 나섰다. 여성 보좌진에 대한 비하와 성차별적인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 국회의 여성 보좌진들의 여론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미 안희정 전 충남지사 수행비서의 성폭력 피해 폭로가 나왔을 때부터 ‘여성 비서’에 대한 선정적인 정치공세와 2차 가해에 분노했던 이들에게 미투운동의 또다른 도화선이 된 것이다. 대나무숲을 비롯해 보좌진들이 모이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정당을 넘어선 여성 보좌진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 비서관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도 2007년 인턴 여비서였다”며 “임시국회 때 혼자 상임위를 다 책임진 적도 있다. 의원실에서 승진은 의원님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데, 자유한국당은 내부 승진은 한 번도 시킨 적이 없느냐”고 지적했다.

대나무숲에 글을 올린 한 보좌진은 “인턴 하다가 승진하면 안 되는 거였나요? 여성 인턴은 주구장창 의원의 차나 타다가 나가라는 건가요”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이도 대나무숲에 올린 글에서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 간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인턴 ‘여’비서로 일하면서 참 의욕 떨어진다. 당에서 앞장서서 ‘여비서’라는 프레임으로 이상한 상상 하게끔 카드뉴스를 대량 생산하고 있는 게 정말 실망이다”라고 밝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미투를 활용한 가장 악랄한 여성혐오이고 여성에 대한 차별적 언행”이라며 “김성태 의원은 여의도에서 일하는 여성 보좌진은 물론 대한민국의 일하는 여성들에게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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