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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 이미 '한미연구소 지원'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건 '문재인판 블랙리스트'가 아니다.

  • 허완
  • 입력 2018.04.11 11:33
ⓒKDI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사이스) 산하 한미연구소(USKI) 예산 지원 중단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집권 첫해인 2013년 10월에 이미 한 국책연구기관이 한미연구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9일(현지시각) 확인됐다. 이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의원 시절인 2014년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한미연구소 예산 삭감을 주장한 것보다 1년여 앞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KDIS)은 2013년 10월 작성한 ‘KDIS-SAIS 공동연구사업 운영계획(안)’이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에서 “한미연구소가 초기 정착 및 기관 인지도 확산 등에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기간 활동에서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뒤이어 “지난 5년간 이루어진 예산 투입 규모와 상당한 정도의 성장 잠재력에 비춰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키에프)과의 협력 관계에서 노출된 몇 가지 한계로 한미연구소의 전략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미연구소 운영의 문제점을 다섯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로 “한반도 전문가 양성의 취지에 맞는 체계적·지속적 교류 및 협력 프로그램 부재”를 꼽았다. 둘째로 “현안 중심의 워크숍, 이벤트 중심의 사업으로 행사 이후 전문 그룹 간 지속적인 정책 대화 채널 부재”를 지적했다.

ⓒKDI

 

또한 보고서는 “사이스가 보유한 위상과 평판, 국제 문제에 대한 축적된 내부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미연구소 운영을 담당한 소수에 의해 사업이 계획되고 집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작성된 보고서의 이런 평가는 최소한 국책연구기관 차원에선 2006년 설립된 한미연구소 운영이 이미 교육 및 연구 지원이라는 애초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소수’가 사업 계획과 집행을 하고 있다고 지적해, 예산 수립 및 집행의 투명성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한미연구소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국제정책대학원은 예산 투입 대비 협력 사업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고 “미래 한반도 전문가 집중 양성과 지속적 관리를 실천하겠다”는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국제정책대학원은 한미연구소 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미연구소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9일 “로버트 갈루치 이사장이 이날 오전 직원회의를 소집해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5월 말이면 끝나 연구소 문을 닫는다’고 직원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그동안 한미연구소에 지원해온 예산을 존스홉킨스대 쪽에 직접 기부해 한국학 전임교수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서한을 보내 한국학 전임교수 신설 등에 관한 의견을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쪽에 전달했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불투명한 예산 사용 등으로 문제가 됐던 한미연구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뿐 사이스의 한국학 연구 지원은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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