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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공공기관장 명단이 공개됐다

정부가 수사 의뢰한 64명 가운데 22명이 전·현직 기관장이다.

  • 김성환
  • 입력 2018.04.11 10:38
  • 수정 2018.04.13 11:28
ⓒmarchmeena29 via Getty Images

정부가 지난 1월 ‘부처별 공공기관 채용비리 점검 결과’ 발표 당시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용비리 수사 의뢰 대상에 국립중앙의료원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한국원자력의학원장,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이상 전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현직) 등 전·현직 공공기관장이 들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지적 사항이 가장 많았던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한겨레>에 제공한 ‘부처별 공공기관 채용비리 점검 결과 및 비리 혐의자 수사 의뢰서’에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1월, 27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013~17년 채용비리 여부를 점검한 결과, 2311건의 문제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비리 혐의가 짙어 수사 의뢰한 64명(총 15개 부처 33개 기관) 가운데 전·현직 기관장 22명이 포함됐다고 밝혔지만, 해당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겨레

친동생·대학 후배·지인 아들 등 부당 채용한 기관장

수사 의뢰 대상 공공기관장 가운데 부임 당시 ‘친박근혜 코드 인사’란 지적이 제기된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출신 안명옥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우선 눈에 띈다. 중앙의료원은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이다. 보건복지부가 제 의원실에 보낸 수사 의뢰서를 보면, 안 전 원장은 2014년 12월 원장 취임 직후, ‘안전을 위하여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내) 운전기사로 받을 수 없다’며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보낼 수 있게 실무진에 요청한 뒤, 운전기사 파견업체에 친동생이 이력서를 내게 해 파견받는 식으로 간접 고용했다. 친동생은 이후 계약직 직원 특별채용 형식으로 의료원에 직접 고용됐다. 복지부는 “자신과 친동생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정한 채용업무를 방해한 정황이 있다”며 안 전 원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12월 퇴임한 안 전 원장은 다른 의료원 직원 2명을 부당 채용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안명옥 전 국립중앙의료원장(가운데)이 격리음압병실로 안내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안명옥 전 국립중앙의료원장(가운데)이 격리음압병실로 안내하고 있다.  ⓒ뉴스1

수학 관련 연구소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김동수 전 소장은 미국 소재 대학 선후배 사이였던 인사의 경력에 유리한 맞춤형 공고를 낸 뒤, 발표·면접평가에 직접 참여해 최고점을 줘 채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김동수 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김동수 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youtube/국가수리과학연구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암 연구센터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양광모 전 원장이 2016년 연구정책기획팀 직원을 채용하면서, 의학원 내부 인사에게서 아들 채용 청탁을 받은 뒤, 필기시험 면제 등 특혜 채용을 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대상이 된 최창운 전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장은 2016년 11월 당시 양아무개 분원장을 연임시키려고 공개 경쟁 채용 절차 없이 양아무개씨를 1순위 추천하기로 한 뒤 다른 인사 2명을 형식적으로 지원하게 하는 방법으로 양아무개씨를 재임명한 의혹을 받는다. 그는 지난해 12월까지 원장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12월 면직된 황화성 전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은 특정인이 면접심사에서 2순위로 결정되자, 채용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려 부정 채용한 의혹으로 수사 대상 명단에 올랐다. 한식진흥원은 2014년 3월에 전산직 2명을 채용하면서, 해당 경력이 없는 이사장의 지인 아들을 채용해 수사 대상 기관이 됐다. 면접위원을 내부 위원으로만 구성해 특정인 단독 면접을 진행한 정정택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면접위원 직접 선정 등의 방법으로 특정인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있는 송향근 세종학당재단 이사장도 수사 의뢰됐다. 수사 의뢰 대상자가 있는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제 의원실에 아직 자료를 내지 않았다.

황화성 한국장애인개발원장(앞줄 맨 오른쪽)이 2017년 10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화성 한국장애인개발원장(앞줄 맨 오른쪽)이 2017년 10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공공기관 적발 1·2위 부처는 문체부·노동부

정부는 지난 1월 부처 산하 공공기관 점검 결과 2311건의 문제가 발견됐다고 발표했지만, 부처별 발견 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제 의원에게 제출한 부처별 채용비리 발견 건수를 보면,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412건으로 가장 많았고,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401건으로 뒤를 이었다. 국무조정실(110건), 공무원 채용·인사를 관리하는 인사혁신처(15건)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적발 건수는 서류·면접위원 구성 부적절, 모집공고 위반, 부당한 평가기준 등을 포괄한 것으로, 이 수치가 수사 의뢰할 정도의 불법 채용비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제 의원은 “정부 부처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전부, 수사의뢰 내용, 사후 결과까지 투명하게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특히 채용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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