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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리듬으로 당신을 충전해드릴게요”

김건모, 이선희, 이은미, 강산에의 드러머

  • 강병진
  • 입력 2018.04.11 09:53
  • 수정 2018.04.11 09:54

김건모, 이선희, 이은미, 이승기, 강산에, 유진 박, 클래지콰이…. 이 쟁쟁한 음악가들의 공연에서 드럼과 타악기를 담당한 연주자라면 그 영역에서 ‘톱클래스’라는 표현을 써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당사자인 드러머 이기태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겸손을 보였지만 여전히 최고의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그에게 리듬을 맡기려 한다. 또 한편으론 뜨거운 감자나 서울전자음악단 같은 밴드의 초기 멤버로 참여하고 인디 음악가들의 앨범 세션에도 함께하며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고등학생 시절 밴드부에서 드럼을 연주하던 이기태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해군 군악대의 공연을 보고 몇 가지 꿈을 갖게 됐다. 첫번째는 해군 군악대에 들어가는 것, 두번째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것이었다. 꿈들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졌다. 해군 군악대에서 군 생활을 하게 됐고, 전역한 뒤엔 바이올린 연주자 유진 박과 인연이 닿으면서 그와 함께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혼자서 ‘너무 꿈이 빨리 이루어졌는데?’라고 생각할 만큼 드러머 이기태의 목표는 20년 전에 다 이루어졌다.

그에겐 이제 세번째 꿈이 남아 있다. 가수 이기태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는 것이다. 드럼을 연주할 때부터 노래하길 즐겼고, 구성진 그의 노래 실력에 놀라는 이들도 있었다. 가끔 가수 대신 리허설에서 노래할 때가 있었는데 이를 본 장윤정의 소속사 대표가 정식으로 노래해 볼 생각 없냐는 제안을 했을 정도다. 그때는 너무 나이가 어린 것 같다고 거절했다. “그때는 좀 더 나이를 먹고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구체적인 건 없었지만 드러머로 꿈을 이룬 다음부턴 언젠간 노래를 해서 가수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설 거라고 계속 맘에 담아두고 있었죠.” 그리고 우리 나이로 마흔일곱이 된 지금 그 결심을 현실로 이뤄낸 것이다.

이기태의 가수 도전에는 오랜 친구이자 밴드 와이낫의 리더인 전상규의 도움이 컸다. 그는 이기태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고 프로듀서를 맡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지난달 발표한 ‘완충남’이다. ‘완전 충전 끝난 남자’의 준말인 ‘완충남’은 사람들에게 힘(충전)을 주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다. ‘충전 완료’를 뜻하는 초록색에서 착안해 이태원 양복점에서 초록색 슈트를 맞추고, 소화제·매실음료·소주 등 초록제품의 이미지를 따와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장르로는 편의상 트로트를 내세웠지만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은 과거 윤수일 등이 들려주던 록과 트로트가 결합한 ‘트로트 고고’ 음악이다. 지금 힘들지라도 기회가 올 거라는 뜻을 담은 ‘히트앤드런’과 중국을 비롯해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다는 ‘사랑한다는 만 가지 말’ 등의 신곡도 완성되어 있다. 음반은 5월 발매될 예정이다. 이기태는 농담 삼아 강산에에게 “가수 대 가수로 만나자”고 했고, 이선희에겐 “내가 잘돼도 누나 공연 연주는 해줄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홍대 앞 라이브클럽데이 무대와 전국 특산물 축제 무대에 다 설 수 있는 독특한 가수가 되는 게 신인가수 이기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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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드러머 #이기태 #완충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