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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문재인판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는 한미연구소 외압 논란의 진실

12년 동안 세금 200억원을 지원했는데...

  • 허완
  • 입력 2018.04.10 14:31
  • 수정 2018.04.10 14:35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는 한미연구소(USKI) 예산지원 중단 논란의 뿌리는 12년간 총 200억원이 넘는 국가 예산을 지원하고도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우리 정부나 국회가 제대로 모른다는 데 있다. 11년째 장기 재직 중인 구재회 소장은 최근 8만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보고 없이 집행하는 등 ‘연구소 독립성 보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 예산 절반이 인건비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대외연)은 2006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설립한 한미연구소에 지난해까지 모두 200억700만원을 지원했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이 대외연에서 받아 공개한 한미연구소 올해 예산안은 21억6000만원(191만여달러)이다. 소장(14만달러), 부소장(7만9000달러) 등 전체 예산의 절반이 인건비(107만여달러)로 쓰이도록 짰다. 북한 핵·미사일 동향 전문매체로 국내에 잘 알려진 ‘38노스’ 관련 예산이 21만2800달러, 한국학·한국어학 관련 예산은 17만4540달러에 그치는 등 연구소 핵심 기능인 사업·프로젝트에 쓰이는 돈이 전체 예산의 4분의 1(51만8940달러) 정도다. 

ⓒ한겨레

 

대외연 쪽은 “한미연구소는 해마다 3000~5000페이지 결산 자료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결산과 직접 관계 없는 칼럼, 세미나 자료 등이었다. 실제 결산보고서는 사업별 총액을 나열한 한 페이지가 다였다”고 했다. 지출 증빙도 없이 사업별 총액만 보고했다는 것이다.

대외연의 김준동 선임연구위원(전 부원장)은 “구 소장이 예산에 대한 권한을 남용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제출한 ‘2016년 결산보고서’에선 애초 사업계획에 없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와 공동세미나’에 8만달러를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전 협의는 물론 사후 보고도 없었는데, 구 소장에게 질의를 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에도 후버연구소와 공동세미나를 했다는데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무슨 세미나를 하는지 우리는 몰랐다”고 설명했다.

■ ‘국정원식 총액 예산’ 여야 모두 비판 

조선일보 4월9일 사설.
조선일보 4월9일 사설.

 

해마다 2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아온 한미연구소는 2014년 무렵부터 국회에서 예산집행의 불투명성을 계속 지적받았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8월 한미연구소가 국회에 보내온 2016년도 예산·결산 자료가 불을 질렀다. 불과 두장짜리 보고서였는데, 이마저도 세부항목을 뭉뚱그려 구체적 사용 내역을 알 수 없도록 한 ‘국가정보원식 총액’ 방식이었다.

당시 이학영 의원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두장이 21억짜리 보고서다. 인건비, 사업비 얼마 썼다는 제목만 있다. 시골 계모임도 이렇게까지는 안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튿날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결산자료 제출 미흡, 형식적 이사회 운영, 연구소장 장기 재직 등에 대한 적절한 감독·통제 기능이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도 대외연 쪽에 “21억 쓰면서 (결산 자료를) 한장 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내년 예산을 뭘 가지고 세우겠느냐”고 따졌다.

자유한국당 등이 예산지원 중단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근거라고 주장하는 대외연 부원장의 이메일은, 여야가 한미연구소 예산 불투명성을 집중적으로 따지고 두달 뒤인 지난해 10월30일에 발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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