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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0일 12시 30분 KST

'다산신도시 택배 전쟁'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차 없는 아파트' 입주민들과 택배 기사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뉴스1
자료사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입주민들과 택배 기사 사이의 갈등이 빚어졌다. 입주민들과 택배 회사 측은 협의에 나섰지만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갈등은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다산신도시에 소재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차량과 아이가 충돌할 뻔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에 인근 아파트 4개 단지에서는 택배회사 측에 지상통행로 차량 출입을 통제하겠으니 앞으로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을 이용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아파트 단지는 ‘차 없는 단지’로, 소방차와 같은 긴급차량을 제외한 차량은 지하로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고 전까지는 택배 차량은 지상통행로를 이용했다. 이 지역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층고가 2.1~2.3m로, 택배차 높이 2.5~3m보다 낮아 택배차량 진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택배차량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택배차량을 개조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차량을 개조하면 비용 문제와 더불어 적재공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많은 짐을 옮겨야 하는 택배 기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택배 기사들 입장에서는 개조가 쉽지 않다.

결국 택배차량을 단지 입구에 세워두고 수레로 짐을 옮기는 방법이 남는다. 그러나 하루 수백개가 되는 택배 물량을 수레로 옮기는 것은 택배 기사엔 큰 부담이다. 이에 택배 기사들은 경비실에 물건을 맡기거나, 단지 앞에 택배를 깔아놓고 입주민에게 찾아가라고 통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상황이 입주민 불편을 초래하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한 장의 안내문을 붙였다. 그리고 이 안내문은 갈등에 불을 지폈다. 해당 안내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택배사가 현재 정문으로 찾으러 오든지 놓고 간다고 전화/문자오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 정문과 동문 주차장 파킹후 카트로 배달 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 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

2. 아파트 출입 못하게 해서 반송하겠다고 하면 이렇게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 택배기사님들 편의를 위해 지정된 주차장이 있고 카트로 배송하면 되는데 걸어서 배송하기 싫다고 반송한다고 말씀이시는데 그게 반송 사유가 되나요?

뉴스1에 따르면 안내문 공개 후 일부 택배회사들은 현재 다산신도시 일대 배송 거부를 검토하고 있다. 9일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자신을 택배기사라고 소개한 네티즌이 작성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의 작성자는 ”다산동 아파트로는 아예 물건 못 보낸다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서로 불편이 커지자 입주민들과 택배 회사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섰으나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입주민들은 차량을 개조해 차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택배회사는 그렇게 되면 상하차시 택배 기사들의 불편이 커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다산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런 갈등은 지상 차량 통행을 막는 대단지 아파트들이 지어지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 벌어져 왔다. 대부분의 경우 택배사가 소형 택배차량을 사용하거나, 아파트 주민들이 택배 차량의 진입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갈등이 해결됐으나 양쪽에 ‘윈윈’이 되는 방식은 아니었다. 소형 택배차량을 이용할 시 위에 언급된 대로 택배 기사들의 불편이 커지며, 택배차가 지상으로 다니게 될 시 안전한 ‘차 없는 아파트’의 의미가 사라지고 실제로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행정당국은 ”아파트와 택배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논의해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국에 차 없는 아파트 단지가 계속 입주할 텐데, 택배회사와 주민간 협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차원에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