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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유리창에 호소했을까’…성폭력에 무심한 학교 당국

학교 측도 해명했다.

ⓒㅇ여고 학생 제공/한겨레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미투’ ‘위드유’ 등의 문구를 이어 붙여 교사의 성폭력 문제를 고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교내 성폭력을 방치해 온 학교 쪽은 이런 학생들의 문제제기도 막으려 했던 것으로 9일 드러났다.

지난 6일 서울 노원구 ㅇ여고 학생들은 일부 교사의 성폭력 사실을 알리고 학교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기 위해 창문과 학교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미투’ ‘위드유’ ‘위캔두 애니싱’ 등 성폭력에 당당하게 대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학교와 일부 교사들은 이를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한 재학생은 “일부 선생님이 ‘무죄 추정의 원칙도 모르느냐’며 직접 포스트잇을 뗐다”고 말했다. “포스트잇을 떼라”는 교내 방송도 나왔다고 한다. ㅇ여고 재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학교 망신’이라며 선생님이 포스트잇을 뗐다”는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 방송이 나간 것 같다”며 “포스트잇을 뗀 행위는 일부 교사들의 개인적인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학교 쪽은 이전에도 성폭력 문제제기에 미온적인 태도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졸업생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교원평가서에 적으려 한 적이 있는데, ‘교과와 관련 없는 내용은 적지 말라’는 교내 방송이 나왔다. 학교가 문제를 은폐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재학생은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렸더니 오히려 ‘요새 애들 무서워서 말도 못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교사들의 성폭력이 해를 거듭하며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졸업생들이 만든 ‘ㅇ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가 재학생과 졸업생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지난 6일 기준 응답자(2009년 졸업생부터 참여) 218명 가운데 112명이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 참여자들은 “선생님이 치마 안에 손을 넣어 다리를 만졌다” “엉덩이를 치며 ‘찰지다’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조사 방식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6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는데, 설문지 상단에 학년, 반과 이름을 적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또 학생과 부모 연락처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실명을 적더라도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설문에 참여한 학생은 “이름을 적으라고 해 피해 내용 등을 솔직하게 적지 못했다. 반 친구 중에서도 익명이 아니라서 피해 사실을 솔직히 적지 못했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교사 3명에게 출근 정지를 통보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청 조사와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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