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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사태는 '금융사기극'도 '공매도 문제'도 아니다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었다

  • 백승호
  • 입력 2018.04.09 17:37
  • 수정 2018.04.09 18:18

삼성증권 전산 오류로 우리사주 주주들에게 약 113조원 가까운 주식이 배당됐다. 시장은 그야말로 대혼돈에 빠졌다. 삼성증권은 사건을 수습하고 사과했다. 금융당국도 실태조사에 나섰다. 

일부 언론은 이번 사건을 ‘금융사기극’으로 표현하고 있고 일부는 ‘그간 이런 식으로 몰래 없는 주식을 판 거 아니냐‘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사실상 ‘발행되지 않은 주식을 팔았다’는 점에서 ”증권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주식을 찍어내고 팔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공매도를 꼭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분명 큰 문제다. 그러나 이는 그간 쉬쉬해왔던 증권사의 ‘사기극‘이 발각된 것도 아니고 ‘공매도의 허점‘이 드러난 것도 아니라 말 그대로 ‘사고’다. 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되었으며 시스템이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점을 드러낸 사고다.

아래는 이번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왜 이번사건이 ‘공매도’와는 관련이 없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사건의 전말

지난 6일, 삼성증권은 100조원대 주식을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나눠줬다. 담당 직원의 입력 실수 때문이었다. 이 주식들 중 일부가 매물로 쏟아지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30%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우리사주 283만1620주에 28억원이 아닌 28억3160만주가 배당됐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113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실수로 입고된 주식 수의 0.18%에 해당하는 501만2000주(전날 종가 기준 1994억7760만원 규모)가 시장에 나와 팔렸다. 직원 30~40명이 판 것으로 보인다. 1인당 평균 6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

주가는 급락했다. 주가 급변동으로 2분간 체결이 지연되는 변동성완화장치(VI)가 5차례 발동됐다. 주가는 30% 가격 제한폭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거래량은 전날의 4066.71%에 달했다.

 

ⓒ뉴스1

 


이 사건이 벌어지게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문제 : 삼성증권의 대형 실수

아직 현장점검 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라 당시 상황을 구성하자면 이렇다.

4월 5일, 삼성증권은 우리 사주에 1000원씩 배당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최초 담당자는 배당 과정에서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을 체크하는 전산 시스템에 실수로 ‘현금배당’ 대신 ‘주식배당’을 체크하고 숫자 1000을 입력했을 것이다. 이 실수 때문에 배당금은 1000원 대신 1000주가 됐다. 이에 대한 결재가 상급자에게 올라갔고 상급자도 이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다. 이는 실제 사고가 터진 4월 6일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게 삼성증권 배당 사고가 일어나게 된 첫 번째 계기다.

이는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사고다. 결과의 무거움은 차치하고 실수 자체에 대해 심각한 도덕적 해이나 중과실을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물론 상급자도 이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결과적으로 큰 사고가 되었다는 점에서 사건 관련자는 중징계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이런 실수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사람의 실수는 시스템이 걸러야 한다. 그런데 사건은 그대로 일어났다.

두 번째 문제 : 삼성증권의 실수는 검증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9일 오전, ‘삼성증권 배당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브리핑했다. 금감원이 파악한 내용 중 중요한 게 하나 있다.

″일부 상장 증권회사는 우리 사주 조합원에게 현금 배당할 때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배당한다”

상장사의 배당은 보통 증권사와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친다. 상장사가 증권사에 배당금 입금을 요청하면 증권사가 이를 다시 한국예탁결제원에 처리를 요청하는 식이다. 일반 상장사의 경우는 증권사와 예탁결제원, 적어도 두 번의 검증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번에 사태는 일반 주식 배당이 아닌 우리사주 배당과정에서 일어났다. 우리사주의 주식배당은 마찬가지로 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우리 사주는 보통 한국증권금융에 예탁된다)을 거쳐 배당된다. 만약 주식 수를 잘못 기재하는 실수가 빚어져도 장 마감 후 이뤄지는 예탁결제원의 검증을 통해 적어도 다음날이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교차검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금융감독원

 

문제는 우리 사주의 현금배당이다. 이 경우에는 소득세 문제로 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배당금이 입금된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증권사’에서 발생했다. 일반 상장사가 우리사주 현금 배당을 하는 경우에는 증권사의 검증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그런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바로 증권사가 우리사주 주주에게 배당해서 발생한 문제였다.

이는 애당초 예견된 문제였다. 금융감독원의 한 직원은 “1000원 대신 1000주가 아니라 1000원 대신 1000억을 배당하는 사고도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내부의 전산이 이 배당을 현금 배당으로 처리하는 경우, 금액을 오기하거나 이번 사건 처럼 ‘현금 대신 주식’으로 처리하는 실수를 벌여도 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이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 문제 : 왜 삼성증권 직원들은 ‘없는 주식’을 팔았나

많은 언론과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공매도‘의 문제로 인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제목으로 ”서민만 당하는 공매도 꼭 폐지 해 주시고 이번 계기로 증권사의 대대적인 조사 와 조치 바란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현재 18만명 이상이 동의하고 있다.

 

일단 공매도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는 한자로 空賣渡, 즉 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는 의미다.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란 뜻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판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면 된다.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일반적인 공매도는 이렇다. ㄱ씨는 A사(현재 1주당 10만원)의 주식을 빌린다. 그리고 이 주식을 시장에 매도한다. 며칠 후 A사의 주식은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떨어졌다. ㄱ씨는 A사의 주식을 다시 8만원에 사서 빌린 주식으로 갚는다. 이렇게 하면 주당 2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같은 공매도를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라고 한다.

주문일과 결제대금일에 차이가 있음을 이용해 정말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파는 경우도 있다. 일단 매도주문을 낸 다음 결제일이 오기 전에 주식을 구해서 판매하는 경우를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라고 한다.

한국은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자본시장법 제180조). 차입 공매도는 개인과 기관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이 공매도하는 경우 대주 거래를 할 수 있는 종목과 수량이 한정된 데다 상당한 이자 비용도 발생해 사실상 개인이 공매도 하는 경우는 잘 없다. 개인과 기관(외국인 포함)의 비율이 99:1에 이를 정도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도가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불리한 차입조건이 적용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현재의 차입환경은 개인의 접근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Jonathan Kitchen via Getty Images

 

연합뉴스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배당된 주식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즉 ‘없는 주식’임에도 일부 직원이 이를 매도해 수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주식 없이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와 일맥상통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공매도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처리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처리가 됐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공매도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더 심각한 시스템상 오류로 보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제도를 바로 연결하기에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주식 거래는 실제 증권을 주고받지 않고 대금만 거래된다. 내가 오늘 A사의 주식을 매수할 경우 실제 증권을 받는 게 아니라 전산 상으로만 주식이 표시된다는 이야기다. 한국 주식의 대부분은 예탁결제원에 있고 개인 투자자들은 HTS(Home Trading System : 개인 투자자가 영업장에 나가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로 거래한다.

전산상으로만 거래되기 때문에 하루 거래가 다 마감된 이후 예탁결제원과 증권사는 거래애 문제가 없었는지 검사한다. 거래에 오류가 있는 경우 아무리 작은 문제라도 결제일 이전에는 발견된다. 금감원도 ”적은 물량이라 하더라도 결제일에 오류가 발생됐기 때문에 2영업일 뒤에 오류가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대부분의 국가가 거래일로부터 2영업일 내지는 3영업일 이후에 결제를 처리한다. 

이번 사태에서 삼성증권 주식이 ‘공매도’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삼성증권 임직원들이 내다 판 주식은 엄연히 전산상으로 존재한 주식이었기 때문이다. 없는 걸 빌려서 팔고 추후에 대금을 결제하는 공매도와는 그 본질이 다르다.

 


삼성증권, 그리고 금융감독기관이 풀어야 할 과제

이번 사건이 일어난 가장 큰 원인은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이다. 삼성증권은 주식배당 입력 오류 발생 시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을 만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놓지 않았다. 또 금융당국은 우리사주의 현금배당 시 아무런 검증절차나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허점을 드러냈다.

삼성증권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큰 문제다. 금융사에 일하는 직원들은 타인의 재산을 다루기 때문에 일반 회사 직원보다 더 큰 도덕적 의무를 부여받음에도 일부 직원들은 ‘매도 금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착오로 입고된 주식을 매도했다.

특히 주식을 매도한 직원 중에는 IB(투자은행 investment bank) 담당, 리스크 관리 직원, 애널리스트까지 포함되었다. 이들이 ‘착오 입고된 주식’의 문제점을 몰랐다면 거짓말이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내다 판 직원 16명을 대기발령 조치하는 한편 손실액 전액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형사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매매차손 규모만 20억 안팎인 직원도 있다.

다행이 금융당국은 ”일반 상장회사의 배당금을 입력하는 것처럼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사 등 외부의 전산을 접목할 수있는 대안이 검토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11일부터 삼성증권 사태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한다. 사건의 조사가 끝나는대로 세부 규제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뉴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공매도‘가 아니지만 사건을 계기로 불거져 나온 ‘공매도 제도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여지도 있다.

공매도는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뿐 아니라 ‘부정적인 전망’도 함께 반영된다는 점에서 가치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고 또 시장의 다양성과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반면 공매도로 이익을 보기 위해 주가 폭락을 유도한다거나 약세장에서 자금이 공매도로 몰린다면 시장 자체가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양상은 또 다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문제점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사실상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만 공매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한 거래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익명의 관계자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시장은 더 위축될 것”이라며 ”대주거래 활성화 등을 통해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강화,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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