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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직접 미국에 '비핵화 논의할 의향 있다'고 했다

다만 어떤 비핵화인지가 관건이다.

  • 허완
  • 입력 2018.04.09 14:01
  • 수정 2018.04.09 14:04
ⓒKCNA KCNA / Reuters

 

북한이 5월로 예정되어 있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트럼프 정부에 직접 밝혀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미국은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북한 측이 이런 메시지를 언제, 어떻게 미국 정부에 전해왔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피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주말 사이 북한이 꽤 진지하게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볼 만한 정황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앞서 북한이 비밀리에 미국과 만나 회담 준비를 해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KCNA KCNA / Reuters

 

이와는 별도로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체제 보장과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제공하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우리 체제를 확실히 보증하고, 핵 포기에 따른 전면적인 보상을 받는 게 가능하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김 위원장이 ”미국이 회담에 성실히 임한다면 북미 제네바합의(1994년)와 6자회담 공동성명(2005년) 때보다 핵 포기 사찰과 검증에 적극적이고 개방적 자세로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비핵화까지 시간은 미국과의 협의에서 얼마든지 짧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평양 미국 대사관 설치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TOSHIFUMI KITAMURA via Getty Images

 

이로써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핵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관건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과 의미다. 

앞서 나온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 당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가 앞으로의 협상을 좌우할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WSJ은 ”북한은 비핵화로의 진전은 미국 측의 외교적 경제적 양보와 함께 동시에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며 ”북한의 무기 감축 및 궁극적 폐기 시간표는 트럼프 정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보다 훨씬 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서 병력을 철수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완전히 멈출 때에만 달성될 수 있는 장기적 목표로 비핵화를 정의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또한 미국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조지프 디트라니는 WSJ에 ”김정은이 과거에 비핵화는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던 점에 비춰보면 비핵화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점은 좋은 진전”이라면서도 ”이제 우리는 비핵화에 대한 그의 정의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CVID)’라는 우리의 정의와 비슷한 것인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과거의 사례로 볼 때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핵 위협 제거‘를 의미한다는 것. 여기에는 주한미군 철수, 한국·일본에 대한 ‘핵우산’ 폐기가 포함된다.

그는 WP에 ”내 결론은 이건 새로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많은 매체들은 이걸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의지에 있어 중대한 진전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건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비핵화의 구체적 조건에 대해 비공식 협상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성격대로 정상회담 자리에서 ‘통 크게’ 협상 타결을 전격 선언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긴 하다. 다만 사전에 의제는 물론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 조율되는 게 통상적인 관례다.  

ⓒED JONES via Getty Images

 

한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북한은 워싱턴보다는 평양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몽고와 스웨덴은 각각 자국을 회담 장소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내심 한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전적으로 북-미가 선택하기 나름”이라면서도 ”(한국에서 개최되면) 우리 정부가 표방하는 ‘한반도 운전자론’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정부가 회담을) 지원할 수 있다. (회담 내용) 파악도 쉬울 테고 한-미 공조에도 도움이 될뿐 아니라 그 기회에 북한 쪽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이 너무 많은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려고 할 수 있다며 회담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라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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