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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버린 페트병의 이동 경로를 살펴봤다

페트병은 울산 공장으로, 비닐은 경기 용인·화성 공장을 나뉘어 간다.

ⓒ뉴스1

4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 아파트에 쌓여 있던 비닐봉지들이 수거업체의 차량을 탔다. 환경부의 권유와 아파트 주민들과의 재협상 끝에 이날 업체가 어렵게 수거를 재개했다.

마포·은평·서대문구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이 업체는 우선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회사로 갔다. 거기서 폐비닐은 경기도 고양시 한 선별장으로 보낸다.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이곳에서는 다시 페트병과 비닐이 분리되고 잔재 쓰레기를 털어낸 뒤 비닐은 고형연료를 만들기 위해 충북 음성 공장으로 간다.

이렇듯 서울의 쓰레기는 전국으로 간다. 서울 송파구 공공선별장에 모인 재활용품들도 먼 길을 떠나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모인 페트병은 울산의 한 공장으로 가서 플라스틱 섬유가 될 준비를 한다. 비닐은 경기도 용인이나 화성 공장으로 나뉘어 간다. 이곳에서 대부분 고형연료를 만드는 공장으로 다시 보내진다.

ⓒ한겨레

환경부가 정리한 ‘2016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을 보면, 서울(하루 9608t)은 경기(1만2069t)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생활쓰레기를 많이 내보내는 곳이다. 그러나 쓰레기를 처리하는 능력은 전국에서 가장 부족하다. 서울에서 하루 발생하는 쓰레기 중 매립(766t)이나 소각(2291t)은 물론 재활용(6549t)을 할 시설조차 다른 지자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부 자료에서 업체 현황 등을 보면, 지역 편중은 더욱 뚜렷하다. 서울은 재활용품 수집·운반 업체 수가 133개지만 매립시설은 단 1곳도 없다. 매립시설이 가장 많은 곳은 전남(62곳)이고 그다음은 경북(38곳)이었다. 

재활용 쓰레기는 수집·운반 업체를 통해 선별장에 도착하면 중간처리, 최종처분 단계를 거쳐 재활용되는데 재활용품을 쌓아두는 적환장과 비닐을 압축·파쇄·건조·고형화·연료화 하는 등의 처리시설은 공공이 직접 운영하는 35곳이 있을 뿐 민간업체는 1곳도 없었다. 충북에는 민간업체만 96개, 충남엔 83개가 있다. 경기는 수집·운반 업체가 1200곳이 넘지만 재활용 처리 업체도 71곳이다.

재활용 시설을 갖춘 업체들만 가입할 수 있는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보면, 회수·선별 업체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49곳)였고 서울엔 1곳도 없었다. 연료나 퇴비, 물품을 생산하는 최종 재활용 업체는 서울엔 1곳뿐인 데 견줘 경기는 71곳, 충남은 58곳이었다.

이 통계로 보면 서울에서 나온 쓰레기는 경기·충청 등 남쪽으로 실려가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지방 업체들이 서울 아파트 단지 재활용품 입찰에 들어오는 등 쓰레기 산업은 전국구가 됐다. 처음에는 주로 허가 문제와 비싼 임대료로 인해 경기도 쪽에 자리를 잡았다가 얼마 전부터는 충청 등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2017년도 생활폐기물 관리 예산은 1조715억원으로 1조2161억원을 쓰는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다. 서울이 이 돈으로 많은 쓰레기를 내보낼 수 있었던 것은 재활용 공공처리에 드는 비용을 아파트와 업체들의 민간 계약으로 대신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를 보면, 몇몇 곳에 처리시설이 몰려 있다. 2015년 기준 매립·소각 직전의 처리시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용인시로 9곳이나 됐다. 중간처리 업체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화성이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관계자는 “그 외에도 매립지에 인접한 김포 등에 처리시설이 집중되어 있다. 매립지까지의 물류비 때문이기는 한데 비닐류가 날리거나 냄새가 난다며 민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 처리시설이 계속 외곽으로 밀려나는 탓이 크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고 개발이 덜 된 곳으로 쓰레기 재활용 처리시설이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 등 대도시 쓰레기를 수도권 외 지역이나 소외된 곳이 처리하는 ‘쓰레기 불평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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