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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04일 17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04일 17시 38분 KST

온라인에서 명예훼손, 모욕을 당해 고소할 때 주의할점

실무를 하는 현직 변호사가 아니면 모를 주의사항

huffpost

얼마 전 모 기자분이 ‘온라인 모욕죄 전문 변호사시라면서요!!’ 라면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기자님, 모욕죄 같은 거 전문으로 하면 밥 굶습니다.... 싶었지만 일단 인터뷰에 응했는데요, 주된 내용은 ‘명예훼손이나 무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고소하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주의할 내용을 글로 쓰면 책 한 권이 될 것입니다만, 기자분에게 쏟아놓은 내용, 즉 제가 실무에서 겪었던 ‘꼭 필요한 내용’, 그중에서도 변호사 등에게 가기 전에 꼭 해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하지 않아서 힘들어지는 부분들을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즉 아랫글은 ‘실무를 하는 현직 변호사가 아니면 모를 주의사항’ 들입니다. 이 정도만 주의하셔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고소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캡처는 ‘페이지 인쇄’를 이용하라

많은 분들이 ‘캡처 도구‘등을 사용하거나 ‘프린트스크린’ 버튼을 사용하여 피해당한 내용을 캡처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적힌 페이지의 주소’가 함께 인쇄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경찰, 검찰이 캡처만 가지고 수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든지 합성할 수도 있고, 출처도 불분명한 글을 캡처만 가지고 수사를 할 수는 없어요. 수사기관은 기본적으로 해당 페이지 주소를 통해 사이트 관리자에게 사실을 확인한 후 고소를 진행하는데, 주소를 모르고 단순 캡처만 있으면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특히 글 쓴 사람이 글을 지우고 시간이 지나가면 서버에서도 지워져서 더욱 확인이 힘듭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캡처 내용 어딘가에 페이지의 ‘주소’를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익스플로러로 인쇄를 하면 페이지 하단에(위 그림에서 파란 동그라미 안 부분), 그리고 크롬으로 인쇄를 하면 각 링크 뒤에 주소가 찍힙니다. 저는 평소 익스플로러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명예훼손 페이지 캡처를 할 때는 사용합니다.

 

2. 고소하기 전에 고소할 거라고 알리지 말아라

 많은 사람들은 고소를 하기 전에, ‘너 고소할테니 각오해라’ 같은 종류의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왜 굳이 알리나요? 이렇게 알리게 되면 사람들이 글을 지울 수 있고, 글을 지우면 그만큼 명예훼손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힘들어집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당해 기분이 너무 나쁘면, 대거리하거나 고소할거라 협박하지 마시고 조용히 고소를 진행하십시오. 그러면 훨씬 더 크게 사과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겁니다.

 

3. 신상을 되도록 파악해봐라

이 부분의 내용이 이야기하면 긴데요, 간략히 말씀드리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경우 가장 힘든 것은 피의자를 특정하는 것입니다.

다음이나 네이버같이 가입과 함께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카페 등에서 명예훼손 글을 쓴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수사협조요청을 하면 대부분 자료를 내 주기에 찾기가 힘들지 않습니다. 저도 박x모 와 같은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은 쉽게, 그리고 대부분 피의자를 찾아서 기소에 성공하곤 했습니다.

zhev via Getty Images

그러나 디씨인사이드나 일베처럼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한국 사이트, 그리고 특히 개인정보를 요하지 않는 외국 사이트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팀잇과 같은 경우에는 누가 글을 쓴 것인지 찾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한국 사이트들의 경우에는 수사협조를 해 주기는 하는데, 문제는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이메일과 일부 접속 IP주소뿐이고, 접속 IP주소 등을 통하여 피의자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찾지 못합니다.

외국 사이트들의 경우 수사협조를 해 주지도 않는 경우가 다수이고, 수사협조를 해 주는 경우에도(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수사협조는 그래도 해 주는 편이지만, 텀블러나 트위터는 거의 해주지 않습니다) 접속 IP주소 등의 전체를 공개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아서 역시나 피의자를 찾기 힘듭니다.

결국, 피의자를 찾는 과정이 힘들고,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아예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계정을 만든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고소하는 쪽에서 신상을 최대한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지 알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구글링으로 아이디를 뒤져 본다거나, 다른 글을 통해 신상을 유추한다거나 하는 ‘네티즌 수사대’식의 수사방법은 수사기관이 대개 하지 않아서, 고소인이 직접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억울하고 귀찮아도 신상을 최대한 찾아보십시오.

 

4. 마음을 다스려라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나에게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한 경우, 사실 누군지 찾을 가능성이 절반 이하이고, 또 찾는다 하더라도 특정성, 공연성, 명예훼손 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해 기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또 거기서 절반 이하입니다. 이런 조건들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생각보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그러니 본인이 당한 피해 때문에 고통스럽고 짜증 나도, 조금은 마음을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소는 금방 끝나는 작업이 아니고, 처벌된다 해도 내 고통을 보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고소를 해 두고 기다린다면, 최소한 25%의 사람들은 응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고, 일부 경우에는 합의금 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요는 조금은 느긋해져야 합니다.

 

요약:

  1.  ‘페이지 인쇄’를 이용하여 명예훼손/ 모욕 글의 주소가 드러나게 캡처해라
  2. 고소한다는 내용을 밖에 이야기하지 말고 고소하라
  3. 피의자의 신상을 최대한 파악해라
  4. 조금은 느긋해져라

이외에 특정성 공연성 요건이 무엇인지,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뭐고 허위사실은 뭔지, 어디에 고소를 해야 하는지, 고소장을 쓰는 방식은 어떤지 등등 필요한 이야기들은 많습니다. 다만 이런 내용들은 인터넷에 이미 많이 올라와있기도 하고, 주변의 변호사 등에게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어서 일단 이 글에서는 생략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해당 내용에 대해서도 글을 올려 보겠습니다..

*이 글은 필자의 스팀잇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