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4월 04일 18시 14분 KST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무역 제재를 위해 내놓는 ‘관세 폭탄’ 품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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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구 상에서 경제력 1·2위를 다투는 두 나라가 통상 갈등을 빚게 된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 무역주의’ 선언과 관련이 깊다. 

전쟁의 서막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행정명령에 서명을 할 때 이미 예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제품 등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내용을 뼈대로 한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중국은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사이버 도둑질을 했다”라고 언급한 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역사상 가장 큰 적자”라며 관세 조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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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에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고 선언하자 중국 정부도 곧바로 보복 조처에 나선 바 있다.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다음날인 3월23일 미국산 신선·건조 과일과 와인, 강관 등 120개 품목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미국산 돈육과 재활용 알루미늄 등 8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당시 중국 상무부가 언급한 관세 인상 품목의 중국 내 수입 규모는 연간 30억 달러 수준이다. 미국이 주장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에 따른 피해액(연간 500억 달러)보다 작다. 그러나 과일 등 농산물의 주요 생산지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많은 지역이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큰 정치적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세 부가 방침을 밝히면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미·중 협상은 미국 국내법이 아닌 국제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온도를 높여가던 두 나라의 무역 충돌은 힘겨루기 국면에서 봉합되지 못하고 더욱 악화됐다. 미국이 4월4일(현지시간) 추가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을 발표하고, 해당 품목에 대해 25%의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수입품 항목은 고성능 의료기기와 바이오 신약 기술 및 제약 원료 물질, 산업용 로봇, 전기차, 발광 다이오드, 반도체 등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미래산업용 품목들로,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 정책에 타격을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발표 뒤 한 시간 만에 보복 조처를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가 같은날 공개한 조처를 보면,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화공품, 항공기 등 106개 제품에 대해 모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017년 기준 중국에 수입된 미국산 제품 가운데 500억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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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 받으며 무역 전면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통상 갈등에 따른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4월4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미국·중국에 수출하는 비중은 전체 수출액의 36.7%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한국무역협회는 “대만·일본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라며 “미국이 중국에 수입을 규제하면, 한국·일본·독일 등은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커 수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는 두 나라 사이의 통상 분쟁이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기 보다는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 실패해 500억 달러 규모의 품목에 대한 제한적인 통상 제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미국이 제한적인 대중국 통상 제재에 나설 경우 한국의 수출액이 1억9000달러 정도 줄어들 수 있지만, 통상 분쟁이 확대될 경우에는 367억 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