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페북에 번진 ‘로힝야 증오’가 야만적 인종청소 불질렀다

“저커버그와 동료들이 어떻게 밤에 잠을 잘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저커버그와 동료들이 어떻게 밤에 잠을 잘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미국의 디지털 연구·분석가인 레이먼드 세라토가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인종청소와 페이스북 증오 게시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뒤 3일 영국 <가디언>에 한 말이다. 미얀마에서 유일한 ‘정보 창구’인 페이스북에 로힝야 혐오 게시물이 확산된 것이 참혹한 인종청소의 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인권이사회(UNHRC) 국제조사단 단장도 “페이스북이 (미얀마) 내부로부터 악감정과 불화, 충돌 수위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Marko Djurica / Reuters

 세라토는 회원 5만5000명을 둔 미얀마의 불교 극단주의 그룹 ‘마바타’ 지지자들의 페이스북 게시물 1만4720개를 분석했다. 2016년 초 게시물부터 분석했는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미얀마 경찰 초소를 대대적으로 공격한 직후인 지난해 8월24~25일부터 하루 10건 이내였던 게시물 숫자가 갑자기 250건가량으로 치솟았다. 이후 인종청소가 개시됐고 로힝야족 65만명 이상이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떠났다.

세라토가 양적 변화를 분석했다면, 미얀마의 ‘헤이트 스피치’ 분석을 이끌어온 전쟁과평화연구소의 앨런 데이비스는 질적으로 심상치 않은 전조 현상을 목격했다. 그는 “8월이 되기 몇달 전부터 페이스북 게시물이 더 조직화되고 혐오를 조장했으며, 더욱 군사화된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의 연구팀이 발견한 페이스북 조작 글 가운데는 “양곤의 이슬람 사원에서 슈웨다곤 파고다(양곤의 유명 불탑) 등을 폭파시키려고 무기를 비축하고 있다”는 전형적인 선동글도 있었다. 데이비스가 정부에 이를 알렸으나 당국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며, 지역 언론인은 신변 안전을 우려해 보도를 거부했다.

약 5300만명의 미얀마 인구 중 1400만명 이상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2014년까지 인터넷 접속 인구가 1% 미만이었으나, 2016년 남아시아에서 최대 페이스북 사용 국가가 됐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2016년 보고서를 보면, 미얀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유일한 ‘인터넷 정보 진입로’로 생각할 뿐 아니라 페이스북 게시물을 ‘뉴스’로 여기고 있다.

ⓒJonathan Ernst / Reuters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도 2일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로힝야 사태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인했다. “어느 토요일 아침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갈등의 양쪽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선동적인 메시지를 유포하려 한다는 것이었다”며 “무슬림들에게 ‘불교도들이 폭동을 일으키려고 하니 빨리 무장하고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이후 반대편(불교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사람들이 상대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려고 우리의 도구를 사용하려 한 명백한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우리 시스템은 그런 사건이 또 일어나면 이를 감지하고 그런 메시지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불교도와 무슬림 간 방화·폭력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던 스리랑카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하린 페르난도 스리랑카 통신부 장관은 “온 나라가 몇 시간 안에 불타버릴 수 있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증오 게시물 확산의 폐해를 설명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혐오 #로힝야 #미얀마 #저커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