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라스 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6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범행 동기는 알 수 없다

불과 10분 만에 58명을 죽이고 800명 이상을 다치게 했다.

ⓒISABELLA CARAPELLA / HUFFPOST

6개월 전 따뜻했던 일요일 밤, 스티븐 패덕은 만달레이 베이 호텔 32층의 스위트 룸에 투숙했다. 간이 영상 감시 시스템을 만들고, 총을 장전하고 라스 베이거스 스트립의 콘서트 관객 22000명에게 마구 발포했다. 미국 현대사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64세의 패덕은 노름꾼, 은퇴한 회계사, 부동산 투자가였다. 그는 루트 91 하베스트 뮤직 페스티벌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1100발 이상을 발사하여 불과 10분 만에 58명을 죽이고 800명 이상을 다치게 했다. 마지막으로 총을 쏜 뒤 약 한 시간 후에 경찰이 스위트 룸에서 총으로 자살한 패덕을 발견했다. 패덕은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대학살이 일어난지 불과 몇 시간 뒤에 수사가 시작되었다. 그뒤 몇 달 동안 라스 베이거스 경찰과 FBI는 21000시간 이상의 영상과 20만 개의 이미지를 리뷰했다. 최소 43명을 심문했다. “패덕의 삶의 모든 면을 살폈다.” 1월의 초기 보고 내용이다. 아직 이 이상 발표된 내용은 없다.

당국은 패덕이 총기 난사를 꼼꼼하게 계획했다고 결론내렸다. 패덕은 여러 자루의 총기와 수천 발의 총탄을 준비했다. ‘여름 콘서트 2017’, ‘미국 최대 규모 야외 콘서트장’을 웹에서 검색했다. 그 날 범행을 저지른 동기가 무엇이었을지 수사관들은 알아내려 했다. 오래된 도박 습관이었을까?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점점 멀어졌기 때문이었을까? IS의 테러에 영향을 받았을까? 그의 행동이 갑자기 바뀐 것일까?

 

자기 돈을 쏟아부은 도박 습관과 영문을 알 수 없는 주장

 

FBI에서 행동 분석을 했던 앤드류 브링겔에 의하면 FBI 수사관들은 범죄자의 동기를 알아낼 때 네 가지 주요 관점을 살핀다고 한다. 브링겔은 이번 수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정치적이나 사회적 동기가 있을 경우 범죄자는 보통 자신의 관점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한다. 자신들의 이론이나 믿음을 알리는 성명서를 남긴다. 개인적이거나 경제적 동기가 있을 때면 증거가 그만큼 노골적으로 남지는 않을 수 있으나, 재정 상황이나 가족력 등에서 단서가 발견되곤 한다. 여러 가지 동기가 동시에 작용할 때도 있다.

패덕은 정치적 성명이나 선언물을 남기지 않았다. 범죄 현장, 집, 개인 물건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 후 불과 몇 시간 뒤 IS는 자신들의 프로파간다 뉴스 통신 아막을 통해 자신들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관들과 극단주의 전문가들은 이 주장에 어리둥절해 했다.

패덕이 이 공격에 대해 다른 사람들 혹은 단체와 연락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급진화되었다거나, 테러리스트 조직의 지원이나 관리를 받았다는 증거, 심지어 특정 사상에 경도되었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패덕이 이슬람으로 개종했다는 증거 역시 없으며, ISIS는 관여에 대한 아무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

“우리가 아는 한 미국 내 다른 ISIS 사례에 관련된 어떤 요인들도 이 사람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과 IS의 관계를 면밀히 연구한 전략적 대화 연구소(Institute for Strategic Dialogue)의 아마나스 아마라싱감의 말이다.

ⓒMike Blake / Reuters

그러나 ISIS는 지금도 이 사건이 자신들의 범행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이들의 범행 관련 주장은 신빙성이 있었다고 SITE 인텔리전스 그룹의 리타 카츠는 말한다.

“ISIS는 실제로 저지르지 않은, 피해자가 대거 발생한 외부 사건을 이용하기로 할 정도로 상황이 절박했던 것인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만약 그랬다면, ISIS는 수사관들이 실제 동기를 찾을 수 없는 사건을 찾아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할 만큼 운이 좋았던 것일까? 그것도 가능은 하지만 확률은 훨씬 낮아보인다.”

패덕의 재정 상태 역시 의문을 제기한다. 패덕이 도박을 즐겼다는 것은 명백하다. 수많은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며 한 번에 수만 달러를 걸었고, 돈을 많이 써서 카지노에서 무료로 숙식을 제공받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패덕이 자신이 번 돈과 부동산 거래를 통해 도박비를 댔다고 결론내렸다. 부채는 없었고 총기 난사 사건 이전에 도박빚을 다 갚았다.

그러나 패덕은 2015년 이후 ‘상당한 재산’을 잃었다고 클라크 카운티의 조 롬바르도 보안관은 말한다. 또한 그로 인해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한다.

 

패덕의 뇌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명확한 동기가 없었던 터라, 관심은 자연스레 패덕의 정신 상태로 모아졌다. 패덕의 형제 에릭은 패덕이 갑작스레 극단적인 사건을 저지른 것에 충격받고 할 말을 잃었다. 사건 후 며칠 동안 패덕이 일종의 뇌 질환 때문에 범행한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

정신 건강과 폭력의 관계는 복잡하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폭력적이지 않은 것처럼, 일종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 역시 폭력적이지 않다. 사실 일반적으로 보면 정신질환은 폭력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더 높인다.

정신질환과는 무관하게, 뇌 특정 부위의 질환이나 손상은 공격성, 의사 결정, 충동 등을 조절하는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요인들은 폭력적인 행동 감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패덕이 사건 전까지 고통을 겪었을지도 모른다는 징후들도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패덕은 친구와 가족들에게 “몸이 안 좋다, 고통스럽다, 피곤하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한다. 패덕의 여자친구 메릴루 댄리는 패덕이 사건 전 몇 주 동안 이상하게 행동했다고 당국에 말했다. 사건 몇 년 전부터 ‘동떨어진’ 상태가 되었고,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이상 친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관들은 패덕의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는 패덕이 ‘괴상하고 감정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패덕이 조울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하기를 패덕이 거부했다고 했다. 패덕이 약물을 남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전반적인 의약품 전체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불안 치료를 받을 때도 패덕은 항우울제 처방을 거부했다.

12월에 스탠포드 대학교의 한네스 보겔 박사가 패덕의 뇌를 부검했다. 총에 맞았고 해부된 적이 있었던 터라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보겔은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노화와 관련된 일반적 변화의 증거를 발견했다. 혈관이 좁아지고 혈류를 줄여 뇌의 혈관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아테롤성 동맥 경화증 등이 있었지만, 보겔은 이것이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이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알츠하이머와 간질을 앓거나 뇌졸중을 겪은 사람들의 뇌 표면에서 발견되는 비정상적 구조인 녹말 양소체가 아주 많았다고는 한다. 그러나 이는 뇌가 노화되며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보겔에 의하면 녹말 양소체의 위치가 흥미롭다고 한다. 해마(학습, 기억, 감정과 관련된 부분)와 아랫부분, 전두엽(행동 및 성격과 관련된 부분)에서 발견되었다.

ⓒLVMPD

패덕의 뇌에서 녹말 양소체가 많이 발견되긴 했지만, 보겔은 이와 관련된 질병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녹말 양소체와 관련된 실제 질병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여러 분야에서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보겔 부검 결과에 관심을 가졌다. 녹말 양소체와 패덕의 범죄 사이에 연관이 없다고 본 과학자들이 있는 반면, 영향이 있었을 거라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패덕의 동기에 대해 더 많이 안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패덕 씨의 비정상적 중앙 측두엽 병변과 엄청나게 비정상적인 공격적 행동 사이의 인과 관계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가능한 설명이다.” 외상, 인간의 공격성, 테러리즘 전문가인 USC의 신경학 및 정신과 교수 제프 빅토로프 박사의 말이다.

“해마, 편도체 주위의 뇌 손상은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염, 종양, 혈관 손상, 신경원병성, 형성 부전, 지금 경우처럼 녹말 양소체의 집중 등, 문제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뇌 변화와 폭력의 관계 등을 연구하는 독일 마그데브루크 대학교의 정신과 및 심리 세라피 교수 베른하르트 보거르츠의 말이다.

그러나 보거르츠에 의하면 폭력적인 행동 사례 대부분 비정상적 뇌 구조는 여러 원인의 하나에 불과하며, 유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현재의 사회적 스트레스 등이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누구나 추측은 자유지만, 신경 병리학적 관점에서 나는 검토할 만큼 했다. 그의 공격성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내가 병리학자로서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녹말 양소체에 대한 관심과 의문에 대해 보겔은 밝혔다.

또한 전공 서적인 ‘병리학자를 위한 조직학’ 일부를 인용하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의 경우 녹말 양소체가 놀라울 정도로 많긴 하나 병리학적 중요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알려지지 않은 병리학적 과정이 있다는 가능성은 물론 존재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의미는 알 수 없다.” 보겔의 말이다.

ⓒLVMPD

 

″그에게는 동기가 있었다”

트라우마가 된 사건의 동기를 밝히는 것은 생존자, 주변인들, 대중에게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미래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공공 정책에 정보가 될 수 있다. 왜 어느 인간이 그토록 끔찍한 행동을 저질렀을까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궁금증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인간의 사회적 조직에는 타인들의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을 이해하고 싶다는 강력하고 가치있는 충동이 존재한다.” 빅토로프의 말이다.

“내가 본 바로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난 이유를 알았을 때 더 편안하게 느낀다.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때, 원인이 밝혀지면 사람들은 이 문제에 해당하는 독립적 이유가 있고, 우발적 이유 때문에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다. 통제감을 갖게 해준다.” 예일 대학교 의대 신경학 조교수이자 신경심리학과장인 프랭클린 브라운 박사의 말이다.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수사는 진행 중이며, 패덕의 피해자와 가족들은 지금도 답을 기다리고 있다.

FBI의 전직 행동 분석가 브링겔에 의하면 언젠가 밝혀질 희망은 아직 있다고 한다.

“우리가 동기를 모른다고 해서 동기가 없다는 건 아니다. 스티븐 패덕은 자기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프로로서, 스티븐 패덕이 이유없이 그런 행동을 했을 수는 없다고 말하겠다. 그에겐 이유가 있었다.”

*허프포스트US의 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미국 #사망 #사고 #총기난사 #총기 #라스 베이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