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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분리수거가 갑자기 금지된 이유

"돈이 안 된다"

경기도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도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하지 말라고 주민들에게 알려 ‘재활용 쓰레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는 비닐과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의 배출과 수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1일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최근 화성과 용인 등 일부 경기도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체들이 페트병을 비롯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일절 수거하지 않겠다고 아파트 쪽에 통보했다. 1200여가구가 사는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 단지는 지난 28일 이런 공문을 받고 일주일에 약 5t씩 발생하던 플라스틱류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 중이다. 화성시와 용인시는 아파트 주민들의 문의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난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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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를 둘러싼 혼란은 최근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일부 아파트와 계약한 재활용업체들이 앞으로 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주민에게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플라스틱도 받지 않겠다는 업체까지 생겨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태의 원인은 중국의 24개 재활용품 수입 중단 조처로 페트병 등 재활용품의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처음에 문제가 된 폐비닐이나 스티로폼은 중국 수출품은 아니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수거를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고형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 가동을 줄이는 상황이다. 한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올해 초 중국의 폐자원 수입 규제 이후 플라스틱 값이 곤두박질치면서 플라스틱 구매 업체에 넘기는 가격이 1㎏당 90원에서 20원으로 떨어졌고, 심지어 돈 주고 수거한 것을 공짜로 넘기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쓰레기 처리는 기초자치단체장이 해야 한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들이 자체 수익을 얻기 위해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재활용품의 처리를 민간 업체에 맡기고 있다. 현재 지자체는 주로 단독주택과 상가, 100가구 미만의 작은 아파트단지 등의 쓰레기 전체와 아파트 단지의 일반 쓰레기만 처리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민간이 처리하는 재활용품 물량은 약 80%로 알려졌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들이 재활용품을 팔아 남긴 수익은 적게는 연간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활용품의 가격이 좋을 때는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이를 처리하다가 이제 수익이 안 나자 구나 시에 떠넘기려 한다. 아파트 단지가 재활용품 수입의 일부를 비용으로 사용하든지 아니면 모든 재활용품의 처리를 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닐과 플라스틱 재활용품은 수익이 나지 않지만, 고철·종이 등은 여전히 수익성이 있다.
서울시는 이 문제 해결에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역할이 크다고 보고 참여와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서울시는 ‘폐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라’는 일부 아파트 단지의 안내는 위법해 내리도록 요구한 상태다. 대신 ‘비닐은 투명한 비닐봉투에 담아서 재활용품으로 배출해달라’는 내용을 붙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먼저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또 아파트 단지들은 스스로 재활용품 판매 가격을 낮추든지 아니면 이 업무를 지자체에 통째로 넘겨야 한다. 다른 나라처럼 공공에서 처리하고 생산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파트관리사무소가 분리수거 중단을 공지하는 것은 법규 위반이어서 지자체를 통해 시정하도록 조처했다. 수거하지 않겠다는 업체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수거가 안 되면 지자체가 직접 수거하는 계획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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