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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금융감독원장 김기식에 대해 알아보자

'모피아 저격수'로 통하는 사람이었다

  • 백승호
  • 입력 2018.03.30 17:45
  • 수정 2018.03.30 17:50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개혁 성향의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더미래연구소장)이 임명됐다.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정치인 출신이자, 시민단체 출신이 금감원장을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장 자리는 그동안 주로 금융관료가 독식해왔으며, 전임 최흥식 원장이 첫 민간 출신이었다.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모피아 저격수’로 불리운 김 내정자의 향후 행보에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0일 최근 사임한 최흥식 원장 후임으로 김 전 의원을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는 “(김 내정자는) 참여연대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개혁적 경제 정책을 개발해왔다. 현재 여러 도전적 상황에 직면한 금감원의 혁신과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적임자로 봤다”고 임명 제청 배경을 밝혔다.

김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1994년 참여연대 창립 멤버 중 한명으로, 대표적인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정책위원장 등을 맡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 등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의 등판으로 참여연대 출신 경제통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삼각편대’를 형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과거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경제개혁센터에서 재벌개혁 운동 등을 주도한 바 있다.

김 원장이 ‘금융 분야’에 뛰어들게 된 것은 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에 당선되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야당 간사를 맡으며 금융관련 정책과 입법 과정에서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 재벌 금융계열사가 포진한 2금융권을 규율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이나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지분 한도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를 강화한 은행법 개정 등을 주도한 것도 그였다.

특히 김 원장은 국회에서 금융관료들과 격렬한 언쟁을 벌이며 ‘모피아 저격수’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의 의정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인사는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에 대해선 강하게 몰아부치는 성격 때문에 주변에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절충과 타협에도 능한 편이다. 그래서 당시 보수정부는 그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면서도 ‘말이 통하는’ 사람으로 봤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최 전 원장의 갑작스런 낙마 이후 후임자를 물색할 때 처음부터 김 내정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전현직 관료출신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다른 분야에 견줘 금융분야는 개혁 드라이브가 늦게 걸리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있다. 김 원장의 추진력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법률’ 제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 개정 등 재벌그룹의 이해와 충돌하는 개혁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으로 실추된 금융당국의 권위를 다잡는 것도 과제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간의 관계는 종전보다 긴장이 감돌 것으로 보인다. 정통 금융관료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김 원장이 의원을 지내던 시절,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바 있다. 김 원장은 과거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금융 부문을 떼어내 금융위의 금융정책 부분을 합쳐 금융부를 만드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감독은 금감원의 몫이 된다. 따라서 금융관료들이 꺼려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김 원장이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낼지 관심이다. 혁신성장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다만 그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관료들과 엇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최근 ‘부실기업은 모두 살려야 하는가’라는 제목을 단 언론기고문에서 “파장을 우려해 연명책을 쓰기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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