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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가 밝힌 무한도전을 끝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이해되면서도 마음이 아픈 이야기

김태호 PD는 30일, MBC에서 열린 무한도전 종영 기자간담회를 통해 무한도전에 대한 생각과 그간 밝히지 않았던 에피소드, 그리고 힘들었던 점을 털어놓았다.

 

ⓒ뉴스1

 김태호는 무한도전의 성공이 자신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무한도전이) 큰 특집을 지향했던 건 아니지만 가끔 너무나 칭찬받고 끝난 특집들. 가요제나 ‘배달의 무도’, 역사 특집 이런 것들을 하고 나서 호평 받았을 때는 이번 주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음 주가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큰 특집을 하고 나면 제작진들이 소진돼서 다음 주 특집을 준비하는 데 너무 힘든 경험을 했다. 항상 큰 특집을 준비하면서 저희한테 칭찬해주시는 글들보다 더 두려웠던 게 다음 주 방송이었다. 그래서 소감을 물어봐도 답을 못했던 게 머릿속에는 온통 ‘다음 특집을 어떻게 할까’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2010년 이후로 (기존과는)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생각에 서운한 적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이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정해진 게 없고 기존 방송 화법을 봤을 때 ‘부적합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려오다가 가장 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되면서 시작과 달리 지켜야 할 룰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8년 이후부터 범주, 카테고리가 생기고 2010년 넘어오면서부터는 더 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얘기는 지난 2008년도에도 얘기도 했다. 그때부터 시즌제 얘기도 했다. 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분들께 만족감 높은, 고생한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시청자들도 보다 익숙해지면서 신선도를 찾아내는 걸 동시에 병행하기 쉽지 않고 보완도 어떻게 할까 고민도 많았다”면서 ”저는 저보다 ‘무한도전‘을 주어로 놓고 질문을 던졌었다. 이렇게 멈추게 된 것도 ‘내가 쉬어야지‘가 시작이 아니었고 ‘무한도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좋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으로 이렇게 결정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이 변했던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는 “2006~9년까지는 잘 된 에피소드가 빽빽하게 많았다. 캐릭터도 생성되고 그들 사이 새로운 ‘케미’(케미스트리)도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 스토리텔링이 부가되면서 상당히 재밌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태호는 “그 이후엔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 정도로 제작진의 고통이 보이더라”며 ”평균 이하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무한도전은 2017~8년까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캐릭터의 ‘평균 이하’란 이미지가 사라진 것 같다”고 전했다.

김 PD는 이어 ”사회에서 고민해볼 것들을 화두를 던져보려 했다. 역사에 대한 것들, 선거제도 같은 것들, 국민의원 특집처럼 결론을 내리기보다 삶의 기여라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몽주의적으로 보여서 불편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1년에 한 번쯤은 우리의 의무를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도 시청자들이 고민하는 것들을 담아보려 하다 보니 성장했던 시간 같다”고 말했다.

ⓒ뉴스1

김태오 PD는 멤버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유재석이 없었으면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이게 될까?‘라는 논의를 유재석과 많이 해왔다. ‘자신 있게 해보자, 안 되면 말고’라는 말에 공감을 해줬던 사람”이라며 ”유재석씨가 다음 주부터 공허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홍철을 무한도전에 다시 데려오기 위한 노력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작년에 노홍철씨를 어떻게 하면 데려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서로 어려움을 확인했다”며 ”그래서 조세호씨를 생각을 했는데 파업으로 인해 합류가 늦어졌다”면서 ”조세호씨는 짧은 여행을 한 것 같다고 하더라. 본인은 칭찬만 받다가 멈추기 때문에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형돈에 대해서는 ”정형돈씨가 어제 종방연에서 인사를 하고 갔다”며 ”그가 가진 아픔을 좀 더 빨리 알고 챙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무한도전 이후에 계획에 대해 그는 ”저도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길 하면 좋겠지만 시즌이다, 아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없는 이유는 머릿속에 구상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다음 시즌을 확정지으면 또 다른 숙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돌아올 수 있다면 너무 좋을 테지만 돌아오려면 총알이 많이 준비돼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준비 없이 돌아오게 된다면 실망감을 드릴 수 있어 자신 있게 말씀을 못 드린다”며 ”여러 기획 중에서 MBC에서 ‘이거 해보자’고 하면 다시 이 자리에서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종편영입설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 거취에 대한 찌라시가 돈다고 하더라. 6년 전부터 너무 많이 들었다. 제작사를 차려주겠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무한도전‘에서 일하는 PD로만 생각해왔지 (제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거나 답을 한 상황이 없다”며 ”‘무한도전’을 사랑했던 것보다 더 큰 제안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 ”사실 저는 무한도전을 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색깔”이라며 몇 년 전부터 무한도전의 색깔을 지켜가는 게 힘든 상황이 돼서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고 자괴감까지 왔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떻게 하면 색깔을 찾아갈까 무한도전 색깔이 곧 제 색깔이라 앞으로는 그 색깔을 채우는데 시간을 쓸 것 같다. 제가 13년 동안 거의 저녁에 가족과 밥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앞으로는 가족과 밥을 먹으면서 아들 한글 공부도 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MBC

김태호 PD는 끝으로 “13년이라는 인연이 정말 긴 인연인데 멤버들이 얼마 기간 동안인지 모르겠지만 각자 활동도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멤버들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응원하면서 익숙해지면 언젠가는 또 빠른 시간 내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질책이 싫어서 귀를 닫은 게 아니었다. 방송을 내야 하니까 괴로웠다. 재미없는 것은 저희가 더 잘 안다. 재미없는데 재미있는 척 예고를 내야 했는데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은 31일, 마지막 방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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