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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궁1호가 머리 위로 떨어지면 피해보상 받을 수 있을까

톈궁1호 추락을 계기로 ‘우주보험’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 김성환
  • 입력 2018.03.30 16:51
  • 수정 2018.03.30 16:54
ⓒAFP via Getty Images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1호’가 한국 시간으로 이르면 3월31일 정오, 늦어도 4월1일 정오에 태평양 일대에 추락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우주환경감시기관(NASSAO)’이 내놓은 톈궁1호의 한국 추락 확률은 3600분의 1이다. 

추락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톈궁1호와 같은 우주정거장 또는 인공위성·우주비행체가 우리 머리 위로 떨어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바로 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이다.  

우주에서 떨어진 물체에 대한 사고 보상을 처음 언급한 건, 국제연합(UN)이 1966년 만든 이른바 ‘외기권 조약(우주물체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국제책임에 관한 협약)’이다. 유엔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는 이 조약에는 이른바 ‘우주 물체’ 때문에 발생한 손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언급하고 있다. 

“발사국은 자국 우주물체가 지구 표면에 또는 비행중의 항공기에 끼친 손해에 대하여 보상을 지불할 절대적인 책임을 진다.” (외기권 조약, 제2조)

“손해를 입은 국가 또는 자국의 자연인 또는 법인이 손해를 입은 국가는 발사국에 대하여 그러한 손해에 대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외기권 조약, 제8조 1)

ⓒVCG via Getty Images

그러나 우주물체가 도심 한 가운데에 떨어졌을 때 발생할 피해 보상금은 막대하다. 

우주산업이 큰 손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우주보험’이라는 상품이 이미 1965년부터 등장했다. 

미국 정부 지원으로 세워진 통신업체 컴샛(Comsat)은 1965년 4월 이른바 ‘얼리버드’로 불렸던 최초의 상업 통신위성인 인텔샛I(Intelsat I)을 쏘아 올리면서 처음으로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연구원의 2009년 보고서를 보면, 이른바 우주보험은 ‘발사 전’과 ‘발사단계’ 그리고 ‘궤도운용’ 세 가지 단계로 나눠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발사 전 보험은 발사체 등을 보관하거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보상하는 상품이다.

발사단계에 해당하는 발사보험은 발사체를 쏘아 올린 뒤, 인공위성 등 물체를 궤도에 안착할 때까지 벌어지는 기능손실이나 사고에 대해 보상을 해준다. 

그밖에 궤도보험은 궤도를 운행하다가 위성 본체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톈궁1호의 경우, 궤도를 이탈해 지구를 향해 추락을 시작하게 되면 궤도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런 경우를 감안해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이들이 드는 보험이 ‘제3자 배상책임보험’이다.

발사체 등이 지구로 떨어져 선박이나 인명 등에 피해를 끼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험연구원은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경우 특정 임무의 최대가능손실 또는 발사체의 종류 등에 따라 최고 5억 달러까지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요구할 수 있다”라며 “일반적으로 1억4000만~2억 달러 정도의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o New / Reuters

우주보험은 가입 방식도 까다롭다. 보험 설계사를 만나서 덜컥 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험 부담이 큰 탓에 보험사들은 발사체 제작사가 어디인지, 인공위성 등 우주물체가 어떻게 설계됐는지 등을 자세히 살핀다. 

한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이뤄진 인공위성 사업 보험 담당자는 우주보험을 가입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재보험사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가입을 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위성보험은 판매자 시장이지 구매자 시장이 아니다. 그래서 위성을 쏘아 올리는 당사자가 자신들이 발주하여 만든 위성체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발사체는 얼마 나 신뢰성 있는 것을 사용하는지 전 세계 재보험사를 돌 아다니며 보험 가입해 달라고 요구하러 다녀야 한다.” (장원호 한국전파진흥원 정책연구실 기술융합연구부장, 2009)

한국에서는 1996년 쏘아올린 인공위성 무궁화1호가 궤도에서 벗어난 뒤, 궤도진입에 필요한 자체 연료사용으로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든 바 있다. 

당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한국통신(현 KT)은 우주보험 상품으로 영국 재보험사 로이드로부터 보험금을 받은 적이 있다.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그 뒤 러시아 발사체에 실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나로호’를 쏘아 올릴 때에도 우주보험을 들었다. 

당시 나로호에 대한 보험에는 한국 보험회사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참여했다. 삼성화재를 중심으로 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흥국화재·롯데손해보험 등 10곳이 참여했다. 

전자신문 보도를 보면, 나로호가 세 번째 발사를 진행한 2012년 10월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은 나로호는 발사 전 보험으로 3400만원(최대 132억원 보장), 제3자 배상책임보험으로 2억5000만원(최대 2000억원 보장)을 내고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앞서 나로호는 발사과정에서 두 번이나 실패를 했지만 보험금을 받진 못했다. 2009년 8월 첫 발사 당시 궤도진입에 실패했지만, 발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어서 보험료를 받지 못했으며, 2010년 6월 두 번째 발사 당시에는 아예 비행체가 폭발했다. 그러나 폭발 잔해가 인명·재산 상 피해를 주지 않아 보험금이 지급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제3자 배상책임보험이 한없이 유지되는 건 아니다. 대부분 1년 안팎으로 보험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톈궁1호의 경우, 추락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보험금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경우 보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설혹 가입했다 해도 발사 후 이미 7년이 경과한 톈궁 1호의 보험 효력이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정책팀장, 동아사이언스 3월22일)

결국 UN의 외기권 협약을 근거로 중국 정부에 보상을 요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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