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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마케터가 ‘올해의 컬러’를 중시하는 이유

LG, 삼성, CJ, 빙그레까지.

  • By HuffPost Korea Partner Studio
  • 입력 2018.04.05 11:30
  • 수정 2018.04.05 13:33

″무슨 색 좋아해?”라고 질문 받은 적이 언제인지, 아마도 가물가물할 것이다. 한때는 좋아하는 색깔로 성격과 심리를 파악하는 심리테스트(?)가 유행했지만 요즘은 재미 삼아서라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컬러’에 대한 관심이 식은 걸까? 그건 아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컬러를 중시하는 분위기.

파스텔톤의 예쁜 카페는 아무리 골목골목에 숨어있어도 기어코 찾아내고, 유료 색보정앱 하나쯤은 써본 적 있는 색감에 민감한 우리가 아니던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인데, 원하는 컬러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비슷한 디자인을 찾아내 딱 생각하던 컬러를 집에 들여놓은 당신은 조금 더 하이칼라(?)다. 

ⓒMATJAZ SLANIC via Getty Images

컬러가 라이프스타일을 리드하는 요즘 #컬러홀릭

컬러는 더이상 단순한 취향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 컬러는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들어와 구매를 결정짓기도 하는, 브랜드에서 함부로 여겨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올해의 컬러’가 발표되기 무섭게, 앞다투어 마케팅에 열을 쏟는 브랜드를 보면 그 위력을 더더욱 체감할 수 있다.

ⓒKrasimir Georgiev / EyeEm via Getty Images

일명 ‘컬러마케팅‘인데, ‘스타벅스’ 하면 ‘초록색’, ‘코카콜라’ 하면 ‘빨간색’이 떠오르는 것처럼 컬러는 브랜드를 각인 시키기에 강력한 도구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들은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메인 컬러를 정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할 때 ‘이 곳‘에 도움을 요청하곤 하는데, 바로 글로벌 컬러연구소 ‘팬톤(PANTONE)’이다.

ⓒwinhorse via Getty Images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

팬톤은 매년 ‘올해의 컬러(Color of the Year)’를 발표한다.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 벌써 19번 째 컬러다. 이는 단순한 컬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모든 요인들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팬톤이 컬러심리학자와 경제학자를 고용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조금 과장하자면 팬톤이 제시하는 컬러는 시대의 정신을 보여주며 삶의 방향성을 제안하기까지 한다.

로리 프레스만 팬톤 회장 역시 ”‘올해의 컬러’는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나타내는 것을 넘어 그 시대의 니즈를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7년 컬러는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그리너리’였다. 이쯤 되면 올해는 어떤 컬러로 물들게 될지 궁금할 것. 

ⓒIN2 Focus Media via Getty Images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PANTONE 18-3838)’. 팬톤은 이 컬러를 올해의 색으로 선정했다. “독창성과 창의력,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을 표현한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팬톤의 총괄디렉터이자 색채연구소장 리트리스 아이즈먼(Leatrice Eiseman)은 ”우리는 현재 창의력과 상상력이 모두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울트라 바이올렛에 담긴 창의적 영감은 우리의 의식과 잠재력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Getty Images

그렇다면 올해의 컬러에 대처하는 브랜드들의 마케팅 사례를 살펴보자

화장품, 패션, 식품, 스마트폰, 자동차업계까지.

‘올해의 컬러’를 적용한 사례를 모아봤다. 

#올리브영 

빛보다 빠르게 컬러를 입히다

올리브영은 ‘올해의 컬러’가 발표된 지 한달 후, 팬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1월 울트라 바이올렛 컬러의 ‘울트라 플래너 키트’를 출시한 바 있다. 왜 하필이면 화장품이 아닌, 다이어리였을까? 심지어 판매용도 아니었다는 사실. 정해진 기간 안에 4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증정하는 키트로 제작됐다.

시의성있는 마케팅으로 제품구매를 유도하다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야 많지만, 시의적으로도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다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재미있다고 느껴서 확산할 만한 캠페인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은 브랜드마케터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다.

ⓒinstagram

올리브영이 팬톤과 손잡고 진행한 마케팅은 ‘올해의 컬러’가 가장 이슈가 된 시기에,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다이어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컬러마케팅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이번 마케팅은 ‘트렌드세터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지향하는 올리브영으로서 가장 트렌디한 컬러를 통해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욱 돋보이고자 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올리브영이 플래너에 트렌디한 올해의 색상을 더해 키트를 구성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wundervisuals via Getty Images

#LG생활건강 VDL 

팬톤과의 오랜 콜라보 역사 ~ since 2015

트렌드에 민감한 코스메틱 브랜드들의 콜라보는 조금 더 역사가 깊다. LG생활건강 코스메틱 브랜드 VDL은 아시아 코스메틱 브랜드 최초로 2015년부터 팬톤과 손을 잡았다. 패키징에 팬톤의 ‘올해의 컬러’를 입히는 건 이미 기본 중의 기본. 쉐도우, 립스틱, 메니큐어, 프라이머에 팬톤의 컬러를 완벽히 재현했다.

이번에는 울트라 바이올렛 컬러를 담은 ‘2018 VDL+팬톤 컬렉션’을 출시했다. ‘올해의 컬러를 바른다’는 건 입는 것보다 조금 더 밀착된, 새로운 경험이지 않은가. 특히나 콜라보를 통해 정확한 컬러넘버로 정교하게 조합된 쉐도우는 올해 한정판 출시 전 이미 4만 명이 예약 했을 정도로 시간이 갈수록 그 인기가 더 뜨겁다고.

ⓒVDL

장기적인 마케팅으로 덕질을 유도하다

벌써 네 번째 콜라보다. ‘팬톤컬러가 나오면, VDL에서 바를 수 있다‘는 인식이 쌓이기 충분히 긴 시간. 장기적인 마케팅이 ‘덕후’를 불러모으기 딱 좋은 전략이라는 건 알아도, 꾸준히 5년 이상 이어질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건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역시 어려운 일이다. 이런 점에서 VDL과 팬톤의 콜라보는 주목할만한 사례일 것. 

 

#빙그레 

콜라보는 아니지만, 우유 컬러도 보랏빛

빙그레의 상징인 상아색 바나나맛우유. 고집스럽게 한 컬러와 디자인을 고수한 덕에 ‘빙그레‘하면 ‘연한 노란빛‘이 딱 떠오른다. 그랬던 빙그레가 2030층 타깃을 사로잡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 안티에이징’ 마케팅을 펼쳤다. 그중 하나가 바로 컬러마케팅, 우유의 색깔을 바꾼 것.

ⓒ빙그레

늘 한 가지 면만 보여주던 사람이 갑자기 확 변하면 더 큰 반향이 일어나듯, 빙그레는 품절대란을 불러일으키며 마케팅 ‘대박’을 손수 일궈냈다. 우유색 조금 바꿨을 뿐인데, SNS에서 인증샷이 퍼지며 사람들이 #빙그레우유 에 대해 이야기하고 떠들기 시작했다. 한 컬러에 특화된 제품을 팔아야하는 브랜드 마케터라면 빙그레의 이러한 전략을 벤치마킹하기도 했을 것.

ⓒharpazo_hope via Getty Images

컬러마케팅으로 기존 이미지를 벗어내다

빙그레는 ‘어릴 때 엄마랑 목욕탕 다녀와서 먹는 우유‘, ‘추억의 맛‘이라는 1974년부터 쌓아온 올드한 수식어를 확 벗어내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빙그레덕후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우유에도 ‘올해의 컬러‘를 담았다. 콜라보는 아니지만 트렌디한 컬러와 맛을 연결시켜 ‘오디’로 보랏빛 우유를 출시한 것. 봄 한정판으로 6월까지만 판매 예정. 

 

#스파오 

컬러는 역시 입어야 제맛

‘올해의 컬러‘를 가장 눈빠지게 기다리는 곳은 단연 패션업계가 아닐까. 매 시즌 유행을 만들어낼 때, 길잡이가 돼줄 메인컬러가 정해지면 그나마 고민거리 하나가 줄어드는 기분일테니. 그래서인지 2018 S/S 패션위크에서도 팬톤의 새로운 컬러가 단연 돋보였다. 구찌의 ‘디오니서스백’, 그리스 여신처럼 만들어줄 보태가 베네타 원피스 등 브랜드의 컨셉에 맞춰 울트라 바이올렛 컬러를 재해석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ninelutsk via Getty Images

‘스파오‘는 울트라 바이올렛을 ‘신비로운 감성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컬러’로 소개하며 맨투맨과 스웨터에 담았다. 입는 것만큼 컬러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없을 테니까. 특히 진한 보라색이 부담스러울 사람들을 위해 연보라색 옷들도 함께 소개하고, 로고에만 살짝 포인트 컬러만 입힌 디자인으로도 제작해 타깃군을 확장했다. 편하면서도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맨투맨인데 가격도 합리적이라 찾는 이들이 꽤 많았다고. 

ⓒ스파오

#삼성갤럭시S9

스마트폰에도 New 컬러를 칠하다

스마트폰과 카메라에도 ‘올해의 컬러‘가 적용된 신상이 끝없이 등장했다. LG전자는 이미 V30 라즈베리로즈 컬러, 라벤더 바이올렛 컬러를 선보였고, 라이카는 한정판 ‘라이카Q 퍼플 에디션’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 갤럭시 S9의 경우, 출시 전부터 팬톤의 ‘올해의 컬러’를 적용했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한 트위터리안이 유출한 이미지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삼성

삼성이 야심차게 선보인 컬러는 ‘라일락 퍼플’. 지난달 16일, 전세계 70여개국에서 동시에 판매가 시작된 S9서 단연 돋보이는 점은 이 보랏빛 바디였다. 이 컬러는 갤럭시 시리즈 중 처음 등장한 만큼, ‘삼성의 컬러마케팅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컬러 외에 디자인과 기능이 갤럭시 S8과 유사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는데, 특히 똑같은 인피니티 디스플레이가 도입됐기 때문. 

 

트렌디한 컬러를 스마트폰에 적용한 이유가 있을까?

ⓒdamedeeso via Getty Images

패션과 다르게 고가의 스마트폰은 1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질리지 않을 컬러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국내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31개월(2016년 기준)로 미국과 유럽에 비해 10개월 가량 긴 편. 이에 삼성은 공격적인 스마트폰 교체주기 단축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최경식 전략마케팅실장은 ”쓰던 폰 보상, 고객데이터마케팅, 체험마케팅 등을 강화해 교체주기 단축하고 S9 더 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렌디한 컬러를 이용한 마케팅도 이같은 전략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 아닐지, 과연 이 전략이 소비자들의 교체 시기를 앞당기는데 영향을 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르노삼성

자동차 너 마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올해의 컬러‘를 이용한 분야는 정말이지 상상초월, 이번엔 자동차업계다. 르노삼성은 ‘뉴QM3’에 트렌디한 컬러를 발랐다. ‘아메시스트 블랙’이란 컬러로 구현됐는데, 이는 자수정의 짙은 보랏빛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르노삼성 관계자는 ”밝은 곳에서 빛나는 보랏빛이 트렌디함과 더불어 세련된 느낌을 전달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올해의 컬러’ 만큼 특정 기간에 전세계인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색깔이 있을까. 브랜드 마케터라면 19년 째 이어온 팬톤의 발표를 꽤 중요한 이슈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때 쉽게 간과하지 않았을 거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이 그 증거다.

그러나 한 가지 염두해 둘 점은 ‘팬톤‘은 그저 사기업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올해의 컬러’ 시리즈의 다음 기사는 팬톤이라는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기 까지, 그 히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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