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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철학자 크리스테바, 공산정권 비밀 정보원이었다”

불가리아 정부 위원회 발표.

ⓒJACQUES DEMARTHON via Getty Images

프랑스에서 활동해 온 불가리아 출신의 세계적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76)가 냉전 시절 공산정권의 비밀 정보원으로 일했다는 불가리아 정부 발표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28일 ‘공산주의 시대에 첩보기관을 위해 일한 사람들을 확인하는 불가리아 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조사해 밝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 머무는 크리스테바는 현지 언론 <롭스>에 “터무니없는 거짓 이야기”라면서 “내 저작물에 해를 끼치려는 것”, “명예 훼손”이라고 입장을 냈다.

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보면, 크리스테바는 ‘사비나’라는 예명을 사용하면서 불가리아 국가보위부 1부 소속으로 일한 것으로 적혀있다. 국가보위부 1부는 언론 매체와 예술 분야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1965년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파리로 이주한 크리스테바가 71년 6월부터 국가보위부를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정보원으로 일했고 그 대가를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당시 불가리아 국가보위부는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와 긴밀하게 협력한 기구로, 10만명이 넘는 정보원과 첩보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1989년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하면서 사라졌다. <로이터>는 “민주주의로 가는 과도기에 불가리아 내부에선 이 정보에 대한 접근과 공개 여부가 계속해서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테바는 자크 데리다, 자크 라캉, 롤랑 바르트 등 프랑스 후기구조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들과 함께 연구했고, 30권이 넘는 저서를 펴냈다. 남편 필리프 솔레르스와 함께 문학 계간지 <텔켈>을 통해 서구 지성계를 이끌었다. 여성의 자유와 정체성 문제를 다뤄온 대표적 페미니즘 학자로도 분류된다.

그는 1941년 불가리아 슬리벤에서 태어난 뒤 소피아대에서 프랑스 철학을 공부했고, 프랑스로 넘어간 뒤엔 문학·정신분석학·언어학·기호학 분야에서 광범위한 연구를 이어갔다. 공로를 인정받아 한나아렌트상, 프랑스 국가공로훈장 코망되르,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코망되르 훈장 등을 받았다.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그를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최근엔 파리 제7대학(디드로대) 명예교수이자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 교수로 활약했다. 대표작으로는 <사랑의 역사> <공포의 권력>, <기호론>, <시적 언어의 혁명> 등 연구 서적과 소설 <사무라이>, <늑대와 노인들> 등이 꼽힌다.

Julia Kristeva in Cassis, France on April 26, 1998. 
Julia Kristeva in Cassis, France on April 26, 1998.  ⓒPatrick BOX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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