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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해시태그 '#쌀토끼'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

중국어로 '쌀토끼(米兎)'는 '미투'와 발음이 같다.

  • 김현유
  • 입력 2018.03.28 14:14
  • 수정 2018.03.28 14:19
ⓒweibo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 등에 해시태그 #쌀토끼(米兎)가 이어지고 있다. ‘쌀토끼’는 중국어로 ‘mitu’라고 발음하며, ‘쌀로 만든 토끼‘가 아닌 ‘미투 운동‘을 의미한다. ‘미투‘가 중국 인터넷에서 금지어로 지정되자, 중국 네티즌들이 ‘미투 운동’을 이어가기 위한 대안으로 이 해시태그를 만든 것이다.

중국의 ‘미투 운동’은 새해 첫날 시작됐다.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뤄첸첸은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12년 전, 베이징 베이항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당시 지도교수 첸 샤오우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고백했고, 이후 이 첸 샤오우가 상습적으로 제자들에 성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학 측과 교육 당국은 신속하게 첸 샤오우를 해임했다.

1주일 후 중국 교수 50명 이상은 함께 ”학내 성폭력 단속 규칙”을 요구하는 서한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중국 전역에서 1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성폭력 단속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는 서명을 냈고, 베이징 대학에서는 항의 행진이 도모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미투는 대학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베이징 대학 항의 행진은 돌연 취소됐는데, 로이터 통신은 이를 보도하며 ”처음에 당국은 ‘미투’에 매우 협조적이었다”라며 ”그러나 집단 행동으로 발전할 것 같은 행동은 정부에서 검열하고 있다”는 설명을 전했다.

1월 19일에는 인터넷에서 ‘#MeTooInChina’ 해시태그가 일시적으로 차단되기도 했다. 이에 ‘쌀토끼’ 해시태그가 탄생한 것이다.

ⓒweibo

SBS는 중국의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인용, 중국 대학생과 졸업생 중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여성이 70%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 400여명의 여성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에서는 84%가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중국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중국에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4만3천명에 불과하다.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이 70%에 육박함에도 기소된 사람의 숫자는 중국 전체 인구의 0.003%에 불과한 것은 신고율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BC 뉴스는 중국에서 ‘미투 운동‘이 퍼지지 못한 이유로 ‘정부 개입‘을 꼽았다. 매체는 ”중국 집권당에게 있어 수많은 인구가 동원되는 ‘온라인 운동‘은 쉽게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이라며 ”중국 정부는 정치적으로 무해한 일이더라도 그것이 ‘집단 행동’, 특히 시위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다”고 전했다.

또 ‘미투 운동‘이 대학가 밖으로 나가지 못한 것은 교수 이상의 권력을 가진 인물에 대한 스캔들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뉴스위크 재팬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더 높은 권력자일수록, 반향은 커질 것이고 ‘집단 행동’이 불거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BC 뉴스는 ”중국 여성들은 ‘#쌀토끼’ 해시태그처럼 시스템에 창의적으로 대항하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라며 ”이런 활동들은 언젠가 안전하고 평등한 미래를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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