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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28일 13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3월 28일 14시 46분 KST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하나의 '국정농단'이었다.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농단"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청와대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교육부, 친정부 단체들을 총동원해 강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저질러진 사실이 확인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을 지난해 9월부터 약 7개월 동안 전방위적으로 조사한 결과물이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정화를 추진했고, 김 전 실장의 후임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각종 위법·편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행했다고 결론 지었다.

진상조사위는 ”그 과정에서 이뤄진 위법행위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고 밝혔다. 크게는 △ 불법 여론조작 △비밀 TF 운영 △ 행정예고 의견서 조작 △ 청와대 개입에 따른 국정화 홍보비 부당처리 △교과서 편찬 및 집필 과정 부당행위 △ 국정화 반대 학자 학술연구지원 불법배제 등의 위법행위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 20여명에 대해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의뢰할 것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요청하기로 했다. 

유사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현행 초등학교의 역사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교과서 발행제도 또한 자유발행제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스1

 

진상조사위는 박근혜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정농단’이었다고 결론냈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해 헌법과 각종 법률, 그리고 민주적 절차를 어겨가면서 국가기관과 여당은 물론이고 일부 친정권 인사들까지 총동원했다”며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역사교과서 편찬에 부당하게 개입한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농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위는 이를 ‘국정화 사건’으로 명명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박근혜정부는 법적 설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TF(태스크포스)를 위법적으로 운영했다. 특히 당시 청와대는 교과서 편찬기준 수정 등 세부적인 사안까지 일일이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교과서 편찬기준 21건을 수정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했고, 이 중 18건이 실제로 수정됐다고 진상조사위는 밝혔다. 청와대는 편찬심의위원 16명 중 13명을 편찬심의위원선정위원회 추천순위과 무관하게 낙점했다.

또 청와대는 집필진 선정 과정에도 개입했으나 공식 자료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청와대는 국정화 우호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홍보비로 예비비(44억원)의 절반(25억원) 이상을 책정하며 과다 집행했고, 집필진에게는 초등국정교과서 집필료의 4배 수준의 집필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 역사학자들을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반면 국정화를 지지한 학자들은 대부분 지원 대상에 선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앞두고 있던 2015년 11월, ‘일괄 출력물’ 형태의 허위 찬성의견서 4만여장이 마감일에 무더기 제출된 사실도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이런 위법·부당행위를 기획하고 지시한 청와대 관계자와 실무자에 대한 수사의뢰를 교육부에 요청했다. 대상자는 최대 25명에 이른다. 

명단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서남수·황우여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이 포함됐다. 

또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도 요청했다. 직권남용, 횡령, 배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다. 또 실무자들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에 따른 인사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진상조사위는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위원회 권한으로는 청와대와 국정원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가담했던 기관의 문서가 제한돼 청와대 관계자의 책임을 제대로 규명하기 어려웠다”며 ”또 위법행위에 가담한 민간인이나 퇴직한 고위공무원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발방지책도 제안했다. 진상조사위는 ‘제2의 국정화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 국정교과서 체제인 초등학교 국정교과서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과서 검인정제나 자유발행제로 교과서 발행제도 전환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고석규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일각에서 제기한 정치보복이나 특정한 정치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훼손된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이 같은 국정농단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백서를 발간하는 등 역사적 자료를 남기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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