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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역사 미국 총기업체 '레밍턴'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트럼프 시대의 역설"

  • 허완
  • 입력 2018.03.26 18:24
  • 수정 2018.03.26 18:26
ⓒScott Olson via Getty Images

200년이 넘는 역사의 총기 제조업체 레밍턴(Remington Outdoor)이 25일(현지시간) 파산보호 신청(chapter11)을 했다. 과도한 부채와 판매량 하락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밍턴은 지난달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 참사 이틀 전 파산보호 신청이 임박했음을 알린 바 있다.

그러다가 결국 이날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부채는 1억~5억달러에 달한다.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레밍턴은 법원의 감독에 따라 회생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절차다.  

1816년 뉴욕 북부에서 설립된 레밍턴은 2007년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탈매니지먼트에 1억1800만달러에 매각됐다. 이 사모펀드는 코네티컷주 샌디훅 고등학교 총기 난사 때 사용된 부시매스터 소총(the Bushmaster rifle) 생산업체 등과 함께 레밍턴을 ‘프리덤 그룹’이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묶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샌디훅 총기난사 사건 당시에는 학생 20명과 교직원 6명, 범인과 그의 모친 등 모두 28명이 숨졌다. 미국총기협회(NRA)는 이 같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교직원들이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버러스 하에서 레밍턴의 초기 매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2012년엔 미국 내 판매량이 860만대에 이르렀다. 2002년 약 330만대였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 

2012년 샌디훅 사건 이후 피해자 가족들은 일제히 레밍턴이 군 장비와 유사한 스타일의 소총을 만들어 팔면서 사고를 부추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무디스에 의하면 2013년 레밍턴의 매출은 13억달러로 전년대비 36%나 늘었다고 NYT는 전했다. 샌디훅 사건으로 총기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사람들이 오히려 총기 구입을 서둘렀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NYT는 ”이 업체는 총기 규제 법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대선에서 이길 경우 비슷한 판매량 증가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첫 9개월 동안 레밍턴의 판매량은 27.5% 감소했다”고 전했다.   

AFP통신도 ”무기 제조업체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총기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생산량을 키웠었다”며 이를 ”트럼프 시대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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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총기규제 #레밍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