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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흑인 소녀의 메시지가 미국을 놀라게 하고 있다

총기테러 희생자이지만 주목 받지 못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녀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 김성환
  • 입력 2018.03.25 17:16
  • 수정 2018.03.26 09:39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3월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해 보스톤·휴스턴·시카고·LA 등 미국 곳곳에서 정부가 총기 규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날 집회는 워싱턴 D.C.의 경우 주최 쪽 추산 80만명이 모일 정도로 대규모로 열렸다.

이날 집회 연단에는 다양한 연설자가 등장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연설을 남긴 인물은 따로 있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11살 학생 나오미 와들러(Naomi Wadler)였다. 

이 10대 청소년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집회 연단에 올라 “총기 테러의 희생자이지만 잠재성 가득한 활기차고 아름다운 소녀 대신 단순한 통계 숫자로만 그려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녀를 대신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Icon Sportswire via Getty Images

미국 초등학교 5학년인 나오미는 플로리다 파크랜드시에서 벌어진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3월14일(현지시간) 자신의 초등학교에서 총기 규제를 호소하는 행진을 주도했다.

나오미가 이날 연설자로 나서게 된 이유도 이 행진 때문이었다. 그는 플로리다 고교의 총기난사 사건 뒤 몇 주 뒤에 벌어진 총기사고로 숨진 앨라배마의 17살 고교 졸업반 학생 커틀린 애링턴(Courtlin Arrington)도 추모했다. 

당시 나오미는 버지니아주 지역방송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학교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싶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나오미는 이날 연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과 열정을 전달했다. 그는 이날 행진이 파크랜드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 뿐만 아니라 기억해야 마땅하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나오미는 “나는 오늘 커틀린 애링턴을 대신해, 그리고 (과거 발생했던 또다른 교내 총기난사 사고 희생자인)하디야 팬들턴(Hadiya Pendleton)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섰다. 나는 오늘 16살 밖에 안 된 나이에 워싱턴 D.C.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총에 맞아 숨진 타이야나 톰슨(Taiyana Thompson)을 대신해 이 곳에 왔다”라고 말했다. 

“나는 오늘 (이들과 같이) 전국 일간지들이 1면 기사로 다루지 않는 아프리카계 소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총기 테러의 희생자이지만 잠재성 가득한 활기차고 아름다운 소녀 대신 단순한 통계 숫자로만 그려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녀를 대신해 이 자리에 섰다.”

이날 나오미가 언급한 이들은 과거 교내 총기사고로 사망한 10대 흑인 소녀들이다. 

ⓒJonathan Ernst / Reuters

나오미는 자신이 생각이나 의견을 제기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내 친구들과 나는 아직 11살 초등학생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우리는 인생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도 안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국회의사당의 그늘 아래에 서 있다는 것도 안다. 7년 남짓 지나면 우리도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오미의 연설은 트위터 등에서 화제가 되며 공유되고 있다. 사람들은 나오미를 나의 대통령이라 부르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Aaron Bernstein / Reuters

“나오미는 지금 총기 테러의 희생자이기도 한 흑인 소녀와 여성을 위해 그 간극 위에 서 있다. 해시태그를 받지 못하고, 신문 1면에 등장하지 못한 모든 흑인 소녀와 여성들 말이다. 고마워, 나오미. 

“와아 나오미 와들라. 11살, 그리고 우리들보다 현명해.” 

“젊은 나오미 와들러가 내 세상을 흔들고 이 나라를 전율케 하고 있다. 그녀의 감성과 지성, 침착함과 품위, 그리고 작은 흑인 소녀들이 뒤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그녀의 주장은 종종 잊혀진 사람들을 위해 정의를 혹독히 일깨워 줬다. 영웅이 탄생했다!”

나오미의 다음 행보가 기대 된다. 

* 허프포스트US의 11-Year-Old Activist Honors Black Girls Whose Stories Never Make The New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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