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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를 만났다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90)를 만났다.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이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90)를 만나 과거 독재정권에서 이뤄진 고문 치사사건을 직접 사과했다.

문 총장은 20일 오후 2시 2분쯤 부산 수영구에 있는 한 요양병원을 찾아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의 손을 붙잡고 ”저희가 너무 늦게 찾아뵙고 사과말씀 드리게 돼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날 문 총장의 방문에는 박정식 부산고검장과 김기동 사법연수원 부원장, 주영환 대검 대변인이 동행했다.

문 총장은 고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박정기씨에게 ”그동안 너무 고생 많이 시켜드려서 죄송하다”며 ”후배들이 잘 가꾸어서 제대로된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긴 세월을 혼자 고생하게 하고 돌봐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고 박종철 열사의 누나 박정숙씨(55)는 ”아버지가 하실 말씀은 있는데 표현이 잘 안된다”며 ”지난 11월까지만해도 움직이셨는데 3개월 만에 많이 안좋아지셨다”고 했다.

정숙씨가 아버지에게 더 하실 말씀이 없는지 묻자 정기씨는 ”더 있지만 앞뒤에 안맞는 말 해봤자 소용 없다”며 ”오늘보다 어제가 더 좋았을 걸…”이라고 힘겹게 말했다.

이때 뒤에서 지켜보던 이현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연신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문 총장은 약 20분에 걸쳐 병문안을 끝내고 병원 1층으로 자리를 옮긴 뒤 고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59)와 누나 박정숙씨,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관계자 등 1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무엇보다 먼저 저의 사과 방문이 늦어진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희는 1987년의 시대정신을 잘 기억하고 있다”고 서두를 뗐다.

그러면서 ”당시는 민주주의냐 독재냐를 놓고 사회적인 격론이 이뤄졌고 대학생들의 결집된 에너지가 사회를 변혁시키는 힘이 됐다”며 ”그 시발점이자 한 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있었다”고 했다.

또 ”그 후 부친께서 아들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평생의 노력을 다해 왔다”며 ”오늘 저희는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부친께서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김세균 서울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장은 ”고 박종철 열사 부친께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태로 때늦은 감이 있지만 오늘 검찰총장이 공식사죄하고 새로운 다짐을 한 것은 고 박종철 열사의 부친이 평생 가지고 있던 피맺힌 울분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실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신 것에 감사하다”며 ”새로운 검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오늘의 방문을 계기로 검찰이 환골탈태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의의 보검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 박종철 열사의 형 종부씨는 ”우리는 지금 31년전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축소 은폐조작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며 ”지난 2009년 국가기관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뿐 아니라 검찰도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 관련)축소 은폐 조작에 깊이 관여한 것이 밝혀지고 검찰과 국가가 가족과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검찰의 방문은 당시 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수용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개혁위에서 본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걸로 알고있다. 이번 기회에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들도 포함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문 총장은 이번 방문의 직접적인 계기가 실제로 1987 영화를 관람한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보고서 내용을 찾아본 것이라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문 총장은 ”영화 1987를 보고 형님 종부씨가 인터뷰한 내용을 읽고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를 찾아봤고 거기에 검찰이 해야할 구체적 조치가 나와있었다”며 ”이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통해 형님 종부씨에게 연락을 드렸고 용기를 내서 지난 2월 방문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방문으로 아버님 상태가 한 달동안 많이 악화되신 것을 보고 늦어도 많이 늦었구나라는 생각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검찰에서 추진 중인 과거사 조사를 위한 진상조사단과 관련해 ”독립적인 활동을 하고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점검이 이뤄지고 보고가 들어오면 그에 상응해 본조사와 예비조사로 나눠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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