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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십자수를 시작한 후 남성성에 대해 배운 것들

내 딸들에게 십자수는 '여성적 취미'가 아니다.

꽤나 오래 걸린 첫 작품은 미셸 오바마였다.
꽤나 오래 걸린 첫 작품은 미셸 오바마였다. ⓒMIKE REYNOLDS

2018년 초에 나는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마법 같은 새해 기분 속에, 나는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는 고려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십자수를 하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내가 아는 많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7학년 가정 시간 수업 이후, 특정 활동에는 성별 딱지가 붙었다. 여자아이들은 바느질을 하고 남자아이들은 자동차를 만든다. 바느질은 여자아이나 하는 것이고, 남자아이들에게 있어 여자같다는 건 나쁜 것이었다. 나는 그 선을 넘기가 언제나 두려웠다.

아주 간단하게 시작했다. 내 파트너가 ‘페미니스트 아이콘 십자수’라는 제목의 책을 사주고, 내게 필요한 기초 재료와 도구들을 알려주었다. 동네 공예점에 다녀온 후, 나는 에이더 천, 자수실, 십자수 후프를 사용해 미셸 오바마를 만들 준비가 되었다. 처음 시도한 미셸 오바마의 머리카락 부분을 만드는데만 다섯 시간 정도가 걸렸다. 쉽게 손에 익지는 않았지만, 일하고 있다는 기분은 결코 들지 않았다.

ⓒMIKE REYNOLDS

나는 십자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다.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한 것도 아니다. 정말 솔직히 말해, 난 지금도 솜씨가 별로다. 하지만 유난히 형편없다는 기분도 들지 않는다.

내 손가락 끝으로부터 천 위에 생겨나는 캐릭터를 지켜보고 있으면 너무나 자유로운 기분이 든다. 내 불안을 크게 줄여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내 자신에 대해 비판할 거리를 찾고 있었을 때, 내 뇌는 마리 퀴리 십자수를 놓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혹은 텅 비어있던 천에 미즈 마블이 나타났다며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미셸 오바마, 마리 퀴리, 원더 우먼, 미즈 마블 등 페미니스트 롤 모델들을 십자수로 놓으니 우리 가족 모두가 존경하는 강력한 여성들의 모습으로 사무실을 장식할 수 있었다.

남성들이 남성만을 롤 모델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내 생각에 그건 아주 위대한 롤 모델들을 놓치는 일이다. 내가 삶의 본보기로 삼고 싶은 사람들 중에 여성들이 많다는 걸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MIKE REYNOLDS

늘 해보고 싶었던 일을 용기를 내어 해보면, 당신 같은 사람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즐거울 수 있는 일을 두려워서 시도해보지 못한 남성은 나만이 아니었다.

친구들은 내게 “쉬워?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은데.”라고 물어보았다.

난 거의 언제나 “정말 쉬워. 아주 쿨한 디자인을 찾아낸 다음 늘 가지고 다니기만 하면 돼.”라고 대답한다.

아들이 댄스 수업을 들으러 간다? 십자수를 가져가라. 딸이 하키 연습을 하러간다? 십자수를 가져가라. 넷플릭스로 ‘데어데블’을 본다? 십자수를 가져가라.

나는 십자수를 시작한지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십자수 마법사라도 되듯이 친구들에게 충고를 해주고 다녔다. “사이즈 14 에이더 천으로 시작하는 게 중요해. 정말 편하게 하고 싶으면 11로 해도 좋아. 자수실 세트에 있는 실을 다 갖출 필요는 없어. 세 가지만 써. 그러면 십자수 뒷면을 깔끔하게 하기가 훨씬 쉬워.”

내가 쓰는 용어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여준 십자수에 대한 열정으로 벌충했길 바란다.

남성성에는 허약함이 있다. 즉 남성들은 다른 남성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그 일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 남성들은 이상하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다른 남성들이 루나 러브굿의 세 가지 버전을 십자수로 놓으며 즐거워하는 남성을 볼 필요가 있다면, 내가 보여주고 싶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십자수를 놓을 수 있다고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이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남성들이 있었다. 그 중엔 십자수를 해보겠다는 남성들도 여럿 있었다.

십자수를 시작한 이래, 전혀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뭘 하고 있는지 물어 본 적도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한두 번 하고 나자, 조롱이나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했던 나의 걱정이 아무 근거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꽤나 관심을 가졌고, 남성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십자수를 놓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MIKE REYNOLDS

남성들이 어떤 행동의 가치를 판단할 때, 그게 얼마나 육체적 힘이 드느냐가 아닌, 마음에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로 판단하는 세상을 생각해 보라. 육체적으로든 지적으로든, 승리를 거두는 것이 그 사람이 롤모델이냐 아니냐와는 무관함을 이해해 보라.

여성적이라고 알려진 것이 우리에게 엄청난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생각해 보라. 여성성은 열등한 것이 아니다. 남성들 역시 소위 ‘여성적인 것’을 즐겨야 한다.

다른 남성들 뿐 아니라 내 두 딸들도 내가 십자수 놓는 것을 보며 즐거워한다. 앉아서 십자수를 놓을 때 딸들이 구경하며 칭찬해주면 정말이지 흡족하다.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미셸 오바마의 눈썹을 망쳤다고 하는 말도 참 듣기 좋다. 내 딸들은 내가 만든 작품들 때문에 둘 다 십자수를 시작했다.

내 딸들에게 있어 십자수란 젠더적 행동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 만족스럽다. 딸들은 십자수가 남성의 일 또는 여성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젠더 역할과 기대는 자녀와 나눠야 할 중요한 대화의 소재지만, 우리가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내 딸들은 아빠가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일을 하며 미소짓는(때로는 욕하는) 것을 본다.

이 경험은 내가 새로운 일들을 보다 편하게 시도하게 해주었다. 난 앞으로 어쩌면 춤을, 그림을 배워볼 지도 모른다. 다음에 무얼 하든간에, 나는 남성성에 대한 내 옛 관점을 내다 버리고 선뜻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허프포스트US의 기고 글 What I Learned About Masculinity When I Let Myself Start Cross-Stitching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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