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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20일 14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3월 20일 14시 50분 KST

힘내라, 아이린! 레드벨벳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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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ffpost

조카딸이 태어났단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갔을 때다. 산후조리원의 제수씨 침대에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바로 <82년생 김지영>이었다. 궁금했다. 자신의 이야기라고 공감하면서 읽는 걸까, 아니면 딸이 더 좋은 세상을 살길 바라면서 읽는 걸까? 물론 둘 다일 수도 있겠지.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요즘 이거 읽네?’ 하는 정도의 눈짓만 건넸다.

민음사
이 책이 바로 그 무시무시한 '82년생 김지영' 이다

몇 달이 흘러 동생네 신혼집을 찾았다. 그때도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방법’ 같은 부제가 달려 있던 건 확실하다. 그걸 읽는 의도와 심정이 어떤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이 괜찮은 사람과 가정을 꾸렸다며 은근히 안도했다.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을 대충 파악할 수 있다. 두 권의 책으로 제수씨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그에 내심 흐뭇해했다. 갓 태어난 딸을 사랑하고 그 미래를 고민하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나. 매일매일 전해오는 조카딸의 사진만큼이나 좋았다.

조카딸의 이름은 돈 주고 지은 거다. 네다섯 개의 후보 중에서 동생 부부가 골랐다. 그때 철학관에서 좋은 말로 가득한 보고서를 보내왔는데 거기에 ‘현모양처’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제야 말하지만 나는 그 문구가 싫었다. 결혼을 할지 말지, 아이를 낳을지 말지, 낳는다면 어떻게 키울지 등을 스스로 정하길 바라서다. 엄마, 아내에 앞서 멋진 한 명의 개인이 되길 바라기도 하고.

하지만 그걸로 툴툴댈 순 없는 노릇. 난 부모가 아니어서 참견할 권리가 없는 데다 아이의 이름을 짓는 경사에 볼멘소리를 뱉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현모양처가 덕담으로 통용되는 게 현실이기도 하고. 60대 부모님은 이런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사회 표준에선 분명 내가 배배꼬인 축이다.

2010년 가을에 어느 여자 중학교를 찾았다. 영상 촬영을 위해 들른 그곳에서 난 교실 뒤편의 게시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각자의 장래희망을 써서 붙여뒀는데 놀랍게도 현모양처의 비중이 3분의 1을 훌쩍 넘었다. 중학생이 돼서도 그런다는 건 부모 세대가 그리 가르쳐왔다는 의미 아닐까? 8년이 흐른 지금도 딱히 달라진 것 같진 않다.

뉴스1

나는 공식적으로 에이핑크를 덕질하고 비공식적으로 레드벨벳을 덕질한다. 공교롭게도 손나은의 ‘Girls can do anything’에 이어 아이린의 <82년생 김지영>이 논란을 빚었다. 말 같지도 않은 태클이다. 하도 찌질해서 우습지도 않다. 열등감의 기형적 표출로밖에 안 보인다.

뉴스1

그래서 응원의 의미로 레드벨벳 콘서트 영상물 상영회를 예매했다. 줄 수 있는 게 돈밖에 없으니까. 탈덕? 불매? 지랄들 하고 있네. 언제는 돈 썼냐? 사진 몇 장 다운받은 게 전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