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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임원들은 '가짜뉴스·섹스'로 선거를 흔들었다고 자랑했다

'데이터 분석업체'라더니, 그게 아니었다.

  • 허완
  • 입력 2018.03.20 15:14
  • 수정 2018.03.20 15:20
사진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의 CEO 알렉산더 닉스가 2016년 9월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콩코르디아 서밋(Concordia Summit)'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이 때는 미국 대선 선거운동이 진행중이던 시기였다. CA는 당시 트럼프 캠프에 고용됐다.
사진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의 CEO 알렉산더 닉스가 2016년 9월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콩코르디아 서밋(Concordia Summit)'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이 때는 미국 대선 선거운동이 진행중이던 시기였다. CA는 당시 트럼프 캠프에 고용됐다. ⓒBryan Bedder via Getty Images

영국에 본사를 둔 정치 리서치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CA)의 임원들이 뇌물, 함정수사, 성노동자들을 활용해 전 세계 선거들을 뒤흔들었다고 인정한 사실이 잠입취재 결과 드러났다. 

19일(현지시각) 영국 채널4 뉴스가 보도한 몇 개월 동안의 탐사보도 결과는 ‘데이터 분석회사’라고 광고해 온 CA의 내막을 보여준다. CEO 알렉산더 닉스, 마크 턴불 CA 폴리티컬 글로벌 상무이사가 의뢰 고객인 척 접근한 기자들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이 인터뷰는 채널4 뉴스의 탐사보도 시리즈인 ‘데이터, 민주주의, 더러운 술책’(Data, Democracy and Dirty Tricks) 중 일부다.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있었던 전화 통화들, 런던 호텔에서 직접 만나 가진 여러 차례의 회의에서 닉스는 자신의 기업과 모기업인 전략커뮤니케이션연구소(SCL)가 나이지리아, 케냐, 체코, 인도, 아르헨티나 등 전세계 200건 이상의 선거에 비밀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자랑했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CA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도 고용됐다. 이들이 페이스북에서 얻은 개인정보를 통해 유권자들 몰래 ‘사이코그래픽 프로파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최근 보도로 드러났다.

채널4가 닉스와 만나 나눈 대화에 따르면, CA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 중에는 데이터 분석과는 전혀 관련 없는 각종 ‘공작’이 동원됐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뇌물)”으로 상대편 정치인들을 불리한 상황에 몰아넣은 뒤 이 장면을 몰래 촬영하거나 고객과 CA의 의뢰 관계가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가짜 신분증, 웹사이트, 다른 기업 이름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다. 

 

“우리는 신분을 매우 잘 숨긴다.” 채널4 취재진이 의뢰인으로 위장시킨 인물과의 12월 미팅에서 닉스가 한 말이다. 데이터 담당 임원인 알렉스 테일러 박사도 채널4와의 미팅에 두 번 참석했다.

1월에 있었던 또다른 미팅에서 닉스는 경쟁후보에 흠집을 찾아내는 방법 중 하나는 흠집을 고의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부유한 개발업자, 돈 많은 개발업자인 척하는 사람을 투입할 것이다.” 그가 말했다. ”그 후보에게 거액의 돈을 제시하고, 선거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예를 들어 땅을 요구하는 식이다. 우리는 이 과정 전체를 촬영하고, 우리 측 사람의 얼굴은 가린 채 인터넷에 올릴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닉스는 CA가 ”여성들을 보낸다”는 말도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상대 후보의 집에 보내 유혹시키는 것인데 닉스는 이게 ”아주 잘 먹힌다”고 말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사례를 보여주는 것 뿐이다.” 닉스는 이렇게 말했다.

CA의 다른 수법 중에는 특정 후보에 대해 부정확한 사실을 대중이 믿도록 만드는 것도 있었다.

“끔찍한 일처럼 들리긴 하지만, 이런 것들이 꼭 사실일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믿기만 하면 된다.” 

“팩트에 의지해 선거를 치러서는 좋을 게 없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이기 때문이다.” 턴불이 11월에 했다는 말이다.

 

채널4는 턴불이 12월19일 미팅에서 성노동자에 대한 닉스의 발언을 목격했음에도 그가 CA는 ”함정수사, 거짓말, 허위사실 조작”을 업무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예쁜 여성을 보내 정치인을 유혹하게 한 뒤 침실에서 촬영하고 동영상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그런 일을 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내게 있어 그건 선을 넘는 일이다…”라고 턴불은 말했다 한다. 

'<strong></div>선거 프로세스에서 빅데이터와 사이코그래픽스의 힘</strong>' -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자신들을 데이터 분석업체로 홍보해왔다.
'선거 프로세스에서 빅데이터와 사이코그래픽스의 힘' -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자신들을 데이터 분석업체로 홍보해왔다. ⓒBryan Bedder via Getty Images
'<strong></div>Data-driven campaigns</strong>' -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폴리틱스 글로벌 홈페이지. 
'Data-driven campaigns' -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폴리틱스 글로벌 홈페이지.  ⓒCambridge Analytica Political Global

 

CA 대변인은 자사가 “어떤 목적으로든 함정수사, 뇌물, 소위 ‘미인계’는 전혀 쓰지 않는다”고 채널4에 밝히며 의혹을 부인했다.

CA는 허프포스트에 보낸 입장문에서 그들이 비윤리적으로 보이도록 채널4가 대화를 의도적으로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닉스는 정체를 숨긴 취재진과 논란이 될 법한 관행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것은 인정했으나, 상대방을 잠재적 고객이라고 여기고 농담으로 한 말일 뿐이라 주장했다.

“이런 대화를 할 때, 또 우리의 ‘클라이언트’가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터무니없는 가설 시나리오를 재미삼아 이야기한다. 이게 어떻게 보일지는 나도 알지만, 이건 사실과는 다르다.” 닉스의 말이다.

채널4 뉴스의 탐사보도 시리즈 1편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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