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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19일 14시 02분 KST

동덕여대 ‘하일지 망언 대자보’…“그런 작가라면 되지 않겠다”

소설가 겸 동덕여대 교수인 하일지(본명 임종주) 교수가 강의 도중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과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인 가운데, 하 교수가 재직 중인 동덕여대에는 교정 곳곳에 하 교수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고 있다. 하 교수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학생들은 하 교수를 비판하며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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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폄하 발언을 한 하일지 교수(왼쪽)와 교내에 붙은 하 교수 규탄 대자보.

“구시대적 기준으로 여성을 처녀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이 본인의 사상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글쓰기, 인간의 본성을 그리는 진실한 글쓰기란 2차 가해를 자행하면서까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것이 진실한 글쓰기라면 저희들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중략) 교수님이 사과할 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잊은 채 지내시겠지요. 그리고 작가로 교수로 잘 살아가시겠지요. 참 이상하게도 가해자들은 늘 잘 살더군요. 교수님처럼.”

-<가해자는 잘 살겠지요, 교수님 이야기하는 겁니다>

지난 14일 하 교수의 발언이 알려지자 마자 교정 곳곳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여성학학회 ‘메밀 꽃 필 무렵’은 하 교수의 발언을 비판하며 “교수님이 말하는 글쓰기가 진실한 글쓰기라면 저희는 작가가 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하 교수는 강의 때 강의 내용이 불편해 교실을 나가는 학생을 향해 “저렇게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라 사회 운동가를 하는 게 낫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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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 학생들이 동덕여대에 지난 14일 붙인 대자보

또 문예창작과 소속의 한 학생은 <진실을 말하는 작가는 누구의 진실을 말합니까>라는 대자보를 붙이고 “교수님이 갖고 계신 강간의 심적기준으로 본다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강간을 당해왔고 얼마든지 강간 당할 수 있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교수님의 발언은 용감한 예술가의 말은 아니었으며, 강간당해본 적 없는 남성 중심 사회의 특권을 누린 2차 가해자의 말이었다”라고 비판했다.

하 교수의 미투 비하 발언 등이 알려진 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여성학학회에는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하 교수의 ‘문제성 발언’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여성학학회는 이를 정리해 교내 곳곳에 게시하고 있다. 게시된 제보 내용을 보면, 하 교수는 학생들에게 “여자애들은 (성적인) 경험이 없을수록 글이 별로다”, “나는 내 딸이 만약 처녀라면 지나가는 남자를 붙잡고 얘랑 좀 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학생 소설을 보며) 누가 이런 장애인에게 성욕을 가지냐. 이런 기괴한 모습을 가진 사람은 누군가와 성관계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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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에 붙은 하일지 교수 망언 모음 대자보

또 학생들은 이같은 논란에도 침묵하는 교수들을 향해 동참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다른 대자보에는 “문예창작과 재학생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교수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침묵하지 마시고 의견을 말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 교수 발언 이후 SNS에는 ‘동덕여대 하일지 교수 2차 가해 및 성추행 공론화’ 계정이 만들어졌고, 재학생을 비롯해 졸업생들까지 이곳에 글을 올리며 하 교수의 과거 발언을 알리고 있다.

한편, 하 교수의 발언과 관련해 학교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은 재학생과 졸업생 학생회 등으로 나뉘어 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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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에 붙은 하일지 교수 비판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