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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자가 이야기하는 일본에 미투가 없는 이유

”일본에서 성폭력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금기”

일본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는 지난 10월 한 편의 책을 출간했다. ‘블랙박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이토 시오리의 성폭력 피해 경험이 담겨있다.

 

유명한 방송 기자이자 일본 동경 방송국의 워싱턴 지국장이었던 노리유키 야마구치는 방송사에서 인턴을 마친 시오리를 초대했다. 이날 야마구치는 시오리를 호텔로 데려가 강간했다.

경찰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시오리를 강제로 끌고 가는 CCTV 영상도, 당일 밤 시오리의 의식이 없었다는 택시 운전사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야마구치는 혐의를 부인했고, 검찰은 두 달만에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시오리는 불기소 처분에 항의했지만 일본 검찰 측은 이유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야마구치는 아베 총리의 자서전을 집필한 인물이고 많은 정치적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 사건을 ”왜 그들이 강간 혐의로 기소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일본 여성들은 강간 사건을 신고하지 않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예”라고 설명했다.

수치만 보자면 일본은 낮은 성범죄율을 자랑한다. 경찰과 검찰은 강간을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며 명백한 물리적 위협이 있을 때에만 강간으로 인정한다. 피해 여성들은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을 당한 여성중 2/3 이상이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 4%만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미국은 1/3이 자신의 강간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다.

 

이토 시오리가 책을 쓰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털어놓는 이유가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최초 피해를 바로 말하지 못한 현실에 대해 털어 놓았다. 그는 처음엔 ‘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 사회에서 ‘전형적’이라고도 덧붙였다.

일본 성폭력 구조센터 상담가인 하사코 씨도 ”(성범죄 피해) 핫라인에 전화를 걸어도 경찰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기를 주저한다”고 설명했다.

이토는 ”자신이 겪은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으면 이런 끔찍한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토는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16일에도 미국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에서 성폭력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금기”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전세계에서 불어닥치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수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라며 일본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 성폭력이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인식을 바꾸기 위해 #WeToo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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