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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가 '대선개입·사이버공격' 러시아 제재를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강력한 조치.

  • 허완
  • 입력 2018.03.16 11:26
  • 수정 2018.03.20 11:54
ⓒMIKHAIL KLIMENTYEV via Getty Images

미국 트럼프 정부가 2016년 대선개입과 ”악성 사이버공격”을 지목하며 러시아의 기관과 단체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러시아를 상대로 한 가장 강력한 조치다.

또 이번 제재는 영국이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며 외교관을 추방하고 프랑스, 독일 등 동맹국들이 지지를 선언한 다음날 발표됐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15일 러시아 개인 19명과 5개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그는 ”정부는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시도를 비롯해 파괴적인 사이버공격과 핵심 기반시설 침입 등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에 맞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또 ”이 제재조치는 러시아에서 나오고 있는 계속되는 범죄 공격들을 다루기 위한 폭넓은 노력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조치는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새 러시아·북한·이란 제재법안(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가 러시아에 처음 적용된 사례다. 

ⓒAFP Contributor via Getty Images

 

대선 개입

제재 대상 중 13명과 3개 기관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지난달 기소한 대상과 일치한다. 이들은 미국 대선 2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분쟁을 촉발하는 글과 댓글을 올리는 ‘트롤 팜’ 활동을 하며 미국 대선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뮬러 특검은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를 미국 대선 개입의 허브로 지목했다. 이들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다른 공화당 경선주자들을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에 퍼뜨리며 ‘반미 정보전’ 임무를 수행했다.

이날 제재 대상으로 발표된 개인 및 기관 9명(곳)은 오바마 정부나 트럼프 정부에 의해 다른 이유들로 이미 제재 조치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 중에는 ”푸틴의 요리사”로 알려진, IRA를 지휘한 인물로 지목된 올리가르히 게니 프리고친도 포함됐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 러시아 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GRU는 IRA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계된 고위 관료 및 국영기업 임원진, 올리가르히 등의 명단과 부패 내역이 담긴 ‘크렘린 보고서’를 공개했다. 

오바마 정부는 임기 막바지이던 2016년 12월말, 대선개입 사건에 대응해 러시아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 외교관을 무더기로 추방하고, 공작 근거지로 활용됐다는 의심을 받는 미국 내 러시아 정부 소유시설 2곳을 폐쇄한 것.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대선개입을 제재사유로 특정해 러시아를 제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들의 일치된 결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대선개입을 부정해왔다. ”그 러시아 일”은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했고, ”사기극”이자 민주당이 선거 패배에 대한 ”변명”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푸틴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 말을 그대로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Mark Reinstein via Getty Images

 

사이버공격

대선개입 뿐만 아니라 재무부는 러시아의 사이버공격 활동을 제재 사유로 지목했다. 눈에 띄는 건, 지난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강타한 대규모 사이버공격(NotPetya)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는 점이다. 재무부는 이를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큰 피해를 안긴 사이버공격”으로 규정했다.

재무부는 미국 발전소와 전력망 통제 네트워크를 겨냥한 사이버공격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조치다. ‘드래곤플라이(Dragonfly)’로 알려진 이 사이버공격은 해커가 여러 겹의 보안체계를 뚫고 시스템 내부에 침입해 발전소와 전력망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해킹 대상 중에는 캔사스주 벌링턴에 위치한 핵발전소 운영업체 ‘울프크릭 원자력 운영회사‘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곳이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7월 국토안보부(DHS) 보고서로 알려졌으나 당시에는 배후가 특정되지 않았다. 러시아 해킹집단 ‘에너제틱 베어’와 해킹수법이 유사하다는 점만 알려졌을 뿐이다. 

미국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이같은 공격을 파악했으나 관련 사실을 기밀로 다뤄왔다고 NYT는 덧붙였다. 또 러시아 해커들이 발전소와 전력망을 파괴하는 데까지 성공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수사기관 및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궁극적으로는 파괴를 목표로 사이버공격이 설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WPA Pool via Getty Images

 

한편 미국 정부는 영국, 프랑스, 독일과 공동성명을 내고 영국에서 벌어진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를 규탄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자, 이 사건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첫 공식입장이다.

4개국은 ”러시아에 의해 개발된 종류의 이 군용 신경물질이 유럽에서 사용된 것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또 ”이것은 영국의 주권에 대한 위협이며, 이같은 물질을 국가 차원에서 사용하는 건 화학무기금지조약 및 국제법에 대한 분명한 위반”이자 ”우리 모두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이 사건의 배후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메이 총리와) 깊이 논의중이다. 매우 슬픈 상황이다. 분명 러시아가 뒤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절대로 벌어지지 말아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걸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으며, 다른 많은 국가들도 그렇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나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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