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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15일 15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3월 15일 15시 43분 KST

“이렇게까지 비참해진 건,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신정욱 사무국장 인터뷰

2017년 12월 23일. 대한민국에 대학원생 노동조합이 생겼다. 아니, 대학원생들이 노조가 필요한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대학원생들이 뭘 하고 사는 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원생 노동조합에 무작정 인터뷰를 요청했다. 감사하게도 사무국장님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물어보았다. 대학원생들에게 왜 노동조합이 필요한 지 말이다.

인터뷰가 끝났다. 내가 들은 이야기는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가 아닌, 노동을 해본 적이 있다면, 모두가 이해할 만한 당연한 이야기 였다.

 

“대학원이 진짜 열악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사무국장 신정욱 (이하 신) :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신정욱입니다. 동국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지금 석사과정 수료 상태입니다. 이제 논문을 써야 하는 입장이라 틈틈이 시간 내서 책도 읽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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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신정욱 사무국장님의 모습.

 ▲ 동대학원으로 진학을 하셨나요?

신 : 네, 학부도 동국대 철학과 나왔고요. 저 같은 경우는 학부 3학년 때 학 석사 연계과정이라고 해서, 그 과정을 밟으면서 대학원을 대학원 수업도 들으면서 진로를 빨리 정한 편이었어요.

▲ 대학원 노조 얘기를 하다보니, 계셨던 곳의 분위기가 궁금해집니다.

신 : 많이 자유로운 편이었어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툴툴대기 보다는 책을 좀 많이 읽어라, 이런 종류의 얘기들을 되게 많이 듣긴 했지만요. 하지만 노동의 문제, 교수와의 위계 문제, 이런 것들은 다른 과에 비해 좋은 편이었어요.

▲ 일부 사례지만, 대학원 내의 위계질서 때문에 인권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 : 네, 제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학원이 진짜 열악하다는 생각을 엄청 많이 했어요. 이공계열 같은 경우에는 워낙 교류가 없어서 잘 몰랐던 것뿐이지, 근데 거의 회사나 군대처럼 생활한다고 하더라구요.

 

웹툰 ‘슬픈 대학원생의 초상’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많은 부조리가 존재하는 일부 대학원들

 ▲ 군대처럼...

신 : 진짜 실험실 막내는 정말 군대 막내랑 똑같고. 이공계열 같은 경우에는 생활비를 주는 게 교수다 보니까 눈치 볼 수밖에 없구요. 대학원 학생회를 하면서 여러 과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죠.

▲ 그래도 계신 곳은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 ‘노조’를 설립한 이유가 뭘까요

신 : 제가 있던 동국대가 굉장히 좀 특수한 상황이었어요. 대학원 들어갔을 때가 2015년이었는데, 그때 특히 총장 선출과 맞물려서 조계종 내부의 비리, 오래된 적폐적인 그런 것들이 많았죠. 그 때 저는 대학원 총학생회 집행부를 했었고, 당시 학생회장이 고공농성을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뉴스1
‘총장 선출 시비’등 동국대의 적폐는 현재진형형이다

 

▲ 쌍용차 시위처럼 말인가요?

[관련 기사] [인터뷰] ‘쌍용차 굴뚝농성 100일’ 이창근

신 : 네, 학내에 있는 조명탑 위에 올라가서 45일 동안 고공 농성을 했어요. 제가 옆에서 계속 지켜보기도 했고. 그 분을 대신해서 제가 총학생회 일도 보기도 했었고. 그러다보니 이래저래 다시 학내 문제나 대학원생들 문제들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뉴스1
최장훈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조명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모습

 ▲ 자연스럽게...

신 : 마침 제가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맡고 있던 역할이 기획국장 이었는데. 기획국장이 하는 일이 대학원생과 관련한 각종 제도적인 부분들을 개선하는 그런 방법들을 고민하고, 그리고 실태조사도 하고 그런 역할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구요.

▲ 대학원생 노조에서 하실 것 같은 일들을 이미 하고 계셨던 거네요.

신 : 돌이켜 보면 그렇죠. 여하튼, 실태 조사를 해보니까, 결과가 너무 충격이었어요. 정말 비참한 조건에서 일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았고. 심지어 주 80시간 일하는 학생들 경우도 있었어요. 80시간 일한다는 게 말이 80시간이지, 거의 실험실에서 산다고 보시면 되요.

 

서울대 인권센터
교수라는 ‘갑’ 아래에서 대학원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 하긴, 저도 대학원 선배들이 연구실에서 자정까지 남아있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신 : 그런 사례는 너무 많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교 문제에 대해 깊이 파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 연도에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맡게 됐어요.

▲ 그때가, 2016년.

신 : 그때 저는 조교 문제 중에서도 행정 조교 관련된 문제를 좀 깊이 파게 됐고, 법적 대응을 해봐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전학대회를 열어서 대표자들 모아놓고 조교문제 의결하자고 해서 만장일치로 원총(대학원생 총연합회)을 고발하기로 의결을 했어요.

▲ 원총이라 하기에는 지목 대상이 없지 않나요?

그래서 법률자문 거쳐서 총장, 이사장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어요. 고발 명목은 행정조교가 엄연히 노동자인데, 노동권을 제대로 안 지켰다. 예컨대 퇴직금이나 연차, 휴가 수당, 각종 연장 근무 수당 같은 거 제대로 안 주거나, 계약서도 안 쓰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렇게 고발한 후에 일 년 정도 쭉 끌게 되요. 문제는, 고발을 한 시점이 제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이었어요.

 

“노조가 있었어도 이런 취급을 당했을까?”

 

▲ 아직 하실 일이 많은데...

신 : 여기에 조교 문제가 탁 터지니까, 학교가 고발을 취하하려고 해요. 딱 봐도 질 거 같으니까 온갖 수단을 통해 회유 시키는 과정이 있었어요. 거기다가 임기도 끝나가니까, 내가 조교들을 위해 더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어떤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당시 조교들은 당시에 저를 되게 많이 원망했어요. 좋은 취지였으나 현실적으로 본인들한테 당장 피해가 가니까.

▲ 당시 조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신 : 네, 더군다나 제가 계속해서 개입할 수도 없는 것이 전직 회장이 목소리가 높아지면 지금 학생회에 미치는 영향도 굉장히 크잖아요. 그 과정에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있는 노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그런 상상을 되게 많이 했었죠.

이 즈음에 각종 학술제에서 ‘대학원생 노동권’에 대해서 발표를 했었는데, 거기서 제가 쓴 글에 대해서 논평을 해준 사람이 있어요. 지금의 대학원생 노조 위원장님이세요.

▲ 아, 그렇게 만나셨구나.

신 : 그것을 시작으로 살펴보니 대학원생 노조의 필요성 / 대학원생 노동권을 보장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 있더라구요. 그 사람들 다 모아서 간담회를 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진행을 했어요.

마침 노동부에서 학생들한테 노동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우리 편을 들어준 것도 큰 계기였구요. 노조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 기대감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거죠. 자연스럽게 간담회가 이어지면서 노조 설립 추진 위원회로 전환이 시작됐어요.

▲ 처음부터 규모가 꽤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 : 초기 스무 명에서 서른 명 정도가 간담회에 계속 유입이 됐고, 그 사람들이 중심이 돼서 이제 노조 설립 추진 위원회 회의를 여러 차례 거치면서 대충 체계를 잡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설립 총회까지 가게 된 거죠. 그래서 설립 총회를 작년 12월 23일에 했고요, 그런 과정들을 쭉 거쳐서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난 2월 24일 토요일에 진행된 전국대학원생노조 출범식

 

“노동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출구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 세 달 정도 지난 노조 활동을 하시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신 : 가장 큰 어려움은 노조가 기본적으로 운영이 되고 어떤 것들을 지향하는 것에 대해서 아직 많이 미숙하다는 점이에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대학원생들한테 노조는 상상의 산물이었지, 현실화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가 최초다 보니까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죠.

▲ 아무것도 참조할 것도 없고...

신 : 아무래도 그렇죠. 우리가 구체적으로 뭘 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에요. 노조는 결국 학생회랑은 다르게 한 번 하고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니라 실제로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를 쟁취해 가야하는 조직인거 잖아요. 그만큼 굉장히 잘 해야 한다는 그런 압박이 있어요. 잘 모르고 처음 해보지만 마치 열 번 해 본 것처럼 해야 되는 경우도 있어요.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라 그런 게 가장 어려운 거 같아요.

▲ 그런 어려움에도 사무국장을 계속 하고 계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신 : 무엇보다, 대학원생들에게 출구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신분을 노출하지 않더라도 대리해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조직이요. 특히 노동 개념을 선도해서 바꾼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 노동개념을 바꾼다는 의미가 뭘까요?

신 : 대학원생들이 하고 있는 게 거의 연구 활동이 많거든요. 행정 업무는 사실 굉장히 부분적인 거고, 대학원생들이 하고 있는 본업은 연구죠.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노동 말고도 연구와 관련된 노동개념에 있어 이제는 노조가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거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 확실히, 연구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학부생 입장에서는 보기 힘들고, 그렇다 보니까 주목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신 : 네. 저희 노조 역시 ‘조교 노조‘가 아니라 ‘대학원생 노조’라고 이름 붙인 의도는 사실은 대학원생, 대학 내에서 노동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조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연구원도 있고, 그리고 학술지를 발간할 때 도와주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일단 조합 가입은 현재 뭐 노동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조합원으로는 다 받고 있어요. 왜냐하면 대학원생 사회라는 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노동을 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대학원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각인시키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것도 있고, 노조 자체에 대한 것도 있고요.

신 : 일단 논문을 써야죠(웃음)

 

sandraandwoo.com
논문...논문을 써야한다...

▲ 아...

신 : 논문을 써야 되고, 일단은 제가 대학원 들어오기 전에 했던 각오들을 마무리를 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물론 뭐 굉장히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을 마무리 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 박사 과정까지 생각하시고 있나요?

박사 과정을 갈지 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선은 대학에서 제가 마주했던 연구 커뮤니티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 쪽으로 가지 않을 까 싶어요. 무엇보다 조교 해고 사태가 전국 각각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최선을 다해서 저희 목소리를 많이 내야 하는 일들도 있구요

▲ 어쩜 이렇게 매년 반복이 될까요?

대학원 사회가 이렇게까지 비참해졌던 게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이게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있는데, 이끌 주체가 없었어요. 이제라고 노조를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룰에 승복하지 않는 목소리들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성균관대 조교 해고 사태에 대한 대학원생노조의 성명

 ▲ 박사는 잘 모르겠지만, 사무국장으로서 일은 앞으로도 하시는 건가요?

신 : 일단은 저희가 임기가 2년이에요. 2년 동안에는 저도 최선을 다 해야죠.

▲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신 : 일단은 저는 30대지만, 그래도 20대와는 조금은 근접한 30대거든요(웃음). 제가 30대라고 해서 막 꼰대처럼 조언하려고 하는 건 아니구요.

▲ 순수한 마음으로 (웃음)

신 : 저희 세대에서는 어쨌거나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의제 중 하나가 청년 노동 이죠. 20대 때는 아르바이트가 주 관심사 중 하나거든요. 그리고 취준생들에게는 자기가 어떤 직장을 가지게 될 건지가 굉장히 중요한 관심사구요. 이 두 가지 틀을 가지고 생각해봤을 때, 노동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고민을 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노동이라는 권리는 혼자서 지키기가 힘들어요. 아르바이트 하다가 사장한테 월급 떼이고 그랬을 때, 개인이 그걸 풀어나가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돈을 주는 사람이 갖고 있는 권력이란 게 있기 때문에, 돈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개인이 대응하기 쉽지 않죠. 그럴 때 제일 필요한 게 노조와 같은 ‘같은 편’이죠.

 

뉴스1
노조는 ‘빨갱이’가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당신을 도와줄 사람들이다.

헌법을 봐도 여러 가지 다양한 권리들 중에 유독 노동권과 관련해서는 집단적인 권리를 인정해요. 그리고 노동권은 항상 결사의 자유와 함께에요. 그래서 본인이 하고 계신 다양한 노동을 한 번 유심히 잘 관찰해보시고, 그것에 수반되는 권리를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하고 있음에도 일하는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일한 만큼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 그래서 노조가 생겼다. 꼭 대학원생이 아니더라도, 내 주위의 누군가는 반드시 이와 같은 일들을 겪을 수 있다.

영원히 남의 일 이기만 한 일은 세상에 없다. 개강을 맞이한 대학가의 따스한 봄볕이 대학원 건물에도 스며들길 바란다.

 

*이 글은 트웬티스타임라인의 박종우 에디터가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