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2018년 03월 14일 17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3월 15일 11시 27분 KST

독일에서 온 장애인 자원봉사자가 경험한 평창패럴림픽

평창동계패럴림픽 외국인 자원봉사자 카이 리커(Kay Lieker)

huffpost korea/inkyung yoon

평창패럴림픽 자원봉사자 중에도 물론 장애인들이 있다. 그중 독일에서 온 평창패럴림픽 자원봉사자 카이 리커씨는 이번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세 번째 올림픽이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에 이어 2018년 평창에 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어떤 일을 맡았나요? 

= 패럴림픽에서는 강릉 하키센터 안내데스크에서 영어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사실 올림픽 때에 비해서 영어로 뭘 물어보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일이 많지 않아요. 올림픽 때는 관동 하키센터에서 일했어요.

 

- 국제대회 자원봉사 경험이 많으시다면서요?

= 올림픽만 이번이 세 번째예요.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했고, 2014년 글라스고영연방경기대회, 2016년 릴레함메르청소년올림픽에서도 자원봉사했어요. 스포츠대회 말고도 경험이 있어요. 유로비전(*유럽 방송사 여러곳이 함께 주최하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세 번 했는데 올림픽 말고는 다 독일이나, 근처 유럽 국가에서 열린 행사들이라 이렇게 많이 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자원봉사로만 일한 건 아니에요. 유럽청소년올림픽페스티벌에 스태프로 취업해서 일한 적도 있어요.

2009년에 베를린에서 정치학 전공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 베를린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렸거든요. 국제스포츠대회 자원봉사를 처음으로 신청해보려고 했는데 마감 기한을 놓쳤어요. 그래서 첫날 티켓을 사서 경기를 보러갔어요. 티켓값이 비싸서 첫날 표만 샀는데 가보니까 휠체어 사용자는 무료 티켓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둘째날도 가고, 셋째날도 갔어요. 저를 매일 보니까 거기서 장애인 돕는 자원봉사자들이 ‘무슨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때 실패하고 아쉬워서 2010년에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처음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게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2020년 도쿄에서도 하고 싶어요. 

 

Kay Leiker
2016 리우 올림픽 때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카이 리커 

 

- 계속해서 국제대회 일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가요?

= 이런 국제 행사에서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을 좋아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국제적인 업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가진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그들로부터도 저도 배우고 싶어요.

 

- 지금까지 참가한 대회들과 비교해 평창에서 특히 어려운 점이 있으신가요?

= (올림픽 때부터 와있는데도) 아직도 음식이 힘들어요. 나한테는 너무 매워요. 김치는 못 먹겠어요. 안 매운 음식들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 평창이 다른 대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 한국 관중들은 한국 경기할 때 반응이 엄청나요. 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를 봤는데 정말 흥분이 대단하더라고요. 또 패럴림픽 때 학생 단체관람이 엄청나게 많아요. 유럽에서 한 대회들은 외국인 자원봉사자가 많은데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여기 강릉 주민들이 대부분인 것도 특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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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리커씨가 패럴림픽 기간 일하는 강릉하키센터 앞.
huffpost korea/inkyung yoon

 

- 장애는 언제 어떻게 갖게 되셨나요?

=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어요. 뇌에 산소가 순간 부족해서 균형 기관에 손상을 줬다고 해요. 의학적으로 봤을 때, 일어나서 똑바로 걸을 수가 없는 거죠.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뇌에 산소가 부족하면 여러가지가 잘못될 수 있는데, 다행히도 저는 균형장애만 나타났죠. 어머니는 저한테 ‘네가 태어날 때 세상에 나오는 게 너무 신나서 숨쉬는 걸 깜빡했나보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 비장애인 자원봉사자들이 평소 활동에 도움을 주나요?

= 정말 많이 도와줘요. 언제나 도와주려고 하고, 때로는 과하게 도와줘요. 저 혼자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인데 저한테 묻지도 않고 대신 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말이 안 통해서 더 그런 거 같아요. 식당에 가면 제가 직접 음식 가지고 갈 수 있는데도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져다주기도 해요.

 

- 직접 휠체어 타는 입장에서, 강릉의 올림픽 관련 시설들의 접근성은 좋은 편인가요?

= 경기장과 올림픽파크 안에서 돌아다니는 건 편해요.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다 있어서요. 하지만 이곳을 나가면 힘들죠. 휠체어용 경사로가 있거나 입구를 낮춘 저상 버스가 거의 없어서 버스를 못 탔어요.

 

- 마지막으로, 혹시 직접 스포츠를 하시나요? 독일에서 장애인 생활체육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궁금하네요.

= 저는 휠체어 농구를 좋아해서 자주 하고요, 마라톤도 가끔 하고요. 선수는 아니고 다 취미로만 해요. 독일에 장애인 스포츠 동호회들이 있긴 하지만 큰 도시에 가야해요. 고등학교 때 체육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장애 없는 학생들과 경쟁해서 성적을 받아야 해서, 교과목으로 운동을 하기는 어려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