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3월 14일 09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3월 14일 09시 42분 KST

트럼프의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은 북·미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미 대화가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각) 전격 경질되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앞으로 두달 안팎 남은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측근을 ‘공개 협상’의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결정은 오는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장과의 회담을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불화설에 휩싸였던 틸러슨 장관을 교체하고, 자신의 ‘복심’으로 통하는 폼페이오 지명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 북한과의 협상에 전면적으로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뉴욕 타임스도도 13일 행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회담 전에 새 팀을 꾸리기 위해 틸러슨 장관을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국무장관 교체 사실을 알리면서 “지난 14개월 동안 폼페이오 국장에 대해 매우 잘 알게 됐다. 이런 중대한 시점에 국무장관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대한 시점’은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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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장관의 낙마설은 사실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지난해 7월 대 아프가니스탄 전략 문제를 두고 충돌하면서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멍청이’라고 발언했던 사실이 알려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이큐를 재보자’며 응수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결별 선언만 안했을 뿐 재결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지난해 북한 문제를 놓고도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틸러슨 장관이 지난해 9월 중국 방문 기간 “북한과 2~3개 정도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대화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에게 그가 ’리틀 로켓맨‘(김정은)과 협상을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공개 ’면박’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틸러슨 장관이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하자 백악관이 나서서 “지금은 대화할 시간이 아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두 사람은 이란 핵협정과 파리 기후변화협약, 러시아 문제 등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샌디에이고로 가기 전 기자들에게 “나는 틸러슨 장관과 잘 지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다른 사고 방식을 갖고 있었다. 생각이 달랐다”며 그동안 이견이 적지 않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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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폼페이오 국장은 매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보브리핑을 통해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폼페이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을 꿰뚫고 그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받아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오히려 중립을 지켜야 할 정보기관의 수장이 너무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아왔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 데 뛰어나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지까지 거론하면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 공세를 펼치던 지난해 폼페이오 국장이 대북 매파적 행보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폼페이오 지명자는 지난해 7월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미 정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 놓는 것”이라며 북한 정권교체를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북한과 관여(대화·협상) 국면이 전개되면서 폼페이오 국장은 전혀 다른 역할을 맡았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의 끈끈한 채널을 바탕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평창겨울올림픽 참석 때 북한 쪽 대표단과의 북-미 접촉을 기획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한국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즉석에서 결정한 것 같지만, 한국 대표단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당일 오전 정보기관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알고 있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국장이 정상회담 성사에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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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국장은 지난 11일 폭스 뉴스에 나와 ‘북한 정권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주저치 않고 “그렇다. 그러한 논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권 교체’ 언급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전술적 차원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결정이 충동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옹호자로 변신했다. 폼페이오 국장은 ‘소신파’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는 심복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측근인 폼페이오 국장의 지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앙정보국은 정보기관의 속성상 전면에 나서 협상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장에 아예 공개적인 협상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도 “북-미 대화가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