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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이 고은 시인의 '만인의 방'을 철거하다

글과 사진을 전시했던 벽면을 모두 뜯어냈다.

  • 김원철
  • 입력 2018.03.12 15:01
  • 수정 2018.03.12 15:03
ⓒElisabetta A. Villa via Getty Images

서울도서관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시인 고은씨의 전시공간을 철거했다.

서울도서관은 12일 오전 도서관 3층에 위치한 ‘만인의 방’ 철거작업을 벌였다. 고은씨의 안성 서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방은 물론 방 주변에 고은씨를 소개하는 글과 그림, 사진을 전시했던 벽면도 모두 뜯어냈다. 방 앞쪽에 자리했던 고은씨의 원고와 그의 작품을 소개하던 키오스크도 같은 신세가 됐다.

서울도서관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 지난 2월 중순부터 철거를 검토해왔다. 고은씨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철거 결정을 내렸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아직은 의혹이라는 점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며 ”그러나 고은 시인이 단국대 석좌교수도 물러나고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도 내려놓는 등 상황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철거를 결정하면서 고은씨와 따로 협의는 없었고 철거를 통보만 했다는 설명이다. 만인의 방에는 고은씨가 기증한 책을 비롯, 뿔테안경과 각종 물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도서관 측은 이들 물품을 일단 관내에 보관하고 차후 반환하기로 했다.

이곳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경기 안성시 공도면 마정리에 있는 고은씨의 서재를 재현했다. 전시공간에 만인보 집필을 시작했던 좌식탁자 실물과 이후 집필을 마무리한 커다란 좌식탁자, 서가들, 필기구, 책과 책 사이로 난 아슬아슬한 길을 그대로 옮겨왔다.

서울도서관은 앞으로 이곳을 만인의 방이 들어서기 전과 같이 서울광장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공간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한편 고은씨는 이달 초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부인과 나 자신에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의 성추행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추가로 나와 의혹은 여전하다. 교육부는 지난 8일 중·고교 교과서에서 고은씨와 연출가 이윤택·오태석씨 작품을 퇴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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