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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가 아내 아닌 여성과 식사하지 않는다는 건 지적할만한 일이다

'펜스룰'이 미국에 이어 한국을 휩쓸고 있다.

ⓒGETTY/TWITTER

마이크 펜스는 2002년에 더 힐에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 둘이 식사하지 않고 알코올이 있는 행사에는 반드시 아내가 동행할 시에만 참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펜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는 부부 사이가 무엇인지 함께 규정하는 것은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하지만 펜스룰이 온라인에서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은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펜스 부부가 생각하는 ‘존중’의 의미를 결정하는 종교적 가이드라인은 남성 권력을 지원하고 여성을 종속적 상태로 계속 놓아두려 하는 시스템의 일부다. 둘째, 펜스 대통령은 그냥 일반 기혼남이 아니다. 트럼프가 어떤 이유로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 그 자리를 1순위로 이어받게 될 사람이다. 즉, 그가 여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진 시각이 미국 여성을 보는 시각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여성과 식사 금지’ 룰은 복음주의 목사 빌 그레이엄이 1948년에 발표한 도덕률 ‘모데스토 선언’을 통해 유명해졌다. 기독교 역사 연구소에 따르면:

이 선언에서 가장 유명한 조항은 그레이엄을 따르는 남성들이 자신의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 둘이 있는 것을 금지한 부분이다. 그레이엄은 그 날 이후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지 않다면 루스를 제외한 그 어떤 여성과도 식사, 여행, 만남을 갖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 맹세는 그레이엄의 성적 정직함을 보장해주었고, 그레이엄 이전과 이후의 복음주의자들의 발목을 잡았던 혐의를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빌리 그레이엄 룰’로 알려진 이 조항을 통해 그레이엄은 다른 복음주의자들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을 지나치게 성애화된 페르소나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늠름한 외모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일부 무슬림들 역시 이와 비슷한 아내와 친척들과만 식사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따르지만, 이 사실을 밝힌다 해서 우파들이 강력한 지지를 보내지는 않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역사를 보면, 여성과 함께 식사하지 않는다는 룰은 여성이 함께 있다는 것은 언제나 다른 무엇보다도 섹스와 연관이 있다는 발상에 근거하고 있음이 더욱 명확해진다.

배우자의 감시가 없는 모든 교류는 어쩔 수 없이 부정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가정하지 않는 이상,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자신과는 다른 젠더인 친구 또는 동료와 함께 식사한다고 해서 무례할 것은 전혀 없다. 이러한 세계관 속의 남성은 자제력이 전혀 없으며, 여성은 유혹자 혹은 덕목의 수호자다.

이러한 신념체계의 기반은 남성이 여성을 동등한 존재가 아닌 ‘타자’로 보게 만든다. ‘도발적인’ 옷을 입었기 때문에 여성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초한 일’이라는 논리를 합리화시키며, (미국 대통령 등의 사람들은) 군대와 같이 압박이 심한 환경에 남녀를 함께 두면 자연스레 성폭력이 일어난다고 믿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신념체계는 여성들을 성애화된 기분 전환 거리로 보거나 직장 문화에서 아예 배제시키는 남성 지배적 근무 환경을 만든다.

자신과 다른 젠더인 사람과 단 둘이 있기를 거부하면서도 승진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여성들에겐 주어지지 않은 특권이다. 엘리자베스 워런이나 카말라 해리스, 낸시 펠로시가 알코올이 있는 정치 행사에 남편없이 참석하기를 거부했다고 상상해 보라. 그들이 선본 관리자가 유력시 되는 남성, 남성 국회의원들과 절대 1 대 1 미팅을 하지 않았다고 상상해 보라. 이 여성들의 커리어는 제대로 시작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유력 인사의 다수가 남성들인 업계에서 여성으로서 성공하려면 남성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워야 하며, 때로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유일한 여성이라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펜스 부통령은 2002년 이후 몇 번의 예외 사례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더 존스의 클라라 제프리 편집장이 트위터에서 지적했듯, 이 룰을 논리적으로 보면 여성을 만나고 함께 일하는 펜스의 능력은 심각하게 제한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펜스는 켈리앤 콘웨이, 니키 헤일리, 이방카 트럼프와 함께 일 이야기를 하며 점심식사를 할 수 있을까? 그걸 아내에 대한 배신으로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의 스탭들을 뽑을 때, 유력한 자리에 여성을 채용할 수 있을까? 특히 끊임없이 접촉을 해야 하는 자리라면? 미국 부통령은 여성을 볼 때, 자신의 결혼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아닌, 자신의 동시대인으로 볼 수 있는가?

펜스가 아내를 깊이 존중한다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의 결혼을 다스리는 원칙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적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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