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폭력 사건들이 남성들에게 주는 교훈은 '펜스룰' 따위가 아니다

단 둘이 식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는 몇 가지 명백한 문제가 있다.

ⓒTom Williams via Getty Images

하비 웨인스타인은 물론 안희정 등 미국과 한국 유명인들의 끔찍한 성폭력이 폭로되면서 여성들이 매일같이 접하는 크고 작은 침해들에 어떤 수치가 따라붙는지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그러나 어떤 남성들은 이 혐의들을 보고 남성들은 여성과의 만남을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전직 부보좌관 세바스찬 고르카는 2017년 10월에 “웨인스타인이 이성을 만날 때 펜스 부통령의 룰을 따랐다면 이 가엾은 여성들 누구도 학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트윗을 썼다. (마이크 펜스는 자신은 ‘빌리 그레이엄 룰’을 따르며,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 둘이 식사하지 않고 알코올이 있는 행사에는 반드시 아내가 동행할 시에만 참석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보수적 라디오 호스트인 에릭 에릭슨은 모두 ‘여성과의 독대에 대한 펜스룰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글을 썼다. “마이크 펜스는 아내가 아닌 사람과 섹스를 하고 싶어했다는 혐의를 받을 일이 결코 없다. 자신과 다른 사람이 그런 상황에 처하는 것을 피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성희롱을 저지르는 것을, 최소한 희롱 혐의를 피하기 위해 여성과 단 둘이 있지 말아야 한다, 단 둘이 식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는 몇 가지 명백한 문제가 있다.

첫째, 이것은 남성들은 여성 앞에서 행동을 조절할 수 없음을, 또한 남성이 프로페셔널한 관계와 성적인, 혹은 성폭력적인 관계를 구분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남성들이여, 당신들은 그보다는 나은 존재들이다! 나는 여성을 희롱하거나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여성과 교류할 수 있는 당신들의 능력을 믿는다!) 또한 여성이 남성과 일 관계로 1 대 1의 만남을 가질 때, 여성이 스스로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여성이 자처한 일’이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지금도 거의 모든 업계의 진입로는 남성들이 통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남성들이 여성 동료나 직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결정한다면 여성들의 커리어에 크고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성희롱 혐의를 받게 될까봐 두려워서 여러 업계의 권력자 남성들이 여성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는 뉴욕 타임스 보도도 있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일부 남성 투자자들이 여성과의 1 대 1 미팅을 고사하거나 레스토랑 대신 회의실로 장소를 바꾸는 사례가 있었다. 월 스트리트에서는 일부 고위직 남성이 하위직 여성과 미팅을 할 때 문을 열어두기도 했다. TV 뉴스에서는 일부 남성 임원들이 여성과 대화할 때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이 보였다.” 클레어 케인 밀러의 보도다.

프로페셔널한 친밀감과 인간관계 형성은 어떤 업계에서든 성공에 아주 중요하다. 하위급 직원들은 이를 통해 멘토나 스폰서를 찾고, 일에서의 새로운 도전 과제를 찾아낸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인정해준다. 이 신뢰는 사무실 안팎에서 일어나는 인간 대 인간의 교류를 통해 생겨난다.

남성들이 여성들을(그리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과의 교류를 한정지을 경우, 손해를 보는 것은 오직 이 여성들뿐이다.

결국 문제는 남성 상사가 여성에게 만나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는데 있는 게 아니다. 영화 제작사 임원/투자자/상사가 그 만남을 이용해 여성을 착취하는 게 문제다. 프로페셔널한 일과 관련된 행동에 대한 책임은 남성 권력자에게 있는 것이니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의 착취성 행동에 맞서야 하는 여성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

*이 글은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 편집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성폭력 #안희정 #남성 #페미니즘 #마이크 펜스 #페미니스트 #펜스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