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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선은 유럽 통합에는 타격, 극우에는 큰 힘이 된다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 허완
  • 입력 2018.03.07 15:58
ⓒIvan Romano via Getty Images

 

지난 4일 이탈리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단일 정당이나 연합은 없었지만, 명백한 승자가 있긴 했다. 반 이민 정서, 반 기득권 시각, EU에 대한 공공연한 반감에 호소한 포퓰리스트 및 극우 정당들이다.

총선 결과에 의하면 정치적 지형은 분열되어 있어 정당들이 협상을 통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중도 우파, 중도 좌파 정당들은 지지 기반을 잃었고, 이념적으로 애매모호한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 ; Five Star)이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신속하게 이주자들을 대거 추방시키겠다고 다짐한 극우 성향 동맹당 역시 약진하여 제 3당이 되었다. 극단적 국수주의 정당인 동맹당의 역대 최고 성과이며, 이로써 동맹당은 연정 구성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점하게 되었다. 

오성운동 대표 루이지 디 마이오가 총선 결과를 자축하며 당원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3월6일.
오성운동 대표 루이지 디 마이오가 총선 결과를 자축하며 당원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3월6일. ⓒIvan Romano via Getty Images

 

오성운동이 1위로 나서다

불과 2009년에 생겨난 반기득권 정당 오성운동이 이번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얻었다. 예비 개표에 의하면 32%를 획득했으며, 2013년 첫 총선에서 올렸던 충격적인 성과가 이로서 더욱 공고해졌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한 불만이 널리 퍼진 것을 통해 오성운동은 인기를 계속 얻어왔다. 포퓰리스트 수사를 내놓고, 유로존을 떠나야 한다는 주장이 논란이 되자 말을 누그러 뜨렸다.

오성운동 측에서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은 툭하면 EU를 비판하고 이민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성운동이 인기를 끌자 도널드 트럼프의 전 수석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관심을 갖고 투표일에 맞춰 로마를 찾아 포퓰리즘을 포용한 이탈리아인들을 칭송했다.

오성운동이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면, 현재 대표인 31세의 루이지 디 마이오가 세계 최연소 지도자가 된다.

 

민주당 대표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총선 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3월5일.
민주당 대표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총선 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3월5일. ⓒALBERTO PIZZOLI via Getty Images

 

좌파와 우파가 무너지다

이탈리아 총선은 유럽 전역을 뒤덮은 정치 파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 막강했던 정당들이 변화의 주체를 자처하고 나선, 새로이 힘을 얻은 극단적인 정당들에게 전통적 유권자층을 잃고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정당들은 기득권 정치와 EU에 대한 깊은 실망을 이용했고, 국가 정체성을 찾자고 외치며 반(反)이슬람, 반이민 정서를 부추긴다.

최근 유럽에서 일고 있는 정치적 혼돈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전통적 좌파 정당이며, 이는 이탈리아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도좌파 민주당은 예상보다도 더욱 낮은 득표율을 보였고, 오성운동과 손을 잡거나 우파 및 극우 정당 연합체와 손을 잡지 않으면 정부 구성에 낄 수도 없게 되었다. 두 가지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다. 민주당 대표인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투표 후 갑자기 사퇴했다.

우파 쪽 상황도 기득권 정당들에게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반이민을 앞세운 동맹당이 인기를 얻어 이탈리아 우파의 최대당이 됨에 따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당은 최대 보수당의 자리를 잃었다. 두 정당은 손을 잡고 있긴 하나, 총선 결과 81세의 베를루스코니는 조연으로 밀려났다. 불과 총선 며칠 전만 해도 그는 다음 정부의 킹메이커가 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극우 정당 동맹당 대표 마테오 살비니가 기자회견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월5일.
극우 정당 동맹당 대표 마테오 살비니가 기자회견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월5일. ⓒMIGUEL MEDINA via Getty Images

 

극우가 힘을 얻다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동맹당은 지난 총선에는 4%를 얻었으나, 예비 개표 결과 예측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는 약 18%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북부동맹당이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 북부 분리 독립에 집중하던 이 당은 국수주의, 반이슬람, 반이민 메시지를 포용해 지지층을 넓혔다. 살비니는 당선될 경우 취임 1년 안에 이민자 15만 명을 강제 추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열차 차량을 인종별로 분리하는 등의 제안을 내놓았고, 강간, 마약 거래, 질병 전파를 이민자들의 탓으로 돌렸다.

최근 4년간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민자는 60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 자국 내의 폭력과 인권 유린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다. 이민자 유입은 작년에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민 문제는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선거 운동 중 동맹당의 전 후보가 차를 타고 달리며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을 겨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 후보는 28세 남성으로, 경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6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이 마을에서는 그 며칠 전 나이지리아 남성이 십대 소녀를 토막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살비니는 총기난사 사건을 규탄했지만, 그의 수사는 이민에 대한 이탈리아의 격렬한 긴장을 더욱 악화시켰다. 백인 국수주의자와 파시스트 단체들은 선거를 앞두고 거리에서 시위를 했고, 반 파시스트 시위대와 충돌하여 이탈리아에 정치적 폭력이 난무하던 과거 수십 년간의 어두운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Max Rossi / Reuters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누가 정부 구성을 처음으로 시도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보통은 기본적인 절차지만, 이번 경우 마타렐라는 오성운동과 우파 연합, 또는 동맹당과 전진이탈리아당 연합 중에서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오성운동과 우파 측은 모두 연정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 다음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으려 할 수 있다. 동맹당과 오성운동이 손을 잡으면 의회 다수를 충족할 수 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 역시 연정 구성이 가능하다.

오성운동만의 문제가 있다면, 오성운동은 언제나 확고한 반기득권 정당이었다는 점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연정의 문을 열어두긴 했지만, 다른 당과 손을 잡는 것은 오성운동의 핵심가치에 대한 배신으로 비춰질 수 있다.

오성운동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우파 블록과 대연정을 이루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산술적으로는 가능할지언정 이념적으로는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악명높은 고장난 정치 시스템 속에서는 이 정당들 모두가 연정 합의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탈리아는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고,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Italy’s Election Is A Blow To European Unity And A Boost For The Far Righ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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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오성운동 #루이지 디 마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