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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 통한 걸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렇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 허완
  • 입력 2018.03.07 18:11
  • 수정 2018.03.09 10:05
ⓒLEE JIN-MAN via Getty Images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를 설명하는 공식적 표현은 ‘최대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다. 그러나 널리 사용되는 비공식 표현도 있다. 바로 ‘미치광이(madman) 전략’이다. 

미치광이 전략은 말 그대로 상대방이 나를 ‘미치광이‘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저러다가 진짜로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줘 상대방이 함부로 ‘까불지’ 못하도록 하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과 김정은 정권에 대해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 정권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고, ”나는 (김정은의) 그것보다 더 강하고 큰 핵버튼이 있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그런가하면 그는 ″대화는 더이상 답이 아니다!”라거나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말했고, 군사 옵션을 비롯한 ”그 어떤 것에도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  ”타락한” 북한 정권을 겨냥한 ”최대압박”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AFP Contributor via Getty Images

 

‘미치광이‘와 ‘최대압박’ 

물론 ‘미치광이’ 전략만 쓴 건 아니다. 미국은 국제사회를 설득해 대북제재 동참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대북제재에 회의적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끌어들였다. ‘최대 압박’이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물밑 대화를 탐색하고, ‘북한과 대화를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북한의 반응을 떠 본 것이다. (아니면 단순히 트럼프 혼자 ‘강한 척’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수습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북한은 ‘트럼프의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조용히 미국 측을 접촉했고,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남모를 어려움을 겪었다고 알려져 있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던 그 시절들이 지나가고, 이제 새로운 국면이 막 시작되려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이 문제를 놓고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덕분이다.

이쯤에서 누구나 한 가지 질문을 품을법 하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정말 통한 걸까?

일찍이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다시 시작된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컸다고 강조한 바 있다. 며칠 뒤 나온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내 덕분이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씩 엇갈린다.

ⓒAFP Contributor via Getty Images

 

트럼프 정부의 전략이 통한 걸까?

트럼프를 비판해왔던 외교안보 전문가 중 하나인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그는 평가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한국과의 정상회담,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에서 나타난 북한의 열린 태도는 트럼프의 접근법이 이끌어낸 결과라고 본다.”

컬럼비아대 찰스 K. 암스트롱 교수는 약간 다른 의견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 통한 게 아니라, 대북 경제제재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점점 더 강해진 가혹하고도 거슬리는 경제 제재가 북한을 끌어내도록 설득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며 ”그러므로 트럼프에게 약간 공이 있긴 하지만, ‘화염과 분노’ 위협은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통했다면, 그건 ‘미치광이’ 전략 때문이라기보다는, 강력한 경제제재 같은 ‘최대압박’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암스트롱 교수는 자신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 발언이 그저 레토릭일 뿐이며 트럼프의 안보 측근들이 선제공격을 저지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전봉근 교수는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대북 제재압력이 계속 강화되면서 북한경제가 오히려 위축될 뿐 아니라 향후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또 그는 “2016년 하반기 5차 핵실험 이후 나온 안보리제재결의 2321호부터는 제재의 성격이 변하여 북한의 국제경제와 외교 활동 전반을 규제하고 있어, 향후 북한의 수출입과 경제활동이 계속 위축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대북 경제제재가 실제로 통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전 교수는 북한이 아직 미국 본토를 타격할 만한 핵·무기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등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핵무장에 뒤따르는 비용(경제제재,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 증가)이 효과(안보)를 뛰어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유력한 이유 중 하나로 전문가들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꼽는 배경이다.

ⓒJonathan Ernst / Reuters

 

북한은 변한 게 아니다?

북한이 트럼프 정부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북한의 태도 변화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북정책의 성공 또는 실패 여부를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디애틀랜틱에 의하면,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 수잔 디마지오는 트럼프 정부에 너무 많은 공을 돌리는 데 있어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북한이 그동안 무슨 말을 해왔는지 들여다보면, 그들은 미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하면 대화에 나설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북한이 이제는 ”핵 보유국” 자격으로 대화에 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북한 스스로 이제 대화에 나서도 되겠다고 판단할 만큼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단계에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할 때 그게 진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모른다. (...) 어떤 맥락에 따라 얘기한 것도 아니고, 시간표도 주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건 그들이 ‘우리는 대화 테이블로 돌아갈 수도 있고, 어느 시점에서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따라 기분 좋게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언제쯤 벌어질지는 분명하지 않다. 올해 말일까? 1년 뒤일까? 더 오래? 거기까지 가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뉴욕타임스(NYT)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시도했던 북한과의 대화가 번번이 무산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임자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장담해왔던 트럼프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비핵화를 대가로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김정은은 부친 김정일과 조부 김일성이 썼던 각본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일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비핵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생각인지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설령 북한이 진지하게 비핵화 조치를 약속하고 실행한다고 해도, 이를 실제로 검증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고(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핵 폐기(Dismantlement)”를 요구하고 있다.

국무부 대변인 헤더 노어트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단계라고 본다”면서도 ”한국과 앉아 다음 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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