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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수입산 철강 관세'가 정말 멍청한 정책임을 보여주는 숫자

20만명 vs 650만명

  • 허완
  • 입력 2018.03.05 17:01
ⓒAlex Wong via Getty Images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 경제학이나 경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해도가 그다지 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대뜸 터뜨린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계획이 얼마나 바보 같은 정책인지 이해하기 위해 꼭 거창한 경제학 이론이나 지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간단한 산수가 필요할 뿐인지도 모르겠다.

철강·알루미늄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제품이지만,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이기도 하다. 관세 부과 때문에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가격이 올라가면, 철강·알루미늄을 소재 삼아 여러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각) 트럼프의 관세 부과 계획이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진단했다. 흥미로운 수치가 담긴 한 단락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관세 부과로 직접적 이득을 보게 될, 원자재를 공급하는 제재소와 제련소들은 오랫동안 쇠퇴해왔다. 현재 이 산업들이 고용하는 인원은 20만명이 채 안 된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구매해 트럭부터 닭장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건을 만드는 기업들은 650만명 넘는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헤리티지 재단의 상무부 자료 분석 결과는 말한다. (뉴욕타임스 3월3일)

ⓒKevin Lamarque / Reuters

  

그동안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트럼프는 값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이 미국에 쏟아져들어온 탓에 미국 내 관련 산업이 침체에 빠졌다고 본다.

″우리는 거의 모든 무역 협정에서 패배하고 있다. 우리 친구와 적들이 오랫동안 미국을 이용해먹었다. 우리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죽었다. 미안하지만 이제 바꿀 때다! MAKE AMERICA GREAT AGAIN!”

 

따라서 트럼프에게, 이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실현하기 위한 복수이자 응징이며, 전쟁이다.

”그러나 미국을 우선시 한다는 게 꼭 미국 노동자들을 우선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블루칼라 노동자라고 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모니카 드볼은 NYT에 ”승자보다는 패자가 많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 일자리를 지키고,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게 목표라면, 이건 완전히 잘못된 방식이다.”

이 매체는 철강·알루미늄 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이나 노동조합이 수입산 철강 관세 부과 계획에 환호하고 있다면서도 이 정책이 결국 더 많은 ‘패자’를 낳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rian Snyder / Reuters

 

NYT가 소개한, 철강으로 식기세척기 선반이나 쇼핑카트 같은 제품을 만드는 소규모 가족기업을 운영하는 존 존슨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51년 전 부친이 세운 이 기업에서 150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는 ”우리도 철강 노동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철강 생산 기업들만 신경쓸 뿐, 철강을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어쩌면 트럼프는 처음부터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NYT 칼럼에서 트럼프가 ”다른 모든 걸 보는 방식”대로 무역을 대해왔다고 적었다. 바로 ”힘과 남성성의 기준”이다. ”(트럼프에 따르면) 이건 누가 더 파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무역흑자를 보면 우리가 이긴 것이고, 무역적자라면 우리가 진 것이다. 물론 이건 넌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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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백악관 #관세 #무역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