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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04일 15시 59분 KST

'여성의 날'을 앞두고 광화문광장에서 '#미투'가 이어졌다

교수와 현직 경찰, 정당인, 청소년들이 단상에 올랐다.

뉴스1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미투'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 

’#미투(Me too) 운동이 전 사회로 확산되는 가운데 제34회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전국 여성들이 성폭력에 노출됐던 피해를 고백하며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성평등 민주주의 정착을 촉구했다.

28개 여성단체가 모인 ‘한국여성단체연합’과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 조직위원회‘는 4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한국여성대회에서는 서울 유명사립대학 교수와 현직 경찰, 정당인, 청소년들이 단상에 올라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 만연된 성폭력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

◇청소년·현직 여경도 성폭력 피해 고백

이은선 양(19)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담임교사로부터 1년에 걸쳐 성폭력을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백을 시작했다. 

″여성청소년으로 살아가면서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삶을 살아야 했다”고 말한 이양은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였던 A씨는 나의 몸을 만지고 무릎에 억지로 앉히거나 여자화장실까지 들어와 추행했다”고 고백했다.

견디다 못한 이양이 다른 교사들에게 A씨의 행동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외면뿐이었다고 이양은 회상했다. 이양은 ”외부 성교육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교사조차 ‘설마 선생님이 그랬겠어?’라며 무시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양은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100년 전 여성들이 참정권을 요구했던 까닭은 단순히 정치참여를 위해서가 아닌, 정치적·사회적 해방을 위해서였다”며 ”청소년도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해방되려면 반드시 참정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피해를 고백하는 후배를 도왔다가 조직 내에서 ‘꽃뱀’으로 낙인찍혀 피해를 입은 현직 경찰도 목소리를 냈다.

경남지역에서 20년째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임희경씨는 지난해 4월 갓 부임한 후배 여경 B씨에게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B씨를 도와 가해자인 C순경을 고발했다.

하지만 임씨에게 돌아온 것은 차갑고 무관심한 냉대뿐이었다고 밝혔다. 임씨는 “B씨를 도와 조직 내 성 문제를 해결했지만 오히려 지구대장은 ‘너 때문에 성과점수 꼴찌를 받게 됐다‘고 질책했고, 가해자 C씨는 나의 신상정보를 경찰조직 전체에 유포하거나 나를 ‘꽃뱀 여경’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임씨에게 앙심을 품은 C씨가 임씨의 업무성과를 조작해 검찰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에서도 임씨는 ‘꽃뱀 여경’의 낙인을 벗지 못했고, 결국 임씨는 후배의 성추행 피해를 도운 죄로 보직을 이동해야 했다. 

임씨는 ”저는 지금 제 경찰 인생을 걸고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거대한 권력에 맞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며 ”제가 사랑하는 경찰이 진정한 민주조직으로 바뀌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뉴스1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보정당 정당인·전직 대학교수도…”나도 피해자” 눈물

진보정당의 간부로 활동했던 정당인과 전직 대학교수도 조직 안에서 입은 피해를 폭로했다.

한 진보정당의 분회장으로 일했다는 청소년 이아란 양(18)은 ”정당 활동을 하던 당시 정당 내 간부가 같은 여성 정당원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며 ”문제점을 공론화하기도 하고 이를 비판했지만 오히려 정당은 ‘당을 위해 의견을 덮을 줄도 알아야 한다’며 나를 비난했다”고 폭로했다.

이양은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진보정당이 오히려 미투운동을 조롱하고 음해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며 ”우리도 운동권이나 투사이기 전에 같은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30년 동안 문화예술계 전문가로 활동한 남정숙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도 20년간 받아온 성폭력과 성희롱을 고백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남 교수는 ”아니 무슨 교수도 성폭력을 당하겠냐고 하시겠지만 저도 많은 성폭력을 당해왔다”며 입을 열었다. 남 교수는 “20년을 넘게 공부해서 교수가 됐지만 여전히 성폭력을 받았다”며 ”과장이 되면 부장한테 당하고, 부장이 되면 전무한테 당하고, 사장이 되면 회장에게 당하는 것이 우리나라 여성들”이라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남 교수는 ”미투는 권력형 성폭력의 전형”이라고 규정하면서 ”권력형 성범죄는 절대 가해자의 처벌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치와 제도가 바뀌고, 피해자가 본래 직장으로 복귀해 생존권을 보장받고, 조직은 가해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성 권위 편향 표준어도 개정해야”…#미투 확산

비록 발언자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한국여성대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선뜻 피해를 고백하면서 미투운동이 완전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길 희망했다.

대학생 임지어니씨(21·여)는 ”어렸을 때부터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랐다”며 ”어릴적 친척이 내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까지 했지만 가족들은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넘어가라’고 서둘러 사건을 덮었다”고 고백했다.

이 일로 상처를 입은 임씨는 ”성범죄는 정도의 차이일 뿐 주로 본인들도 성범죄의 가해자일 수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남성의 인식을 180도로 바꾸는 것이 미투운동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입었던 하얀 드레스를 입고 광화문광장에 선 여성도 있었다. 배윤민정씨(33·여)는 ‘아주버님·도련님·아가씨…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림이 아닙니다’라는 피켓과 함께 국립국어원에 여성차별적인 표준어를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배씨는 ”도련님, 아가씨는 주로 사극에서 종들이 주인에게 부르는 호칭”이라며 ”실제 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가족 사이에서 강요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성차별이자 권력에 의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여성대회에 참여해 ‘3·8 샤우팅’을 마친 전국 여성단체 회원 500여명은 미투운동의 성공과 양성평등 확립을 연호하며 광화문 주변을 행진한다.

행진을 마친 여성들은 오후 3시30분부터 기념식을 열고 △올해 여성운동상 시상식 △성평등 디딤돌 시상식 △성평등 걸림돌 발표를 진행하고, 오는 8일 돌아오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3·8여성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1
4일 결혼식 피로연에서 입었던 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선 배윤민정씨가 '아주버님·도련님·아가씨…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림이 아닙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국립국어원에 여성차별적인 표준어를 개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