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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총기규제 여론, 이번에는 '진짜' 조금 다르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 허완
  • 입력 2018.03.02 16:52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면 보통 비슷한 패턴이 뒤따른다. 사건이 TV에 계속 등장하는 사건 직후에 이뤄지는 첫 번째 설문 조사에서는 잠시 총기 폭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보다 강력한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국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총기난사 사건이 헤드라인에서 사라지자마자 이같은 여론 증가 추세는 사라져버린다.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

2월14일 플로리다 파크랜드의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직후 허프포스트/유고브(YouGov)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의회의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비율은 계속 높아졌다. 의회가 실제로 규제를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역시 커지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 17명이 사망한 마저리 스톤먼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그리고 이 사건 생존 학생들이 이끈 총기 규제 시위의 물결로 인해 전국적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콘서트텍사스 교회의 총기 난사 사건 후에는 이런 조짐이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미국인들 중 엄격한 총기 규제 법안 통과가 정치적으로 가능하다고 믿는 비율은 거의 2 대 1 정도, 즉 50% 대 26%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이후 실시된 설문조사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불과 2주 전에만 해도 고작 38%만이 가능할 것이라 응답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Jonathan Drake / Reuters

 

이런 변화는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목격되며, 규제를 원하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사람 모두를 아울렀다.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 중 새로운 법이 통과될 수 있다고 믿는 비율은 13%p,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 중에서는 17%p 증가했다.

허프포스트/유고브 설문 조사에서 보다 강력한 총기 규제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비율은 이에 비하면 소폭 상승했다. 현재 지지 비율은 58%인데, 지난해의 48~54%에서 조금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다른 질문들을 보면 새로운 규제를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 그리고 법제화할 수 있다는 상당한 움직임이 보인다.

이제 미국인 60%가 총기 난사는 미국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닌,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비하면 18%p 올라간 수치다. 의회가 총기 난사를 줄이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답변이 다수(51%)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0%p 올라간 것이다.

미국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총기 규제를 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대답한 비율은 65%로, 양당 모두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작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직후에는 53%에 불과했다

ⓒTom Williams via Getty Images

 

이 문제에 대한 변화는 주로 우파의 의견이 바뀌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지지자의 다수(52%)는 수정헌법2조를 침해하지 않고도 총기법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파크랜드 사건 직후에는 43%, 작년 라스베이거스 사건 직후에는 33%에 불과했다. 공화당원 중 이 비율은 현재 61%로, 작년 가을의 42%에 비해 상승했다.

총기에 대한 의견의 변화는 아주 천천히 이루어질 것이다. 총기 규제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이미 상당히 커졌지만, 실제 정책 이행은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거의 보편적으로 지지받고 있는 신원 조사가 대표적 예인데, 이러한 격차는 총기 규제 반대자들이 정책 입안자들에게 자신들의 시각을 전달하는 데 있어 더 강력히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자신이 꼽는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가 총기 이슈라고 대답한 비율은 21%였다. 작년에 비해서는 꽤 높았지만, 아직 건강보험과 경제 등의 이슈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총기 규제에 대한 지금의 모멘텀이 중간 선거가 치뤄질 때까지 몇 달을 더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정치적 국면은 총기 규제에 있어 꽤 희망적으로 보이는 편이다. 

 

최근의 설문 조사 중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상당한 관점 변화가 드러난 것은 허프포스트/유고브 조사만이 아니었다. 다른 매체들의 최신 조사들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CNN : “보다 엄격한 총기법에 대한 지지가 199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의 3분의 2는 정부와 사회가 총기 난사를 예방할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SSRS가 진행한 CNN 설문 조사 결과다. 플로리다 파크랜드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총기법에 대한 여론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다른 총기 난사 사건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폴리티코 : “사우스 플로리다 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진행된 설문 조사에서 보다 엄격한 총기법에 대한 지지가 최소 최근 25년 동안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러 설문 조사에 의하면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17명이 사망한 이후, 미국인의 약 3분의 2는 총기 통제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POLITICO/모닝 컨설트가 새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등록된 유권자 중 보다 엄격한 총기법을 지지하는 비율은 68%였고, 총기법 강화에 반대하는 비율은 25%에 그쳤다.”

퀴니피악 대학교 : “총기법 강화에 대한 미국 유권자 찬반 비율은 66 대 31로, 퀴니피악 대학교가 독립적으로 실시하는 전국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찬성 비율이 나왔다. 총기 소유자들은 50 대 44,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들은 62 대 35, 백인 남성들은 58 대 38의 비율을 각각 보였다.”

유고브 : “여러 총기 규제 제안에 대한 지지가 늘 다수를 차지해왔다. 지난 주의 이코노미스트/YouGov 조사에서는 절반을 조금 넘는 응답자가 전반적으로 보다 엄격한 총기법을 원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 그러나 지금은 엄격한 총기법에 대한 지지 운동이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으로 퍼졌다.”

마리스트 : “플로리다 고등학교의 비극적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미국인들의 71%(총기 소유자들의 58%)가 총기 판매를 관장하는 법률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2017년 10월의 64%에 비해 올라간 수치다. … 흥미로운 점은 총기 정책에 대한 후보의 입장이 올해 중간 선거 때 자신의 투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대답한 미국인의 77%가 총기 법률 강화를 지지했다.”

USA투데이 : “USA 투데이/서포크 대학교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총기법 강화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의회가 곧 행동을 취할 것 같지 않다는 예상에도 압도적으로 지지를 보냈다.”

CBS : “현재 미국인의 65%는 총기 판매 관련 법률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12월에 비해 8퍼센티지 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이 설문 조사에서 총기 판매 법률 강화 지지 비율로는 역대 최고치다. 공화당과 무소속의 지지 증가가 반영된 수치다. 작년 12월에 비해 공화당원의 강화 지지가 크게 늘었다. 민주당원들은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The Last 2 Weeks Have Convinced Americans Gun Reform Could Happe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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