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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 눈의 들보부터 뽑으라” 부글부글 여의도

‘미투(#MeToo) 무풍지대’인 국회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michaklootwijk via Getty Images

“일상에서는 성차별적인 발언, 술자리에서는 성희롱 발언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던 의원님의 입이 아직 제 눈에 선하네요. 덕분에 전 여전히 그때의 기억과 트라우마에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함부로 미투를 응원하네, 어쩌네 하지 마세요.”

국회 보좌진과 직원들의 고충을 나누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대나무숲)에 지난 13일 올라온 글의 일부다. 여야 정당의 지도부가 일제히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때 올린 것으로, 국회도 성폭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 뒤 사회 전 분야에서 한달째 거세게 미투 바람이 불고 있지만 국회는 아직 무풍지대다. 약자인 여성 보좌진이 하소연할 곳은 이 익명게시판 정도다.

대나무숲에 글을 올린 이들은 “검사님의 용기에 박수를 치면서도 씁쓸하다. 나는 아무 말도 못했는데”라거나 “요새는 여자 보좌진들끼리 만나면 미투 얘기만 한다. ‘너도 미투야?’로 시작하면 얘기가 끝이 없다”고 탄식했다. 한 보좌직원은 “미투 운동을 정치권에서 응원하는 것을 보면 남의 눈의 티끌을 욕하기 전에 제 눈의 들보부터 뽑으라고 말하고 싶다”며 “영감들(국회의원) 중에 자기 방에서 성추행 일어났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피해자를 내보내고 가해자는 계속 두는 사람도 있다”고 꼬집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인데 왜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이 모인 여의도 국회는 조용할까. 이곳만 유독 조용한 그 이유에 주목해 달라”는 호소와 “미투야 더 세게 불어라. 부디 국회에도 불어와 달라”는 바람도 적혀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여성운동가 출신 비례대표인 정춘숙 의원이 직접 강사로 나서 의원들에게 성평등 교육을 진행했다. 정 의원은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을 지내며 23년간 성폭력·가정폭력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그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원하면 성평등에 눈뜨라’는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여성의 문제는 여성 집단 전체의 문제이고 공동체와 국가의 문제”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기자들에게 ‘요즘 언론사 기자는 얼굴로 뽑느냐’며 외모 품평을 하거나 러브샷을 권하지 말라. ‘결혼은 했냐, 나이는 몇 살이냐’ 등의 쓸데없는 질문도 하지 말라”는 구체적인 충고를 내놨다고 한다. 그는 의원들의 위선을 꼬집는 대나무숲 고발 글을 직접 낭독했고, “‘여성 의원들 무서워서 말도 함부로 못 하겠다’는 분들도 있는데 맥락이 중요한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또 정 의원은 국회의원 보좌진의 여성 비율이 우리 사회의 다른 부문에 견줘서도 낮고, 하급 직원에 여성이 많은 피라미드 구조임을 언급하며 “이런 구조이다 보니 성추행, 성희롱 피해가 많다”고 짚었다고 한다. 현재 국회의원 보좌진 10명 가운데 3명꼴로 여성이지만, 4급 보좌관 중 여성 비율은 5.9%에 불과한 반면, 9급 비서는 72.5%가 여성이다. 강연 끝머리에 그는 의원들에게 △실수했을 경우 주변에서 말해주기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기 △실수했을 때 즉시 사과하고 시정하기 △지방선거 전까지 성평등 교육 이수하기 등의 제안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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