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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가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방법

집 앞에 놓는 벤치로 '좋은 동네'를 만들 수 있다

ⓒhuffpost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게스트는 만나고 교류하며 따뜻한 정을 쌓는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게스트는 만나고 교류하며 따뜻한 정을 쌓는다.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 고객에게 조금 더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대중교통과 편의시설 등을 안내해드리고 급할 때 응급약 등을 제공하며 불편함이 없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행사나 기타 소셜 방문자보다 에어비앤비 고객들은 조금 더 친근하다고 해야 할까요?”

“다른 경로로 오는 손님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문하는 손님들이 예의나 의사소통 등의 측면에서 수준이 높습니다.”

“숙박중개업체로서 에어비앤비를 가장 선호합니다.”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당신의 호스팅 경험에 대해 듣고 싶다”며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호스트들이 답한 내용 중 일부다.

지난 7~8일 강원도에서 만난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릉의 한 호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에어비앤비가 참 좋은 점이 국내 게스트들이 다른 채널로 오는 손님보다 훨씬 깨끗하게 쓰고 친절해요. 숙소를 깨끗하게 사용하고, 오히려 작은 서비스에 감동을 하신다. 우리가 고마워 해야 하는데, 그분들이 더 고맙다고 합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문하는 손님들은 왜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까? 이는 에어비앤비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 게스트는 플랫폼에서 호스트를 찾을 때부터 ‘교류’란 단어를 떠올린다고 한다. 교류를 원하는 게스트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찾는다. 이들은 호스트들의 일상에 찾아와 활력을 준다.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상품이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환대(hospitality)와 교류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유경제는 저성장 시대에 같은 물건을 시간대로 나눠쓰거나 여러 사람이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익을 창출하려 한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사람 간 연결을 불러 일으키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려 노력한다. 플랫폼은 규칙을 만들고, 이는 사람 간 관계를 매끄럽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 규칙이 사람의 인식과 행동으로 확산하면 그것은 문화로 진화한다. ‘사람 간 관계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의 작동 원리라면, ’사람 간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되어 있느냐’는 ‘문화’의 실체이기도 하다. 

벤치스컬렉티브가 고안해 낸 집 앞 공간의 사용법.
벤치스컬렉티브가 고안해 낸 집 앞 공간의 사용법. ⓒ에어비앤비

네덜란드의 벤치스컬렉티브(BenchesCollective) 역시 공간의 공유를 통해 교류를 활성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시도하는 방식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집 앞 남는 공간에 벤치를 두도록 하는 것이다. 집 앞의 벤치는 사람을 모으고, 순식간에 커다란 야외 카페를 만들어낸다.

벤치스컬렉티브는 벤치를 놓는 단순한 행위 하나가 ‘좋은 동네’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유 벤치는 동네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있게 해주고, 대화를 불러 일으키며, 이를 통해 더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의자를 보면 그 디자인과 역사적 쓰임새를 떠올리며, 앉아 머문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그 인식은 하나 둘 행동으로 이어지며 교류가 이어진다.

집 앞의 공간을 남들과 공유하는 등의 문화를 이끄는 시도를 하는 벤치스컬렉티브처럼 공유경제 기업들은 새 문화를 만들어내려 노력하며, 실제로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14년 이후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1500개 이상의 벤치와 그 공간이 야외 카페로 공유되고 있다. 벤치스컬렉티브에 따르면 벤치에서 만난 이들의 64%는 그 만남을 계속 이어간다. 부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 막 이사 온 사람과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 간극이 점점 멀어지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교류하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벤치가 공동체를 되살릴 수 있다고 벤치스컬렉티브 측은 주장한다.

에어비앤비가 환대 문화를 상품에 녹여 세계인들에게 확산시키는 것처럼 벤치스컬렉티브는 의자 하나로 시민의 교류를 확산시키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공유다.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공유 사무실이나 셰어하우스 역시 공동의 공간을 함께 잘 사용하고, 서로 교류하는 데 최적화된 문화를 조금씩 만들어내고 있다. 무언가를 공동으로 쓰기 위해서는 함께 잘 지내는 방법을 고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여행이 모두 끝난 뒤 호스트와 게스트가 상대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내가 이번 강원도 여행에서 얻은 리뷰는 이랬다.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가 매력적인 게스트였습니다ㅎㅎ 또 뵙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리뷰를 받아본 뒤 내가 얻은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 차오르는 따뜻함, 그리고 또 다른 여행지로 떠나기 전 느끼게 될 기대감이다.

공유경제를 만들어낸 우리는 지금껏 겪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첫발을 내딛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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