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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개헌안 한꺼번에 다 담으려 하지 말라고 당부”

‘국민 생각에서 너무 벗어나면 안 된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개헌안 대통령 보고를 보름 앞둔 26일, 특위를 이끌고 있는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정세균 국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명수 대법원장을 차례로 만나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정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 나서며 ‘개헌 여론전’에 팔을 걷고 나섰다. 그는 27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 28일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를 차례로 만날 계획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국민투표를 반드시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위원장은 26일 오전 <한겨레티브이(TV)> ‘더정치 인터뷰’에서 개헌 논의의 최대 쟁점인 정부 형태에 대해 “국민헌법자문특위는 자문기구다. 대통령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개헌안을) 마련할 순 없다”며 사실상 ‘4년 중임 대통령제’ 쪽에 무게를 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새해 기자회견에서 “과거 대선 기간 때부터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생각된다고 말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또 “국민 공감대가 높고 현실적인 개헌안을 마련하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에 대해 “(개헌안을) 너무 이상적으로 만들면 국민 생각과 괴리가 생길 수 있으니 한꺼번에 다 담으려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성한용 선임기자와 이승준 기자가 공동진행했다.


[Q]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에 이어 대통령 정책기획위원장, 정책기획위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을 맡았다.

[A]

“문 대통령과는 2012년 대선 때 정치학이 전공이라 정치 부문에 자문을 해달라 해서 참여한 것 말고 특별한 인연은 없다. 국정원 개혁위원장은 서훈 국정원장이 요청한 것이다. 개헌 문제는 범정부기구를 만들면 국무총리와 민간인 위원장, 양대 위원장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너무 국회와 경쟁하는 모습으로 보여질 것 같으니 그렇게 하지 말고 (기구를) 축소해서 정책기획위에서 해봐라’ 해서 제가 맡았다.”

 

[Q]

개헌을 왜 해야 하나.

[A]

“1987년에 개헌을 하고 30년이 지났다. 그 뒤 첫째로 기본권을 강화할 필요성이 생겼다. 둘째로 한국은 상당히 중앙집권적 국가다. 자치분권 문제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형태의 문제도 제기되면서 개헌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Q]

왜 6월13일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꼭 해야 하나.

[A]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들이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자고 약속했잖나. 또 하나는 비용 문제다. 같이 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Q]

야당은 개헌 국민투표를 10월에 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A]

“10월에 하더라도 (개헌안의 내용이) 합의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일단은 국민한테 원래 약속한 6월에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Q]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116석 의석을 가진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반대하면 국회에서 개헌안이 부결된다. 현실적으로 야당을 설득할 방법이 없는데.

[A]

“지방분권은 야당에서도 상당히 원하고 있다. 헌법 개정은 국민들의 사회계약 같은 것인데 당론으로 봉쇄할 문젠지 국회의원이 개인적으로 판단할 문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개헌의 수준을 낮춰 합의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가면 (야당의) 동의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Q]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A]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다 국회에서 부결됐을 때 국민이 어떻게 판단할까.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지 그런 문제는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

 

[Q]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는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사회주의 헌법을 만들려 한다고 주장한다.

[A]

“뜻밖의 용어를 듣게 됐다.(웃음)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꾼다는 데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조문 작성을) 해봐야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볼 때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자유민주적 질서를 해석할 때 왜곡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반공주의로 해석하는데, 사실은 독일 헌법 같은 데서 자유와 민주 두 단어가 연결된 것이다. 자유를 보장하는 건 민주주의에선 당연한 얘기다. 그렇게 보면 그 문제가 크게 사회주의 헌법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과장이다.”

 

[Q]

재계에서는 경제민주화 조항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A]

“지금 헌법도 경제민주화 부분에서 국가가 일정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특별히 세진다거나 할 것 같진 않다. 토지공개념 문제 정도는 논의해봐야 한다. 왜냐면 지금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가 부동산 문제다. 집값, 부동산 임대료가 너무 높아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산업화 초기엔 토지가 무한정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구의 토지는 공동 자산이기도 하고 다른 우주로 이사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토지공개념 같은 문제는 논의해봐야 한다.”

 

[Q]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데 권력구조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

[A]

“국민헌법자문특위는 자문기구다. 그러니 대통령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개헌안 마련을) 할 순 없다. 대통령이 4년 중임 대통령제를 말해 그걸 존중은 하지만 다른 대안을 이야기 안하는 건 아니다.”

 

[Q]

국회 특별위원회에서 합의가 안 되면 권력구조를 제외하고 개헌안을 마련할 수도 있나.

[A]

“저희들은 다 마련할 생각이다. 하지만 최종적인 판단과 선택은 대통령이 할 것이다.”

 

[Q]

국민헌법자문특위 누리집을 보니 국민은 대통령제 유지 또는 강화를, 국회는 권력 분산과 국회 입법권 강화를 요구한다. 양쪽이 충돌하는데.

[A]

“국민들의 반정치 정서가 강하다.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서 국회를 무시하면 안 된다. 대통령과 국회가 윈윈(Win-win)할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국민들도 양해했으면 한다.”

 

[Q]

개헌안도 그런 기조가 반영되나.

[A]

“대통령제를 유지해도 국회와 (대통령의) 권한을 조정하는 문제는 담길 듯하다.”

 

[Q]

이원집정부제인가 아니면 대통령제를 일부 변용하는 것인가.

[A]

“국민 여론조사를 하면 대통령제를 많이 지지한다. 헌법은 국민 의사를 반영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국민 의사를 반영하면서도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를 잘 만들기 위해 권한 조정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Q]

기본권엔 어떤 내용을 담을 생각인가.

[A]

″지금 기본권의 주체가 전부 ‘국민’으로 돼 있다. 기본권 중 천부인권적 성격을 가진 조문은 국민을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만 보호받는 것 아니라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부분들이 있으니 그 부분 고려할 것이다. 아울러 생명권, 정보권, 안전권 등 새로운 권리들이 등장하고 있어 반영을 고려하고 있다.”

 

[Q]

‘사람’과 ‘인간’ 중에 어떤 단어로 바꾸나.

[A]

“헌법학자들과 이야기해보니 ‘사람’이란 단어를 선호하더라. 국민한테만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는 국민으로 표기하고, 모든 사람에게 보장할 부분은 사람으로 바꿀 것 같다.”

 

[Q]

동성애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부분들은 논란이 불거지는데 개헌안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A]

“남녀의 문제, 성적 지향의 문제 등은 논란이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Q]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을 여러 번 강조했다.

[A]

“한국은 중앙집권화된 국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해서 ‘서울=1등국민, 지방=2등국민’ 격차를 줄여야 한다.”

 

[Q]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방분권은 북한식 연방제 통일이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A]

“그게 무슨 상관인가.(웃음) 어떤 논리로 그렇게 주장하는지 몰라도 전혀 서로 다른 문제를 억지로 논리를 갖다 붙이는 견강부회 같다.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잘 이해가 안 된다.”

[Q]

문 대통령이 22일 당부한 “국민 공감대가 높고 현실적인 개헌안”은 무엇을 의미하나.

[A]

“개헌 문제를 놓고 여러 요구를 듣다 보니 주로 전문가들이나 시민사회에서 이상적인 주장을 많이 한다. 많은 부분이 법률사항인데 법이 제대로 집행 안 되니 헌법에 넣자는 요구들도 많다. 모든 요구를 받아주면 헌법이 2~3배 늘어난다. 헌법은 포괄적이고 여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더라. ‘국민 생각에서 너무 벗어나면 안 된다. 국민 생각만큼 헌법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통과되지, 너무 이상적으로 만들면 국민 생각과 괴리가 생긴다. 그런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국민 생각에서 너무 벗어난 이상적인 안을 담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너무 한꺼번에 다 담으려 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Q]

개헌안을 3월13일 대통령에 보고하려면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 아닌가.

[A]

“걱정이다. 활동기간이 한달 정도밖에 안 된다. 국회와 시민사회의 많은 논의를 참조할 생각이다. 그중 어떤 걸 선택할지에 집중할 생각이다.”

 

[Q]

위원회에서 여러 방식으로 개헌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개해 달라.

[A]

“지금 온라인 누리집에 22개 쟁점사항을 띄워놨다. 국민들이 의견을 올리면 그걸로 여론을 수렴한다. 권역별 숙의형 토론회도 진행한다. 기본권·지방자치·정부형태에서 국회와 대통령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서울·대전·광주·부산 4곳에서 국민 200명을 선발한다. 국민을 대표할 표본을 전국에서 2000명 뽑아 면접 방식으로 심층 여론조사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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