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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노동당의 입장이 메이 총리를 끌어내릴 수 있는 시나리오

각본 없는 브렉시트 드라마

  • 허완
  • 입력 2018.02.27 13:00
  • 수정 2018.02.27 13:04
ⓒJeff J Mitchell via Getty Images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영국이 유럽연합(EU)를 떠난 뒤에도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해야 한다는 당의 입장을 26일 공식 발표했다

이같은 입장은 보수당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테레사 메이 총리실 대변인은 재차 ”정부는 관세동맹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무역협정을 맺고 세계로 나아갈 자유를 원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메이 정부가 민주연합당(DUP)과의 연정으로 겨우 하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의 EU 관세동맹 잔류를 원하는 보수당 의원들이 몇 명만 이탈해도 노동당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된다.

코빈의 발표는 메이 총리를 끌어내리고 노동당 정부 출범으로 이어지는 연쇄 작용을 일으키게 될지도 모른다. 

 

주요 숫자들 

 

우선, 약간의 산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DUP의 도움 덕분에 보수당은 326명의 의원을 확보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책을 통과시킬 것을 주문할 의원 숫자가 그만큼 있다는 뜻이다.

야당 의원은 313명이다. 투표에서 이기기 위해 정부에게는 320명의 의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당 의원 중 7명은 주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따라서 이들은 브렉시트에 대해서만큼은 보수당의 입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중 한 명인 존 맨은 이 목록에서 바로 빼도 될 것 같다. 그는 이날 코빈의 발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노동당 의원 중 브렉시트 찬성파(브렉시터)는 모두 6명이다.

결국 영국의 EU 관세동맹 잔류를 지지할 야당 의원들은 모두 307명이 된다. 노동당으로서는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여당 의원 13명이 더 필요한 셈이다. 

 

누가 이탈할 것인가?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을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의 무역법 개정안에 서명한 보수당 의원은 현재 11명이다.  

따라서 메이 정부에 맞서 관세동맹 잔류를 지지하는 의원은 318명이 된다.

여기에 보수당 내 친EU파로 분류되는 비키 포드, 폴 매스터턴의 이름은 빠져있다. 만약 이들이 11명의 동료 의원들과 함께 법안에 이름을 올릴 경우, 관세동맹 잔류에 찬성하는 의원의 숫자는 320명이 된다. 메이 정부가 지게 된다는 얘기다.

 

약간의 문제가 있긴 한데...

 

만약 메이 정부의 패배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노동당 내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이 계속 보수당 편을 들게 될까? 

반대로 반란을 위협하고 있는 보수당 의원 중에서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소속 정당과 정반대의 입장에 실제로 표를 던질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몇몇 의원들은 반란표를 던질 만큼 충분한 의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의원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조기 총선을 또 해야 하나?

ⓒBBC

 

꼭 그렇지는 않다. 정기 의회 기간에 대한 법에 따르면, 이처럼 핵심적 법안에서 정부가 설령 패배한다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총선이 실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통과되거나 의원 3분의2가 의회 해산을 요구할 경우에는 총선이 실시된다.

관세동맹 탈퇴는 메이 정부가 EU와 벌이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핵심 기조를 이루는 원칙 중 하나다. 따라서 메이 총리로서는 의회에서 관세동맹 잔류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를 자신에 대한 불신임 투표라고 규정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수당 의원들을 향한 메이 총리의 메시지는 일종의 ‘벼랑 끝 전술’과 비슷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졌으니 조기 총선을 하겠다. 노동당이 이길 수도 있다.”

의회 때문에 영국의 협상 전략이 약화되어 왔는데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과연 총선을 좋아할까? 그럴 수도 있지만, 만약 총선이 실시된다면 이건 브렉시트가 개시되기 전에 어떻게든 협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치르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친EU 보수당 의원들이 과연 총선 끝에 노동당 ‘코빈 정부’가 현실이 될 위험성을 감당하려 할까? 물론 몇몇 의원들은 자신들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원하는 걸 관철하기 위해 그 도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메이 총리로서는 이걸 ‘살기 아니면 죽기’ 식의 투표로 만드는 게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될지도 모른다.

 

대안은...

ⓒDANIEL LEAL-OLIVAS via Getty Images

메이 총리는 이걸 총선으로 끌고 가는 게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자칫 정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내 ‘반대파’와 타협하는 게 훨씬 간편할 수 있다. 특정한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쪽으로 입장을 수정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는 것.

다만 이렇게 되면 당내 친EU 의원들을 달랠 수는 있겠지만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을 격분시킬 수도 있다는 문제가 남는다.

지난주, 보수당 의원 62명은 메이 총리에게 EU와의 협상에서 보다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메이 총리가 관새동맹에 남겠다며 이전 입장에서 또다시 물러설 경우, 이 의원들의 분노는 막을 길이 없게 된다. 보수당 의원 48명만 있으면 메이 총리에 대한 당내 불신임 투표가 성사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보수당 지도부 경선에서는 제이콥 리스-모그 같은 브렉시트 강경파가 당대표 자리에 올라 총리직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보수당 내 친EU파 의원들이 탈당해 결국 보수당이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되고, 또 한 번의 총선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총선으로... 

제러미 코빈 총리가 탄생할 수도 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K의 Here’s How Labour’s Brexit Position Could Bring Down Theresa Ma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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