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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탈주민 국외 이주 돕다 전과… 법원 “난민 인정해야”

법원은 “탈북자 지원활동은 중국 정책에 대한 정치적 의견 표명의 의미도 있다”고 판시했다.

ⓒ뉴스1

북한 이탈주민을 제3국으로 도피시키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중국인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직 탈북자 지원을 이유로 한 난민 인정 확정 판결은 나온 적이 없어 관심을 끈다.

제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진영)는 중국 국적 ㄱ이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해 12월 ㄱ의 손을 들어줬다고 26일 밝혔다. 법무부가 항소해 이 사건은 광주고법에 계류돼 있다.

ㄱ은 2006년부터 중국 내 선교회를 통해 중국에 머물던 북한이탈주민이 라오스 등 주변 국가로 빠져나가도록 돕다가 2008년 공안에 체포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ㄱ은 이듬해 중국을 떠나 외국을 떠돌았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라오스 국적을 취득한 뒤 중국대사관 쪽으로부터 탈북 조력행위를 자수하라는 요구를 받은 끝에 한국으로 향했다는 게 ㄱ의 주장이었다.

법무부는 두가지 이유로 ㄱ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ㄱ은 경제적 목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한 ‘탈북 브로커’와 마찬가지기 때문에 난민의정서나 난민협약이 보호하는 ‘정치적 박해’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또 ㄱ이 라오스 국적을 딴 이상 라오스 정부의 보호는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하지만 법원은 법무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북한이탈주민 지원활동은 단순히 중국의 국내법 위반이 아니라 정치적 박해의 대상이 되는 행위라고 확인했다. 재판부는 탈북주민을 북한으로 송환하고 이들의 월경을 도운 자국민을 기소하는 중국 내부 상황을 짚었다. 이어 “ㄱ에게 경제적·인도적 동기가 있었다 해도, 탈북자 지원활동은 중국 정책에 대한 정치적 의견 표명의 의미도 있다”고 했다. 또 ㄱ과 함께 활동한 사람이 도운 인사가 구금됐던 상황도 함께 언급하며, ㄱ이 중국에 돌아가면 최대 무기징역의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ㄱ이 궁박한 상황에서 거짓으로 인적사항을 신고한 뒤 라오스 국적을 취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ㄱ의 라오스 국적은 사실상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북자 지원활동으로 인해 중국에서 박해받을 개연성이 충분한 이상, ㄱ이 라오스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도 이는 난민 인정 여부와 무관하다”고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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