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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6일 16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26일 16시 20분 KST

야후스포츠 야구 기자가 60대 서울 택시기사와 나눈 기적의 대화

유에스에이? 프로 베이스볼??

Ezra Shaw via Getty Images

이것은 기적이다.

우리는 종종 스포츠로 국경과 인종, 성별, 언어의 장벽을 모두 뛰어넘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곤 한다.

25일 폐막된 평창동계올림픽도 물론 그 무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 왔던 이 미국 기자만큼 극적으로 그 기적을 체험한 사례는 없을 것 같다.

미국 야후스포츠의 유명 야구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평창동계올림픽 취재를 위해 한국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겪은 사연을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서울로 올라와서 홍대 인근에서 저녁을 보낸 뒤, 일행과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60대로 추정되는 택시기사는 ”굵고 낮은, 권위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었으며, 일행 다섯 명이 택시에 탄 게 못마땅했는지 ”마지못해” 운전을 하며 혼자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파산을 뺀 나머지 4명을 내려준 뒤, 택시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기적은 이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의 트윗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았다. 

택시기사 : 유에스에이?

파산 : 예스. 

택시기사 : (고개를 끄덕이더니) ”프로 베이스볼?”

파산 : (약간 당황하며) ”프로 베이스볼!” (자신이 야구 칼럼니스트라고 설명하려 함)

택시기사 : (약간 놀란 듯이 바라봄)

파산 : (대화가 끝난 줄 알고 방심함)

택시기사 : (대뜸) 랜디 존슨! 패스트볼!” (두 손으로 무언가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펑 하는 폭발음을 흉내 냄)

파산 :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 혹시.... 이것은... 랜디 존슨의 (154km짜리) 패스트볼에 비둘기가 맞아 즉사한 사건을 말하는 게 아닌가!’ 

택시기사 : (또 대뜸) 커트 실링!

파산 (당황하며 또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 왜 이 아저씨는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선수 이름을 부르는 걸까.... 아... 김병현이 그 때 이 팀의 마무리 투수였지...’

택시기사 : 새미 소사!

파산 : (새미 소사의 최근 사진을 보여준다.)

택시기사 : (놀란 표정을 지으며) 새미 소사?

파산 : (갸우뚱한다)

(중략)

택시기사 : 켄 그리피 주니어!

파산 : (마이크 트라웃, 브라이스 하퍼, 애런 저지 등 다른 선수들의 이름을 댐. 그러나 택시 기사가 알고 있는 선수는 오직 ‘클레이튼 커쇼’ 뿐이었음) ‘아... 커쇼... 류현진...’

The Sporting News via Getty Images
Jed Jacobsohn via Getty Images

이 택시기사는 아마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 프로야구를 즐겨 봤던 것 같다. 

그가 언급한 선수들은 당시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던 인물들이다.

큰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강속구로 이름을 날렸던 랜디 존슨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윙’을 보유하고 있던 강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또 커트 실링은 ‘인간계의 에이스’로 불리던 명투수였다. 새미 소사는 당시 마크 맥과이어와 함께 홈런왕을 주고 받으며 이름을 날렸(으나 약물 복용 사실 때문에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하지 못하고 불운하게 은퇴했)던 선수다.

파산은 ”그는 영어를 거의 몰랐고, 나는 한국어를 더 몰랐다”며 ”서로 완전히 다른 언어를 썼음에도 우리는 15분 동안 진짜 대화를 나눴다”고 적었다.

″야구. 아니 프로야구, 프로야구가 우리의 유일한 통역사였다.” 

JAMES NIELSEN via Getty Images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미국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홈런타자 새미 소사.
JOHN G. MABANGLO via Getty Images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윙'을 갖춘 타자로 꼽히던 켄 그리피 주니어.

 이어 그는 ”훌륭한 올림픽 개최지”였던 평창과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해 준 서울에게 ”감사합니다(Gamsahamnida)”라는 인사를 남겼다.